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KE KEISER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 있는 클레어몬트 컨트리클럽에서 만난 마이크 카이저.
마이크 카이저가 스코틀랜드 골프와 링크스 코스에 보내는 연애편지라 할 수 있는 밴돈 듄스가 아니었다면? 체임버스베이가 올해 US오픈을 유치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또 밴돈은 골프의 미래를 보여주는 모범사례이기도 하다. 카이저는 연하장을 팔아서 재산을 일군 사람이라니까, 이번 기회에 그에게 감사의 카드를 보내보는 건 어떨까.


시카고 그리팅 카드 회사의 공동설립자로 일군 재산의 절반을 오리건의 외딴 해안에 링크스 코스를 짓는 데 투자했다. 그때만 해도 얼마나 많은 골퍼들이 이곳으로 순례 여행을 올지에 대해서는 마이크 카이저도 전혀 알 수 없었다. 그런데 순례 행렬이 이어졌다. 1999년에 완공된 첫 18홀인 밴돈 듄스의 성공은 퍼시픽 듄스, 밴돈 트레일스, 올드 맥도널드에 이어 파3 시설인 밴돈 프리저브로 이어지며 지금의 밴돈 듄스 골프리조트가 만들어졌다.

올해 일흔 살인 카이저의 행보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는 리조트 남쪽에 27홀 규모의 시립시설을 짓고 싶어 하며, 다른 지역에서 링크스 골프장 두 곳을 개발 중이다. 노바스코시아에 있는 캐보트 링크스의 두 번째 코스는 7월에 사전 공개될 예정이며, 위스콘신 중부의 웅장한 모래언덕 사이에 터를 잡은 샌드밸리는 두 코스 중 한 곳을 2014년 여름에 착공했다. 카이저의 프로젝트를 하나로 꿰는 공통점은 바로 모래다. 모래가 많이 섞인 토양일수록 물이 빨리 빠지고, 잔디가 더 단단하다. 이러한 특징은 밴돈 듄스와 기질이 비슷한 체임버스베이에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카이저의 영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로 인해 촉발된 미니멀리즘 철학은 걷는 플레이만 허용하는 정책과 소박한 부대시설, 그리고 불도저가 아닌 자연의 도움을 더 많이 수용하는 코스 설계 등의 확산으로 미국 골프의 지평을 새롭게 바꾸고 있다. 우리는 카이저를 만나 그의 철학과 영감, 링크스 코스가 파크랜드 스타일의 레이아웃보다 더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체임버스베이는 직접 개발한 코스가 아니다. 하지만 올해 US오픈 개최가 밴돈 듄스의 가치를 인정하는 제스처라고 생각하나.
그렇다. 오차가 전혀 없는 건 아닌데, 체임버스베이는 예전의 모래 준설지에 만들어졌고, 고도차가 크기 때문이다. 그 정도의 고도차는 링크스의 특징으로 볼 수 없지만 코스의 스타일이나 페스큐 잔디는 확실히 링크스 스타일이다.


한 세대 전만 해도 US오픈이 체임버스베이 같은 링크스 코스에서 개최되는 건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링크스 골프를 모두가 좋아하는 건 아니다. 취향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걸까.
미국 사람들은 오거스타 내셔널 같은 코스에 익숙하다. 실제로 푸른 잔디, 스팀프미터 13의 그린스피드, 만발한 꽃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링크스의 혹독한, 또는 금욕적인 풍경을 좋아하고, 개인적으로도 그런 곳에서 플레이하는 게 훨씬 재미있다고 생각한다. 페어웨이도 더 넓다. 그곳들은 스코어를 허물어뜨리려는 게 아니라 재미를 주는 게 목적이다.


밴돈 듄스를 개발하게 된 계기는 뭐였나.
1970년대 말부터 1980년대 시카고에서 가장 유명한 골퍼는 하와이안오픈 우승 경력이 있는 개리 그로였다. 그는 투어에서 오랫동안 활동하다 하일랜드파크에 있는 봅올링크의 수석프로가 돼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기도 했다. 개리는 지금도 그곳의 소속 프로인데, 아일랜드 여행 얘기를 자주 꺼내곤 했다. 그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코스가 로열 포트러시라기에 나는 아일랜드에 가서 로열 포트러시와 로열 카운티 다운에서 여러 번 플레이를 해봤다. 아름다운 모래언덕과 위대한 홀을 갖춘 링크스 코스의 플레이는 환상적인 경험이었다. 그래서 스코틀랜드에도 갔다. 로열 도노크에서 플레이를 했는데, 미국인들이 그곳을 얼마나 많이 찾는지 알고는 깜짝 놀랐다. 그때는 이미 파인밸리에 대한 오마주라고 할 수 있는 듄스 클럽을 만들었을 때였다. 그곳도 링크스 스타일의 코스다. 그러고 났더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런 코스를 또 만들어보고 싶은데 어디를 모델로 삼아야 할까?” 그리고 영국에서 모델을 발견했다. 로열 포트러시와 도노크였다.


