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칸타타 여자오픈서 제주 토박이 캐디와 우승 일궈

박성원(23·금성침대)이 5일 KLPGA 투어 롯데칸타타 여자오픈에서 우승 감격을 누렸다. 사진은 2016년5월13일 NH투자증권 챔피언십에서의 모습이다. ⓒ골프한국
[골프한국] “주변에서 아버님이 캐디를 안 하니까 성적이 잘나오는 것 아니냐고 농담을 건넸어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사상 거의 처음 예선을 거쳐 출전해 우승까지 일군 2년차 박성원(23·금성침대)이 꿈에도 그리던 첫 우승을 거뒀을 때 그의 옆에는 아버지가 아닌 제주도 현지 캐디가 있었다.

무명으로 하위권에 있는 선수들은 벌어들이는 상금이 적어 현실적으로 전문 캐디를 고용할 형편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보니 선수의 아버지가 캐디백을 메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박성원 역시 그랬다.

이번 우승 전까지 2년 동안 투어 생활을 하면서 번 상금이 대략 3,800만원에 그쳤던 박성원은 "전문 캐디를 고용할 만큼 상금을 벌지 못해서 아버지가 캐디 역할을 해왔다"면서 아버지 박석우(51) 씨의 캐디로서 능력에 대해서는 "퍼팅 라인을 물어보기가 곤란하다"며 웃었다.

박성원은 그러나 5일까지 사흘간 제주도 서귀포시 롯데스카이힐제주 골프장(파72·6,187야드)에서 열렸던 롯데칸타타 여자오픈에서는 제주도 출신 레슨 프로에게 백을 맡겼다. 정일미(44), 홍진주(33·대방건설) 등 KLPGA 투어 고참 선수들이 제주도에서 대회를 치를 때 백을 멘 적도 있는 제주도 토박이다.

우승 직후 박성원은 “그 캐디가 거리와 라인을 봐주는 것보다 심리적으로 안정시켜줬다”면서 “거리와 방향을 결정했으면 믿고 치라고 말씀을 해주셨는데 그 덕분에 아이언 샷이 좋아졌고, 퍼트도 좋아져서 더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난생처음 최종 라운드 챔피언조 경기를 치른 박성원이 흔들림 없이 8언더파 64타를 몰아치며 생애 최고의 샷을 날릴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된 것.

2라운드까지 선두에 1타 뒤진 단독 2위였던 박성원은 전날 최종 라운드를 앞두고 "난생처음 투어 대회 챔피언조 경기라 한잠도 못 잘 것 같다"고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지만 뜻밖에도 마지막 날 완벽한 경기를 펼쳤다.

그린을 놓친 건 딱 한 번뿐이었고 퍼팅도 늘 홀을 지나갈 만큼 자신감이 넘쳤다. 무명 선수가 우승 기회가 왔을 때 압박감을 이겨내지 못해 보이는 초조함이나 긴장감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박성원은 “긴장하게 되면 경기가 빨라지고 실수가 나온다"면서 "스윙 리듬이 빨라지지 않으려고 걸음을 일부러 천천히 걸었고 빈 스윙도 천천히 하려고 했다. 버디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안하고 온 시켜서 파만 하자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2번과 3번홀(이상 파4) 연속 버디를 때리며 초반부터 치고 나간 박성원은 5번(파3), 6번홀(파4)에서도 잇달아 버디를 잡아내 추격권에서 멀찍이 벗어났다. 준우승한 하민송(20·롯데)이 6번홀까지 버디 5개를 뽑아내며 한때 3타차까지 따라붙었지만 박성원은 9번(파5), 10번(파4), 11번홀(파4)에서 줄버디를 엮어 6타 차 선두로 달아나면서 일찌감치 우승에 쐐기를 박았다.

박성원은 “중간에 전광판에 스코어를 봤다. 13언더쯤 됐을 때 2위가 9언더였다. 마지막 홀 왔을 때 보니 아직도 4타차였다. 초반부터 타수 차이가 많이 나서 편하게 쳤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우승 실감이 나지 않아 눈물이 안 흘렸다는 박성원은 “챔피언 퍼트 할 때 만약 아버지를 봤다면 눈물이 났을텐데 아버지가 보이지 않았다”면서 “이번 대회 우승으로 올해 대회에 계속 출전할 수 있으니, 욕심이겠지만 3승, 4승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포부를 숨기지 않았다.

박성원은 오는 11일 제주 엘리시안 골프장에서 개막하는 에쓰오일 챔피언스 인비테이셔널에도 이번에 함께한 캐디에게 백을 맡길 예정이다.

우승 상금으로 1억2,000만원의 거금을 받은 박성원은 “아직 생각은 안 해봤는데 일단 어머님이 제주 공항 면세점에서 사라고 한 것들을 위해 조금만 쓰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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