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코리안 투어 상금왕이자 JGTO 통산 2승의 이경훈(25, CJ오쇼핑)이 웹닷컴 투어에 도전장을 내민다. PGA 퀄리파잉스쿨 제도 폐지 이후 ‘가시밭길’이 된 웹닷컴 투어에 오로지 꿈을 위해 모든 것을 내걸었다. 그의 2016 시즌 성패를 섣불리 예측할 순 없지만 도전하는 것 자체로 이경훈은 이미 아름답다. 미국 웹닷컴 투어는 PGA 투어가 2012년을 끝으로 퀄리파잉스쿨을 폐지하면서 PGA 투어 입성을 위해 거쳐야 하는 험난한 통로가 됐다. 단기전인 퀄리파잉스쿨로 미국 진출을 노리던 많은 한국 선수들은 장기전인 웹닷컴 투어에 부담을 갖고 다른 길을 모색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도 그럴 것이 웹닷컴 투어 특성상 미국과 중남미를 아우르며 개최되는 대회 등 환경적인 어려움 탓에 섣불리 도전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경훈은 이러한 웹닷컴 투어에 과감히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는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이자 오랜 기간 국가대표를 지낸 엘리트 출신. 프로 데뷔 후 JGTO에 연착륙하며 남부럽지 않은 프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는 물론 일본에서도 얼마든 투어 생활을 누릴 수 있지만 꿈을 향해 도전 정신을 발휘했다.

이경훈은 지난 12월에 마무리된 웹닷컴 투어 퀄리파잉스쿨을 8위로 통과, 2016 시즌 미국에서 PGA 투어 카드 획득을 노린다. 그리고 강성훈, 이동환 등 웹닷컴 투어를 거쳐 PGA 투어 입성에 성공한 선배들의 사례를 본보기로 새로운 도전과 도약을 다짐하고 있다. 웹닷컴 투어 데뷔를 앞두고 “죽을 각오로 도전하겠다”는 그가 웹닷컴 투어 도전을 결심한 이유와 앞으로의 각오에 대해 말했다.


2015 시즌을 마치고 어떻게 지내고 있나.
제주도에 여행을 다녀왔고 그 동안 만나지 못했던 지인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휴식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틈틈이 운동도 하고 있다.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으로 병역 혜택을 받았다. 그리고 미뤄뒀던 기초군사훈련을 앞두고 있다. 훈련에 대해 두려운 마음은 없나.
몇 개월 전에는 별다른 느낌이 없었는데 입소 날짜(1월21일)가 다가올수록 궁금하기도 하고 약간은 두려운 마음이 든다. 다른 3명의 아시안게임 멤버(김민휘, 박일환, 이재혁)들은 모두 기초군사훈련을 마쳤는데 나만 그동안 스케줄이 안 맞아서 계속 미뤄왔다. (김)민휘는 재미있고 할 만하다고 말해줬는데 다른 사람은 살이 빠지고 먹어도 먹어도 배고프다는 말을 했다(웃음).


올해는 매우 특별한 해였다. 주 무대인 일본에서 통산 2승을 거뒀고 고국 무대에서 첫 우승을 차지했다. 국내 선수들이 가장 우승하고 싶어 하는 한국오픈 우승, 그리고 처음으로 코리안 투어 상금왕까지 등극했다.
프로 데뷔 이후 가장 성공적이고 행복한 해였다. 굉장히 만족스러웠지만 이에 안주하지 않을 생각이다.


단일 시즌 2승으로 프로 생활 최고의 커리어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만 벌어들인 상금이 얼마나 되며 자축의 의미로 구입한 게 있나.
한국과 일본 투어 합쳐서 약 9억원 정도다. 구입한 것은 특별히 없는데 최근 욕심나는 게 생겼다. 제주도 여행 때 보니 바닷가에 위치한 집들의 풍경이 정말 아름답더라. 나중에 금전적으로나 시간적으로 더 많은 여유가 생겨야 하겠지만 제주도 해안에 멋진 별장을 갖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국가대표로 광저우아시안게임 금메달 등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옥의 티가 있다면 코리안 투어 시드를 획득하지 못해 원아시아 투어에서 프로 데뷔를 해야 했던 것인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면 KPGA 정회원 자격을 얻어 코리안 투어 퀄리파잉스쿨에 응시할 수 있었다. 그런데 퀄리파잉스쿨 참가 신청 마감이 아시안게임 기간과 겹쳐서 아예 응시할 수 없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코리안 투어 대회가 포함된 원아시아 투어 퀄리파잉스쿨을 거쳐 프로 데뷔를 했다. 원아시아 투어와 코리안 투어가 조인된 대회가 4개 정도여서 국내 대회를 접할 수 있었고, 그해 하반기 JGTO 퀄리파잉스쿨에 응시했다.