누구나 플레이할 수 있으면서 위대한 코스를 지어야한다는 점을 중요하게 생각했나.
수준 높은 퍼블릭 코스의 사업성은 일부나마 미국 최고의 코스들이 거의 대부분 회원제라는 사실에서 나온다. 골퍼들은 코스 랭킹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한다. “오거스타, 파인밸리, 메리온에서 플레이를 해봐야지.” 하지만 그런 코스에서 플레이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걸 이내 깨닫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에서 골프를 들여와 이걸 엘리트들만의 게임으로 만들어버렸다는 얘기인가.
그런 셈이다. 우리는 거기에 골프카트까지 추가했다. “챔피언십 코스로 아주 어렵게 만들고, 완전한 회원제로 만들고, 카트를 추가하자.” 이런 게 미국이 골프에 기여한 점들이다.


미국 골프에 만연한 경향이나 태도를 바꾸려 했던 건가.
밴돈 듄스 개발은 투자 행위와 멍청한 행동의 중간이라고 할 수 있었다. 영감으로 작용한 곳은 도노크 또는 포트러시였는데, 나중에 내셔널 골프 링크스에서 플레이를 하고 또 다른 모델을 개발했다. 이곳은 내가 미국에서 가장 좋아하는 코스다. 다양한 플레이가 가능하고, 너무나 재미있고 아름다운 확실한 링크스 스타일이다. 내셔널이 퍼블릭이라면 엄청난 성공을 거둘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자연의 아름다움이 그렇게 환상적인데도 밴돈 듄스는 조금 과소평가된 느낌이 있다. 숙소가 상대적으로 소박하고, 바다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아무도 자동차로 달려와서 트렁크에 있는 클럽을 꺼내주지도 않는다. 모두 의도된 것인가.
미국의 골프는 엘리트 스포츠가 됐다. 럭셔리를 지향해야 했다. 도널드 트럼프는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고, 그렇게 해서 효과를 봤다. 하지만 스코틀랜드나 아일랜드에 가보면 골프가 볼링처럼 평범한 게임이다. 나는 스코틀랜드나 아일랜드의 분위기를 최대한 살리고 싶었다. 그것도 재미의 일부다. 지금까지 본 클럽하우스 중 가장 큰 곳을 떠올려보라. 그게 당신이 플레이를 하고 집에 가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나? 요란한 치장은 플레이에 걸림돌이 된다.


밴돈의 성공이 여전히 놀라운가.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를 찾아가던 골프광들이 이제는 밴돈으로 오고 있다. 그리고 우리 시설에서 라운드를 하는 건 대부분 밴돈보다 스코틀랜드나 아일랜드에 가기가 훨씬 더 어려운 미국 서해안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다.


밴돈의 모든 코스를 전부 다른 설계가에게 의뢰하는 것도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여러 개의 코스를 갖춘 리조트 중 상당수가 1명의 설계가의 손에서 탄생했다는 사실은 놀랍다. 설계가들끼리 경쟁을 하게 만들면 한 사람에게 모두 의뢰했을 때에 비해 훨씬 나은 두 번째나 세 번째 코스를 얻게 된다. 스타일은 모두 다르지만, 중요한 건 승부욕이다. 톰 도크에게 퍼시픽 듄스를 의뢰했을 때 그는 데이비드 맥레이 키드의 밴돈 듄스보다 더 나은 코스를 만들겠다는 의욕에 불탔고, 그들은 그때부터 서로 경쟁을 벌였다.


링크스 코스는 찾아가기 힘들고 여행 경비가 많이 든다. 이런 점이 한계로 작용할까.
안타깝게도 거리가 멀면 비용이 많이 들고 찾아가는 게 불편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런 게 매력이 되기도 한다. 나는 이런 얘기를 많이 들었다. “너무 오래 걸렸지만 고생한 보람이 있네요.” 시간과 돈을 투자하면 링크스 코스의 재미, 그리고 모래언덕과 바다의 아름다움이라는 보상을 얻게 된다. 바다는 엄청난 요인이다. 밴돈을 사우스다코타에 지었다면 우리는 코스를 하나밖에 갖지 못했을 것이다.


