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홀에서 2벌타를 받은 존슨은 연장전에 합류할 기회마저 잃고 말았다.
규칙관 프라이스는 18번홀의 그린에 있던 존슨과 와트니에게 참담한 2벌타 통보를 했다.
2010년 PGA 챔피언십의 마지막 일흔두 번째 홀에서 더스틴 존슨이 드라이버샷을 했을 때, 그는 자신의 볼이 웨이스트 에어리어(벙커와 비슷해 보이지만 따로 관리하지 않고 방치해놓은 곳)로 날아갔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비극이 시작됐는데, 어쩌면 우왕좌왕 촌극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났지만, 그 상황에 깊이 개입했던 5명에게 휘슬링 스트레이츠의 기억이 여전히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로리 맥길로이와 조던 스피스에게 밀려 나이든 선수 취급을 받지 않았던(그리고 체임버스베이에서 막판에 통한의 눈물을 삼키는 바람에 더 늙을 일도 없었던) 5년 전, 당시 스물다섯이던 더스틴 존슨은 투어 최고의 젊은 미국 선수로 손꼽혔다. 2010년 6월에 그는 페블비치에서 열린 US오픈에서 54홀까지 선두를 달렸지만 마지막 라운드에서 82타를 기록하는 바람에 공동 8위로 내려앉았다. 그리고 두 달 후, 휘슬링 스트레이츠에서 PGA 챔피언십이 열렸을 때 그는 다시 한 번 생애 첫 메이저 우승 직전까지 갔다.

엄청난 추진력이었다. 13, 16, 17번홀에서 버디를 한 존슨은 1타 차 선두로 올라섰다. 그에게 필요한 건 이제 18번홀을 파세이브로 막는 것, 그리고 벙커와 ‘웨이스트 에어리어’의 차이를 아는 것뿐이었다. 18번홀에서 무심코 클럽을 지면에 댄 그는 2벌타를 받는 바람에 부바 왓슨과 최종 우승자인 마틴 카이머와의 연장전에도 합류하지 못했다. 존슨이 어긴 룰은 그보다도 나이가 어렸다.

6년 전, 휘슬링 스트레이츠에서 열린 2004년 PGA 챔피언십을 앞두고 PGA 관계자들은 코스에 있는 약 1,000개의 모래 지역을 벙커로 분류하기로 했다. 하지만 그 중에는 크기가 의자 앉는 자리 정도에 불과한 맨땅도 있었다. 로컬룰은 라커룸을 비롯한 여러 곳에 눈에 띄게 붙여 놓았다. 그런데 2010년에 존슨이 18번홀의 티잉그라운드에 섰을 때 그걸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이제부터 할 이야기는 근래 들어 골프계에서 규칙과 관련해 벌어진 가장 희한한 실수담이다. 상황을 목격한 사람들의 증언을 토대로 ‘벙커게이트’를 재구성해봤다.


데이비드 프라이스, 미국 PGA 규칙관, 존슨과 54홀 선두였던 닉 와트니로 구성된 마지막 조와 동행했다: “휘슬링 스트레이츠는 뛰어난 골프코스이고, 벙커를 각별히 중시하는 곳이기도 하다. 퍼팅 그린에서 1번홀 티잉그라운드로 걸어가는 동안에만 9개의 벙커를 지나치게 된다. 그게 그 코스의 가장 색다른 점이다. 피트 다이가 그 벙커들을 만든 데에는 저마다 틀림없이 이유가 있을 것이다. PGA 챔피언십을 앞두고 우리는 코스를 있는 그대로 유지하려고 노력했지만, 인력에 한계가 있다 보니 그 벙커들을 전부 관리하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다.”

18번홀에서 파세이브만 하면 우승을 차지할 수 있는 상황에서, 존슨의 드라이버샷은 오른쪽으로 휘어지면서 갤러리들 사이로 들어갔다. 그의 볼이 멈춘 곳은 사람에 따라 ‘여물통(데이비드 페허티)’이나 ‘웨이스트 에어리어(많은 사람들의 의견)’라고 부르기도 했고 ‘벙커(PGA 규칙관들)’로 보기도 했다.

더스틴 존슨: “나는 사람들이 벙커라고 부르는 곳에 빠진 대가를 치렀다. 하지만 내 눈에는 그곳이 벙커처럼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모래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그냥 흙처럼 보였다. 거기에는 사람들이 서 있었는데, 일반적으로 갤러리는 벙커에 들어가지 않는다. 내 말은, 18번홀은 까다로운 홀이다. 드라이버샷을 하기가 쉽지 않은 곳이다. 그리고 그때 블록샷을 했다. 바람이 왼쪽에서 크게 불고 있었기 때문에 그때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3번 우드로 티샷을 할 것이다.”

프라이스: “그 시련이 마무리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는데, 더스틴의 티샷이 오른쪽으로 한참 휘어졌기 때문이다. 휘슬링 스트레이츠의 지형상 갤러리를 이동하게 만드는 게 쉽지 않았다. 오른쪽으로 가파른 언덕이 있는 상태에서 사람들에게 뒤로 물러나라고 하면 그 언덕 뒤로 넘어가야 하는데 거기서는 상황을 지켜볼 수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사람들을 페어웨이로 이동하게 해야 했다.”