2012년 JGTO 데뷔 이후 올해가 네 번째 시즌이다. 데뷔 시즌에 세가사미컵 우승 이후 2015년에야 다시 우승 맛을 봤다. 올해 활약의 원동력으로 ‘완벽주의 탈피’를 이야기했는데 구체적인 예를 들면 어떤 건가.
첫 승 이후에도 우승 기회가 많았는데 다 놓쳤다. 샷과 컨디션 모두 완벽해야 하고 곧은 드라이버샷, 정확한 아이언샷, 쇼트게임과 퍼팅 등 모든 면에서 정석대로 해내야 우승을 할 수 있는 줄 알았다. 골프는 실수를 할 수밖에 없는 게임인데 그걸 인정하지 않다보니 역효과가 나와 자신을 많이 못 믿게 되더라. 사고를 바꾸고 스스로를 옥죄는 완벽함에서 자유로워지니까 더욱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다.


일본에서의 생활은 만족스러운가.
JGTO에만 약 30여명의 한국 동료 선수들이 있다. 덕분에 일본이라고 해서 이질감을 느끼는 부분이 거의 없다. 대회장에는 이야기할 수 있는 동료들이 많고 시합 전후로 항상 한국 선수들과 식사를 한다. 어딜 가든 한식당이 즐비하며 일본 음식도 입에 잘 맞는다. 집을 마련하지는 않아서 아버지와 함께 대회장 근처 호텔을 이용하거나 현지 매니저에게 신세를 질 때도 있지만 큰 불편함은 없다. 한국과 가깝기 때문에 오고가기도 편하다


올해 웹닷컴 투어에 합류, 도전을 선언했다. 지금까지는 선배 김경태처럼 일본 투어에서의 성적을 바탕으로 세계 랭킹을 올려 PGA 투어 합류를 노렸다. 실질적으로 그 방법이 녹록치 않던가. PGA 퀄리파잉스쿨 제도 폐지 이후 웹닷컴 투어를 거치는 것은 매우 힘든 도전인데.
목표를 그렇게 설정하고 JGTO에 전념하다보니 일본 무대가 너무 편해지더라. 일본 투어는 선수 대우를 정말 잘해주고 특유의 편안한 분위기가 있다. 예를 들면 클럽을 대회장에서 다음 대회장으로 항상 옮겨준다. 대회장 간의 이동거리도 멀지 않다. 편한 투어 환경 때문에 점점 목표가 희미해지고 도전의식도 많이 없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처음에는 열정적으로 임했지만 어느덧 나도 모르게 목표를 잊고 안주하는 것 같았다. 웹닷컴 투어에 도전하기로 마음먹은 이유다. 더 이상 편해지면 미국에 가지 못할 것 같다는 느낌도 들었다. 11월5일까지 일본 상금랭킹 5위 안에 랭크되면 웹닷컴 투어 퀄리파잉스쿨 파이널 진출 자격을 얻을 수 있는데 당시 성적이 좋았기 때문에 도전을 결정했다.


웹닷컴 투어 퀄리파잉스쿨을 경험해보니 어떻던가. 웹닷컴 투어에 도전한 선배 선수들의 조언도 들었나.
지금까지 접한 선수들의 플레이 스타일, 코스 등 환경이 너무 달랐지만 신선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위기를 잘 극복해 통과할 수 있었다. 이동환 선배를 비롯해 여러 동료들에게 조언을 들었는데 가장 중요한 건 ‘배짱 있게 나가라’는 것이었다. 여러 부분에서 힘들고 고생할 거라는 걸 분명히 알고 있기 때문에 단단히 각오하고 도전할 생각이다. 웹닷컴 투어는 분명 힘든 곳이지만 장기적으로도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미국은 일본과 투어 환경이 180도 다르다. 또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
샷거리보다는 퍼팅과 쇼트게임이 더 중요한 것 같다. 웹닷컴 퀄리파잉스쿨에서 느낀 부분인데, 퍼팅 못하는 선수를 못봤다. 다 잘한다(웃음). 많은 사람들이 인식하듯 나 역시 서양 선수들은 파워에 비해 섬세함이 떨어질 줄 알았다. 그런데 잘하는 선수들은 확실히 멀리 치면서 리커버리도 좋더라. 샷거리야 길면 좋겠지만 어느 정도만 따라가고 쇼트게임 능력을 발휘하면 더 강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당장 미국 내 거처를 마련하거나 캐디를 새로 채용하는 등 변화가 필요할 텐데 준비는 잘 되고 있는지.
선배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현지에 가면 대회장에 로컬 캐디가 항상 있고, 주변에서 골프백을 메기 위해 기다리는 캐디들도 많다고 들었다. 캐디의 경우 현지에 직접 가봐야 새로운 파트너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미국에 아버지가 동행할 예정인데 거처의 경우 좀 더 생각해봐야 한다. 또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영어 과외도 받고 있다. 새로운 변화가 많지만 모두 내가 해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좋게 받아들이고 있다.


