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럼프를 겪으면서 세계 랭킹이 곤두박질쳤다. 하지만 브리티시오픈을 앞두고 전열을 재정비한 폴 케이시가 행복의 비결에 대해 이야기한다.

케이시는 2015년 마스터스에서 공동 6위를 기록하면서 세계 랭킹 40위권으로 급상승했다.
몇 해 동안 저조한 성적을 거뒀는데, 2015년에는 마스터스를 포함해 벌써 투어에서 다섯 번의 톱10을 기록하며 탁월한 시즌을 구가하고 있다. 어떻게 이런 반전을 일궈낸 건가.
획기적인 방법을 알아냈거나 전에 없던 깨달음을 얻은 건 아니다. 성실한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뿐이다. 퍼팅이 약점이었지만 이제 퍼팅이 잘 풀리면 우승을 노릴 수 있다.

한때 세계 랭킹 3위까지 올랐지만 한동안 50위권 밖을 맴돌았다. 다시 5위권에 진입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지는 않았나.
그건 숫자로 따질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른 선수들의 플레이는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저 예전보다 더 좋은 플레이를 펼치려고 노력한다. 그 결과 랭킹 1위나 5위에 오르게 된다면, 그야 좋은 일이다. 하지만 어쩌면 내가 최선을 다하더라도 로리가 최선을 다한 것에 못 미칠지도 모르기 때문에 숫자에 연연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내 목표는 다시 우승권에 진입하는 것이다.

세계 곳곳에서 통산 16승을 거뒀다. 프로 무대에서 우승하려면 어떤 자질을 갖춰야 하나.
투어에서 우승하는 건 퍼즐 그림 맞추는 것과 비슷한데, 그 퍼즐 그림이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뿐이라는 게 함정이다 (웃음). 어찌할 바를 모르는 심정이 되기도 한다. 나도 실력이 증발된 느낌을 받은 적이 있다. 몇 년 전에는 여러가지 문제들이 한꺼번에 닥쳤다. 이혼을 하는 와중에 어깨가 탈골됐다. 이혼은 멘탈에 영향을 미쳤고, 어깨는 스윙에 영향을 미쳤다. 골프를 하면서 개인적인 문제에 직면할 수도 있고 신체적으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지만, 두 가지가 한꺼번에 닥치면 대처하기가 매우 힘들가.

세계 랭킹 3위에서 심각한 슬럼프에 빠지면 어떤 생각이 드나.
우선 굉장히 두렵다. 코스에 서면 볼이 페어웨이를 벗어나거나 물에 빠뜨릴까봐 겁이 났다. 전에는 한 번도 느끼지 않았던 의구심이 느닷없이 일어났다. 그러면서 악순환이 되는데, 플레이가 잘 풀리지 않으면 뭔가 획기적인 방법을 찾으려고 하기 쉽다. 다른 선수들의 조언, 잡자에 실린 레슨 기사. 그러면서 기본기에서 멀어지게 됐다. 그럴 때는 플레이가 잘 풀릴 때 자신의 스윙을 동영상으로 촬영해두면 나중에 고전할 때 참고할 수 있다.

올해 서른 여덟 살이 됐다. 20대 시절의 폴 케이시에게 충고를 할 수 있다면 무슨 말을 해주고 싶은가.
글쎄, 스노보드를 타지 말라는 것(웃음). 그러다가 어깨가 탈골됐으니까. 농담이고, 후회 같은 건 없다. 그 순간에는 스노보드가 너무 좋았다. 그런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이다.


굳은 표정의 일부 선수들과 달리 굉장히 즐겁게 플레이한다. 프로 생활에서 가장 즐거운 것은 무엇인가.
코스와의 싸움에서 이기려고 노력하는 것, 완벽한 라운드를 위한 필생의 노력이 좋다. 이걸 직업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게 즐겁다. 올해 PGA웨스트의 일요일 후반에 해가 지면서 근사한 노을이 펼쳐졌는데, 그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건 세상에서 가장 좋은 직업이야.’