얼마 전 밴돈 듄스 남쪽으로 조금 떨어진 바닷가 앞의 부지를 매입해서 길 핸스에게 밴돈 링크스라는 시립 코스 설계를 의뢰했다. 이 프로젝트는 지금 어디까지 진행된 상태인가.
2020년 개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곳은 밴돈 듄스보다 더 저지대여서 바다가 포효하는 소리가 들리고 파도가 칠 때 물보라가 일어나는 것도 볼 수 있다. 가장 큰 위험요소는 해발 높이가 1.5미터에 불과하기 때문에 쓰나미라도 닥치면 엄청난 피해를 입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부지의 가치가 너무 뛰어나서 포기할 수 없었다. 톰 도크가 퍼시픽 듄스에서 다뤘던 것처럼 크고 작은, 비틀린 모래언덕들이 있는 곳이다.


왜 시립 코스인가.
지역 주민들은 밴돈 듄스를 한결 같이 지지해줬다. 우리가 지역의 관광산업에 큰 기여를 하고 사람들도 많이 고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린피 가격은 지역 골퍼들에 맞춰 책정되지 않았다. 현지 골퍼가 밴돈 듄스에서 플레이를 하는 경우는 드문데, 겨울에도 그린피가 75 달러이기 때문이다. 보통 12~29 달러를 내고 플레이를 하는 지역에서는 굉장히 비싼 가격이다. 밴돈 링크스에서는 지역 주민들이 20달러만 내면 되고, 캐디 프로그램의 멘토가 되겠다고 동의할 경우 10달러만 내고 플레이를 할 수 있다.


미국 골프 업계의 미래에 대해서는 비관적인 전망이 많다. 당신도 우려하는 입장인가.
그렇다. 너무 비싸고 시간도 너무 많이 든다. 이 두 가지가 핵심인데, 모두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저렴한 코스들도 많다. 플레이를 빨리 마치고 싶다면 매치플레이나 2인조로 플레이를 하면 된다. 그리고 스코틀랜드에서처럼 시간이 많지 않더라도 2시간이면 너끈히 플레이를 마칠 수 있도록 처음 30분(티타임의)은 투섬으로 편성해도 된다. 내가 결정권자라면 전국의 모든 코스에 캐디 프로그램을 만들고, 캐디를 고용하도록 강력하게 장려할 것이다. 캐디 프로그램을 통해 30~100명의 아이들이 용돈을 벌면서 인생 수업을 할 수 있게 해주고 싶다. 그중 상당수는 골프를 평생 즐기게 될 것이다.



젊은이여, 북서부로 가라
밴돈과 체임버스베이 외에, 북서부에서 반드시 플레이해야 할 5개 골프장을 소개한다.

프롱혼(니클로스 시그니처)
오리건주 벤드

여름에 건조하면서 온화한 낙원 같은 벤드의 기후도 즐거움을 더해준다. 프롱혼(pronghornclub.com)에는 용암과 해발 975미터 고지 사막의 관목들 사이를 구불구불 지나가며 100대 퍼블릭 코스에서 38위에 랭크된 잭 니클로스의 레이아웃이 있다.

선리버 리조트(크로스워터)
오리건주 선리버

역시 벤드 인근에 위치한 이 아름다운 코스(sunriver-resort.com)는 누구나 플레이할 수 있는 미국 코스 랭킹에서 62위에 올랐다. 봅 컵과 존 포트는 산을 병풍처럼 두르고 코스를 이리저리 가로지르는 리틀 데슈트 강을 적절히 활용했다.

펌프킨 리지(고스트 크릭)
오리건주 노스플레인스

포틀랜드 교외에 위치한 펌프킨 리지의 고스트 크릭(pumpkinridge.com)은 누구나 플레이할 수 있는 코스 랭킹 56위에 오른 곳이다. 습지와 숲, 그리고 길제 자란 페스큐 잔디 등이 궤도에서 빗나간 샷을 위협하는 코스다.

갬블 샌즈 ▲
워싱턴주 브루스터

워싱턴으로 넘어가면 갬블 샌즈에서 한바탕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gamblesands.com). <골프매거진>이 선정한 2014년 최고의 신설 코스인 이곳은 데이비드 맥레이 키드가 설계했다. 다양한 전략을 선택할 수 있는 홀들이 고지 사막의 거대한 모래 언덕을 가로지른다. 아름다운 콜롬비아 강의 풍경은 덤이다.

골드 마운틴(올림픽)
워싱턴주 브레머튼

워싱턴주에서 가격 효율성이 가장 높은 곳. 골드 마운틴의 올림픽 코스(goldmountaingolf.com)는 조던 스피스가 우승한 2011년 US주니어아마추어 개최지였다. 전반 9홀은 평평하며 나무가 울창하지만 언덕 지형인 후반에서는 모험을 감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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