- ▲2019 GS칼텍스·매경오픈 골프대회에서 우승한 이태희 프로. 사진제공=대한골프협회
[골프한국 권준혁 기자] 그린이 딱딱하고 난도 높은 남서울 컨트리클럽에서 2019년 우승자를 확정하는 데는 연장 세 홀이 더 필요했다.
코리안투어 통산 3승째
지난해 5월 우승 상금 3억원이 걸린 제네시스 오픈에서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3년 만에 정상의 기쁨을 맛봤던 이태희(35)가 약 1년 만인 제38회 GS칼텍스 매경오픈(총상금 12억원) 정상에 오르며 코리안투어 통산 승수를 '3'으로 늘렸다. 이번 대회도 국내 남자골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우승 상금인 3억원이 걸려 있다.
5월 연휴인 5일 경기도 성남시 남서울컨트리클럽(파71·7,038야드)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1~3라운드 사흘 내내 공동 선두를 달린 이태희는 4라운드에서 버디 3개와 보기 3개를 묶어 이븐파 71타를 쳤다.
최종합계 9언더파 275타가 된 이태희는 동타를 이룬 얀느 카스케(32·핀란드)와 연장 접전 끝에 우승을 확정했다. 2017년 카이도 드림오픈에서 김우현(28)을 상대로 연장 패한 아픔이 있는 이태희의 생애 첫 승리이기도 하다. 또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으로 세 차례의 연장 승부 끝에 매경오픈 우승의 주인공이 탄생했다.
지난 시즌 상금랭킹 2위로 시즌을 마쳤던 이태희는 이번 우승상금 3억원을 보태 시즌 상금랭킹 1위(3억1,277만1,428원)로 올라섰고, 제네시스 대상 포인트(1,360)에서도 선두로 도약했다.
챔피언조 이태희와 카스케의 접전
공동 선두로 나선 이태희와 카스케 중 기선을 제압한 쪽은 이태희다. 1번홀(파4)과 4번홀(파5)에서 버디를 잡아내 먼저 2타 차 선두를 질주한 것. 하지만 5번홀(파4)에서 버디를 낚은 카스케가 1타 차로 따라붙은 뒤 7번홀(파4)에서 역전 상황이 벌어졌다. 카스케가 이글을 뽑아낸 이 홀에서 동반 경기한 이태희는 보기를 기록하며 순식간에 카스케가 2타 차 리드를 잡았다.
이후 9번홀(파5)에서 카스케가 보기를 추가, 전반 홀이 끝났을 때 카스케가 중간 성적 11언더파로 1타 차 선두였다.
후반 들어 카스케가 12번홀(파4)에서 버디를 잡아 다시 2타 차로 앞섰으나 14번홀(파5)에서 다시 공동 선두가 됐다. 이태희가 멋진 칩인 버디에 성공한 반면 카스케는 이 홀에서 보기를 범했다.
두 선수는 16번홀(파4), 17번홀(파3)에서는 나란히 파 퍼트를 놓치면서 중간 성적 9언더파가 됐고, 먼저 경기를 마친 김대현(31)에 1타 차로 압박을 당했다. 18번홀(파4)에서 샷이 흔들린 카스케는 보기 위기에서 어려운 파 퍼트를 성공시켰고, 버디 기회를 만든 이태희는 1m 이내 파로 마무리하면서 승부를 이어갔다.
지옥과 천당을 오간 연장 세 홀
18번홀에서 치른 연장 첫 홀에서 2온에 성공한 이태희가 세 번째 샷으로 그린에 올라온 카스케를 앞서는 듯했다. 그러나 이태희가 4퍼트로 더블보기로 기록했고, 이를 지켜본 카스케는 1m가 채 안 되는 챔피언 퍼트를 남긴 상황이 됐다. 하지만 우승을 눈앞에 두고 긴장한 카스케가 이 퍼트를 놓치면서 승부는 원점이 됐다.
두 선수는 같은 홀에서 계속된 연장 두 번째 홀에서는 나란히 보기를 적었다. 이태희가 3퍼트 보기를 했지만 카스케도 파세이브를 하지 못한 것. 핀 위치를 바꾼 연장 세 번째 홀에서 카스케가 다시 더블보기를 기록한 반면, 완벽한 세컨샷으로 공을 홀 옆에 붙인 이태희가 2m 내리막 버디 퍼트로 길었던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3온 한 카스케는 이태희가 버디 퍼트를 하기 전에 보기 퍼트를 놓쳐 일찌감치 백기를 들었다.
이로써 '외국인 선수의 무덤'으로 불리는 매경오픈에서 15년째 한국 선수가 리더보드 최상단을 차지하며 자존심을 지켰다.
한편, 군 복무를 마치고 올해 KPGA 코리안투어에 복귀한 장타왕 김대현이 나흘 합계 8언더파 276타를 쳐 단독 3위에 올랐다. 2010년 이 대회 우승자이기도 한 그는 마지막 날 버디 7개를 쓸어 담으며 6언더파 65타를 때렸지만, 1타가 모자라 연장에 합류하지 못했다.
디펜딩 챔피언으로 나섰던 박상현(36)이 6언더파 278타 4위로 체면을 세웠고, 2014년 이 대회 챔피언 박준원(33)과 2018년 대상 수상자 이형준(27)이 나란히 공동 5위에 자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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