마크 D. 윌슨, 당시 규칙 위원회 의장: “나는 규칙관들이 사용하는 라커룸에서 연장전이 열릴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었다. TV를 틀어놓고 규칙관 여러 명이 지켜보는 중이었다. 당시 라커룸에는 예닐곱 명의 규칙관이 있었다.”

닉 와트니: “나는 상황이 벌어지는 곳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고, 더스틴 주변에 엄청난 인파가 몰려 있는 것밖에 보지 못했다.”

프라이스: “관람객들이 벙커에 서 있었던 건 어느 모로 보나, 그곳이 플레이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큰 벙커였다. 깊이가 18야드, 폭은 6야드 정도였던 것 같다. 나는 거기 있던 사람들을 밖으로 내보내거나 턱 위로 올라가게 한 다음 더스틴에게 가서 괜찮냐고 물었다. 그는 괜찮다고 대답했다. 그래서 뭐 필요한 게 없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말했다. ‘네, 저기 오른쪽에 있는 사람들을 조금 더 이동하게 해주세요.’ 그래서 그쪽으로 가서 그가 해달라는 대로 했다.”

채드 레이놀즈, 와트니의 캐디: “프라이스가 왜 스틴이 아닌 우리와 함께 있는지 의아했다. 그게 요점이었다. 아마 소동이 벌어지는 동안 우리 셋이 페어웨이에 서 있는 사진도 있을 것 같다. 우리가 궁금한 건, 왜 규칙관이 모든 게 제대로 처리되도록 조치를 취하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규칙관이 현장에 있어야 했다. 아주 간단한 문제다.”

프라이스: “나는 더스틴의 요청에 따라 사람들을 이동시키고 있었다. 하지만 벙커로 가서 더스틴에게 괜찮은지 물어봤고, 그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존슨은 볼 앞에 어드레스를 했다가 다시 물러났다. 산만한 가운데 한 손에 클럽을 든 채로, 처음 모래를 접촉했다. 다시 어드레스를 취하다가 클럽이 두 번째로 모래에 닿았다. 이렇게 그는 벙커에서 두 차례 클럽을 그라운드에 댔는데, 라커룸에서 TV를 보던 규칙관에게는 명백한 규칙 위반이었다.

윌슨: “스코어 집계를 담당했던 브래드 그레고리가 무전기로 나를 찾더니 그 상황을 알려줬다. 나는 라커룸에서 모여 있던 규칙관들 옆을 지나가며 ‘다들 봤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전부 그렇다고 대답했다.”

데이비드 윙클, 존슨의 에이전트: “18번홀 그린 뒤에 있다가 클라이언트인 스티브 플레시로부터 문자를 받았다. ‘윙클, 문제가 생긴 것 같은데.’ 그래서 나는 이렇게 답장을 보냈다. ‘스티브, 하하, 지금은 나를 방해하기에 좋은 때가 아닌데요.’ 뭐 이런 내용이었다. 그가 다시 문자를 보냈다. ‘장난치는 게 아냐. 규칙 위반과 관련된 일이 벌어진 모양이야.’”

프라이스: “나는 보지 못했다. 더스틴의 요청을 처리하느라, 그가 샷을 했을 때 나는 페어웨이를 따라 약 30야드 떨어진 곳에서 갤러리를 이동시키고 있었다. 하지만 규칙관 동료 1명이 무전으로 더스틴이 벙커에 서 있는 동안 클럽을 지면에 댄 것 같다고 알려줬다. 마크 윌슨이 비디오 판독을 통해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CBS 촬영 트레일러로 들어간 건 그때였다. 그 작업에는 약간의 시간이 소요됐다. 나는 더스틴이 파 퍼팅을 위해 자세를 잡을 때에야 확실한 얘기를 전해 들었다. 마크가 무전으로 더스틴이 한 번이 아닌 두 번이나 클럽을 지면에 댔다는 사실을 알려줬다.”

윌슨: “데이비드 프라이스에게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할 거냐고 물었다. 그는 선수에게 얘기하겠다고 말했고, 그렇게 했다. 데이비드가 더스틴의 어깨를 감싸고 얘기하는 모습은 TV로 생중계됐다.”

프라이스: “정말 가슴이 아팠는데, 특히 후반 나인홀에서 너무나 좋은 플레이를 펼쳤기 때문이다. 마크가 옳은 판단을 내렸다는 걸 잘 알았다. 나는 현장으로 가서 즉시 더스틴에게 상황을 알려야 했다. 나는 그와 닉이 있는 그린으로 갔고, 두 사람에게 필요하다면 CBS 촬영 트레일러에서 그 장면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프라이스는 존슨과 와트니, 그리고 두 사람의 캐디를 데리고 스코어 기록실로 갔다. 그러는 동안 CBS의 페허티와 그의 동료들은 현장에 있는 수천 명의 골프팬, 그리고 TV를 지켜보던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시청자들과 함께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추측하느라 바빴다.