가장 우승하고 싶은 메이저는 어느 대회인가.
브리티시오픈이다. 내가 영국 사람이니까. US오픈이 그 뒤를 바짝 따르고, 그 다음은 마스터스인데, 그린재킷이 넷 중에 가장 근사하긴 하다.

아마추어 골퍼들이 모르는 스윙의 비결이 있다면.
결국은 탄탄한 기본기가 관건이라는 것. 그것 말고는 사실상 새로운 비결 같은 건 없다. 나는 헨리 코튼 경이 오래 전에 쓴, 말할 수 없이 상세한 책을 갖고 있다. 전혀 다른 시대의 선수였지만 요즘 우리가 연습하는 것과 똑같은 기본을 담고 있다. 셋업, 어드레스, 볼 앞에 섰을 때 적절한 거리. 이런 기본을 바로잡으면 스윙의 많은 문제들을 바로잡을 수 있다.

골프에서 뭔가를 바꿀 수 있다면.
골프가 일방적이라는 생각. 그렇지 않다. 골프는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대로 즐길 수 있다. 골프를 입회비가 비싸고 여성은 받지 않는 호젓한 컨트리클럽이라고 생각한다면, 얼마든지 그런 곳에서 플레이를 할 수 있다. 반면에 또 다른 누군가는 반바지에 셔츠는 입지 않고, 맥주를 마시면서 플레이를 하고 싶어 할 수도 있다. 좋지! 또 누군가는 광대의 입을 향해 퍼팅 게임을 할 수도 있다. 동네 축구장에 아버지가 어린 아이를 데리고 나왔는데, 둘이서 플라스틱 볼을 맞히고 있다면, 내 눈에는 그 부자가 골프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럴 뿐만 아니라, 그 아이는 그 골프를 평생 최고의 추억으로 간직하게 될지도 모른다.

골프 추억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올드 코스에서 그런 추억을 만드는 사람들이 많다. 그곳에서 플레이를 앞둔 심정이 어떤가.
올드 코스를 사랑하면서 대회가 열리는 모든 코스를 사랑한다. 중요한 건 도전이기 때문이다. 어떤 코스들은 여유롭고, 어떤 코스들은 미적으로 아름답다. 미적인 측면에서 끔찍한 코스들도 있다. 그래도 모든 코스를 사랑하는 이유는 저마다 독특하기 때문이다. 내게는 각각의 코스들이 눈송이처럼 전부 다르게 느껴진다.




폴 케이시: 내가 확신하는 세 가지
자신만의 스윙을 찾자.
내가 머릿속에 간직하고 있는 스윙 팁은 수천 가지가 넘지만, 가장 좋아하는 건 마법의 비결을 찾으려 하지 말라는 것이다. 한 가지 스윙 이론, 한 가지 스윙 팁이 모두에게 효과를 발휘하는 건 아니다. 우리는 모두 다르다. 자신의 스윙 스타일을 파악해야 한다. 다른 사람처럼 플레이하려고 노력하는 건 부질없다.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알아야 한다.

투어 프로라고 욕을 하지 말라는 법 있나.
욕설에 대해 과민반응을 보이는 비평가들에게 불만이 많다. 사람들은 코스에서 비속어를 들으면 충격을 받는다. 하지만 메이저에서 우승하려는 사람이라면 그만한 열정을 가져야 마땅하지 않을까? 그 정도는 스포츠의 한 부분이다. 나도 자백한다. 나도 TV를 통해 욕설이 나간 적이 있다. 자랑스럽다는 얘기는 아니고, 그게 전파를 타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지만, 나는 이기기 위해 전심전력을 다해 플레이를 하고 있었다. 안 좋은 스윙을 했거나 바보 같은 판단을 했다면, 가끔 이성을 잃기도 한다.

행복은 내면에서 나온다.
마음먹기에 따라 행복해질 수도 있고 불행해질 수도 있다. 그건 자신에게 달렸다. 스스로 자신의 기준에 따라 행복을 추구하지 않는다면, 외부의 영향에 휘둘리게 된다. 행복은 자동차나 집, 또는 골프에서 얻어지는 게 아니다. 진정한 행복은 내면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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