웹닷컴 투어에 임하기 전 다소 우려되는 부분이나 신경 써야 할 부분이 있다면.
체력이다. 웹닷컴 투어는 바하마, 콜롬비아, 칠레 등 북중미, 남미 등지에서도 대회가 열린다. 아무래도 체력 보강 및 안배를 잘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올해 웹닷컴 투어에서 활약하는 한국 선수가 거의 없다. 한국계 외국인 선수들이 몇몇 있는 것 같긴 한데 아무래도 외로움을 이겨내야 할 것 같다(웃음).


체력을 위해 잘 먹는 것도 중요한데.
먹는 걸 좋아해서 한국에 오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이다. 원래 둥글둥글하고 온순한 성격인데 음식이 맛없어 잘 먹지 못하면 예민해진다(웃음). 양식도 잘 먹긴 하지만 웹닷컴 투어 시합을 다닐 때 인스턴트 밥이나 라면을 많이 준비할 생각이다. 지난 번 웹닷컴 퀄리파잉 때도 거처를 마련해서 아버지, 캐디와 함께 라면이나 찌개, 밑반찬 등으로 밥을 먹으니 정말 좋고 힘이 나더라.


스스로 요리를 해서 챙겨 먹기도 하나.
라면은 잘 끓인다. 아무래도 2016년에는 라면을 좀 많이 먹을 것 같다(웃음).


그럼 2016년에는 다른 투어 병행 없이 웹닷컴 투어에 완전히 매진하게 되나.
현재로서는 웹닷컴 투어에만 전념하려고 생각 중이다. 1월 말부터 투어가 시작되는데 기초군사훈련 때문에 처음 2개 대회에 출전하지 못한다. 때문에 퇴소 직후 비자 발급을 마무리하고 하루빨리 현지에 가서 적응할 예정이다.


2016 시즌 PGA 투어 대회도 참가 가능한가.
초청 자격이 있는 대회는 아직 없고, 일정이 잘 맞는다면 해당 대회 먼데이 퀄리파잉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생각은 있다.


PGA 투어에 입성하면 꼭 붙어보고 싶은 선수가 있나.
너무 많은데… 1명만 꼽자면 로리 맥길로이다. 2013년 한국오픈에서는 아쉽게도 바로 뒷조에서 플레이했다. 크지 않은 체구에 엄청난 장타를 구사하고 시원시원하게 풀어가는 플레이를 직접 보고 싶다.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로서 이번 리우 올림픽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출전 욕심이 있을 법 한데.
내가 올림픽 랭킹 60위 안에 이름을 올리려면 상당히 잘해야 할 것이다. 아마도 여러 번 우승을 하거나 꾸준한 성적을 올려서 웹닷컴 투어 시드 유지를 가볍게 할 정도라면 출전할 수 있지 않을까(웃음). 출전 욕심은 있지만 현실적으로 내가 올림픽 출전을 위해서는 더 많은 자격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2016년 목표 및 선수 생활 최대 목표는.
1차 목표는 웹닷컴 투어 상금랭킹 25위 안에 진입해 PGA 투어 카드를 획득하는 것이다. 그리고 어렸을 때부터 꿈꿔온 최대 목표는 세계랭킹 1위다. 멀게 느껴지지만 도전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도전을 앞두고 있는 각오 한 마디.
내 꿈을 향해 도전을 결정했다. 후회는 없다. 힘들어도 절대 포기하지 않고 죽을 각오로 임할 것이다. 그렇지만 너무 단기간에 무언가를 이루려는 욕심보다 준비한 부분을 서서히 잘 풀어갈 계획이다. 그리고 웹닷컴 투어를 거쳐 PGA 투어로 다시 올라간 동료 선수들도 다 해내지 않았는가. 나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졌다. 지켜봐주고 많은 응원 부탁한다.


PROFILE
생년월일: 1991년 8월24일
소속: CJ오쇼핑
신장: 178센티미터
프로데뷔: 2012년
주요기록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 골프 단체전 금메달
2012 JGTO 나가시마 시게오 인비테이셔널 세가사미컵 우승
2015 JGTO 혼마 투어월드컵 우승
2015 코리안 투어 코오롱 한국오픈 우승
2015 코리안 투어 상금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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