프라이스: “우리가 들어가는 입구에 바로 TV 모니터가 있었다. 더스틴은 그걸 쳐다봤고, 나도 그걸 쳐다봤다.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그냥 스코어 기록실로 들어갔다. 별로 좋지 않은 걸 볼 것 같은 분위기였다. 더스틴의 매니저인 데이비드 윙클도 그곳에 있었는데, 무릎에 손을 얹은 채 바닥만 내려다보고 있었다. 괴로운 기색이 역력했다.”

윙클: “나는 데이비드 프라이스를 참 좋아한다. 좋은 사람이며, 그를 무척 존경한다. 그에게 그 상황이 편하지 않았을 거라는 건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존슨이 클럽을 두 차례 지면에 댔지만 규칙 위반은 한 번으로 간주됐고, 그래서 2벌타만 부과됐다. 그것만으로도 치명타였다. 우승이 거의 확실시됐던 그는 트리플보기 7타를 스코어카드에 적어 넣었고, 마지막 라운드에서 73타를 기록해 공동 5위로 주저앉았다. 윌슨은 카이머와 왓슨의 연장전에 동행하지 않기로 하고 프라이스를 대신 보냈는데, 그래야 윌슨이 규칙 적용과 관련해 기자들에게 설명을 해줄 수 있었다. 넋이 나간 존슨도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옆에서 상황을 설명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윙클: “스코어 기록실에서 나와서 더스틴이 처음 한 말은, ‘프로 생활을 그렇게 오래 했지만, 내가 벙커에 있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언론은 당연히 이 상황에 대한 그의 느낌을 알고 싶어 했는데, 그가 아무 코멘트도 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생각도 잠깐 했었다. 하지만 그는 정신을 가다듬고 침착하게 언론 앞에 서는 게 최선이라는 걸 깨달았고, 결국 그렇게 했다. 자동차로 걸어가면서 내가 말했다. ‘나는 막판에 네가 이 일을 처리하면서 보여준 태도가 대회에서 우승한 것만큼이나 자랑스럽다.’”

5년이 흘러, 프라이스는 그 일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리고 윙클은(그의 클라이언트인 저스틴 레너드가 2004년에 휘슬링 스트레이츠에서 열린 PGA 챔피언십의 일요일 라운드 18홀에서 보기만 하지 않았어도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던 경험이 있는) 자신에게 엄청난 두통을 안겨준 그 코스가 이제는 빚을 갚을 때가 됐다고 말했다.

프라이스: “누구도 즐겁게 얘기할 수 없는 일이었다. 나는 1987년부터 PGA의 골프 규칙 위원회에서 일을 해왔다. 마지막 그룹의 플레이에 동행한 것도 예닐곱 번쯤 된다. PGA 챔피언십의 현장 규칙관으로 투입된 건 10~15회이었다. 라이더컵 여덟 번, US오픈 다섯 번, 브리티시오픈에도 다섯 번 참가했다. 그러니 뭐가 됐든 새로울 건 없었다. 다만 안타까운 일이었다. 내가 벌타를 부과하는 건 처음 있는 일도 아니고, 앞으로 없을 일도 아니다. 다만 그 일은 중요한 대회의 결정적인 순간에 일어났던 것뿐이다.”

존슨: “그때 그곳(18번홀의 벙커)에서는 아무도 내 옆에 없었지만, 그게 프라이스의 잘못은 아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것 때문에 지나치게 마음을 쓰지는 않는다. 나는 그 코스를 좋아한다. 거기서 플레이를 잘 했었으니까 어쩌면…”

윙클: “그 순간을 머릿속으로 천 번은 되돌려봤다. 누군가 벙커 밖으로 사람들을 내보내서 더스틴이 그곳으로 들어갔을 때 경계선을 분명하게 보고 ‘와, 조심해야겠구나, 여긴 벙커야’라고 깨달았더라면 도움이 됐을 것이다. 누굴 비난하자는 건 아니지만, 갤러리가 선수들과 같은 벙커에 들어가 있는 모습을 한 번이라도 본 적이 있는가? 휘슬링 스트레이츠는 탁월한 코스지만 불운이 일어날 요인들이 도사리고 있고, 아니나 다를까, 최악의 순간에 그런 일이 벌어지곤 한다.”


덧붙이는 말: 얼마 전 체임버스베이에서 너무 아쉽게 우승을 놓친 존슨은 이번 달에 다시 휘슬링 스트레이츠 코스에 선다. 프라이스와 윌슨도 규칙관으로 그곳에 갈 예정이다. 이번에도 적잖은 맨땅이 벙커와 동일하게 취급된다는 로컬룰에 대한 안내문이 곳곳에 게시될 것이다.


예측 블허! PGA 챔피언십의 우승자 열전! 더스틴 존슨과 벙커게이트. 발할라에서 석양의 우승을 거둔 로리 맥길로이. 타이거를 무참히 꺾은 양용은.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PGA 챔피언십에서는 이렇게 예기치 못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최근 대회에서 있었던 흥미롭다 못해 초현실적인 사례들을 모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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