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김형성. 해외 무대에서 습득한 다양한 경험을 통해 한층 성숙한 프로 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그가 올 시즌을 맞이하는 마음가짐, 한국골프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KPGA 투어의 최근 마지막 부흥기는 2008년이었다. 20개의 대회가 개최됐고 많은 스폰서 기업들이 대회 개최 및 선수 지원에 적극 나서며 투어 분위기는 그야말로 장밋빛이었다. 김형성(35, 현대자동차)은 2008년 KPGA 투어 올해의 선수(대상)로 선정된 후 2009년 일본 무대에 진출했다. 이윽고 한국과 일본 무대에서 차례로 톱클래스 선수로 인정받았고, 이제 미국 무대로 조금씩 발을 넓혀가며 정진하고 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김형성이 일본 무대에서 활약하기 시작한 2009년부터 KPGA 투어가 침체의 늪에 빠지고 말았다. 그래서인지 김형성은 그 누구보다 KPGA 투어의 침체를 진심으로 안타까워한다. 해외활동 탓에 국내 남자 투어의 고난에 도움을 주지 못한 마음이 큰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는 미국과 일본에서의 경험담, 가족 이야기를 할 때는 특유의 환한 미소를 띠었고, KPGA 투어를 언급할 때마다 진심어린 애정과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여전히 ‘스마일맨’의 DNA는 남아있었지만 자신의 골프 인생과 한국 골프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진중함이 돋보였다.


2014 시즌을 마치고 바로 미국 PGA 투어 1월 대회에 참가했다. 쉴 틈이 있었나.
12월 첫 주에 정규 시즌 마지막 대회를 마치고 바로 이벤트 대회에 참가했다. JGTO, JLPGA, 일본 시니어 투어의 상금랭킹 상위권 선수들만 참가하는 히타치 3투어 챔피언십이라는 대회다. JGTO에서는 내가 출전했고, JLPGA에서 (안)선주, (이)보미, (신)지애가 출전했다. 일본프로골프의 의미 있는 이벤트에 한국 선수가 4명이나 참가해 자부심을 느끼기도 했다. 그리고 스폰서 주최의 크고 작은 대회와 각종 이벤트 참가로 12월을 정말 정신없이 보냈다. 아주 잠깐 쉬었다가 바로 하와이행 비행기를 탔다.

시즌 개막 전에는 한 달 정도 여유가 있는데. 아무래도 해외파다 보니 가족들과의 시간이 소중할 것 같다.
쉴 시간이 많이 부족하긴 하지만 시간이 나면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조용한 곳으로 여행을 간다. 예를 들면 일본 온천 등이다. 최근에는 대회도 있고 해서 온 가족이 하와이에 동행해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두 딸 많이 컸나.
올해 큰 딸 무진이가 일곱 살. 작은 딸 아진이가 네 살됐다. 작은 딸이 얼마 전 유치원에 입학해서 태국 동계훈련을 마무리 짓고 부랴부랴 한국에 들어왔다. 둘째는 태어났을 때 함께 하지 못했고, 돌잔치도 챙겨주지도 못했다.
지금까지 해준 게 아무것도 없었고 함께 시간을 보낸 날도 많지 않아서인지 나와 별로 안 친하다(웃음). 그런데 이번에 하와이에서 3주 가까이 지내면서 많이 친해졌고, 조금이나마 아빠 노릇을 한 것 같다.

아들 욕심이 조금은 있을 것 같은데.
1명 더 가질 계획이다. 그런데 아내를 만날 시간도 별로 없다. 딸이든 아들이든 상관없지만 이왕이면 아들이면 좋겠다(웃음).

아이들을 골프선수로 키울 생각은 없나. 요즘 KLPGA 투어 잘나가는데.
내가 우리 아버지에게 정말 감사해하는 것 중 하나는 좋아하는 걸 마음껏 하게 해준 것이다. 나 역시 자식들에게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선택하고 마음껏 활동할 수 있게끔 해주고 싶다. 그래서 견문을 넓힐 수 있도록 여행도 많이 보내고 있다. 골프는 꼭 선수가 아니라 취미로라도 즐기게 하고 싶다.

2009년 일본 생활을 시작할 때부터 가족들이 항상 함께 했나.
그렇게 먼 거리가 아니기 때문에 가족들은 한국에 계속 있었다. 그런데 어깨부상으로 고생했던 시기에는 1년에 한두 번 정도밖에 한국에 가지 못했다. 보통 1년에 서너 번 정도 한국에 가고 가끔 가족들도 일본으로 오곤 한다.

아내의 특별한 내조법이 있나. 스포츠 선수들은 아내가 내조를 잘하면 성적이 좋다. 야구선수 추신수의 아내는 마사지를 잘하던데.
마사지는 전담 트레이너가 있어서 괜찮다(웃음). 내 아내의 가장 탁월한 내조를 꼽자면 신경을 하나도 안 쓰게 해준다는 것이다. 골프선수의 생활, 특히 해외에서 활동하는 내 생활을 잘 알고 이해해준다. 해외에서 선수 생활을 하면서 아내와 시간을 보낸 기간이 1년4개월 정도 밖에 안 될 것이다. 1년에 두어 달 정도니까. 게다가 한국에서도 만날 지인들이 너무나도 많다. 그걸로 불평하지 않고 너그러이 받아들여주는 이해심이 있어서 내가 골프에 더 집중할 수 있다. 그게 내 아내 최고의 내조라고 생각한다.

부상, 약간의 슬럼프를 거쳐 2012년부터 JGTO 우승 맛을 보기 시작했다. 현재까지 통산 3승을 기록 중인데, 성공적인 일본 투어 생활을 했다고 생각하는지.
해마다 만족은 하고 있다. 전체적인 성적에 비해서 우승 횟수는 그리 많은 편은 아니지만 준우승도 많이 했고, 나름 만족스러운 성과를 거두고 있다. 전반적인 플레이를 보면 생각했던 대로 조금씩 이뤄지고 있는 느낌이다.

선수 생활하면서 한 번도 상금왕을 해본 적이 없는데.
상금왕은 나중 문제다. 세계랭킹을 끌어올려 미국 무대로 가는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얼마 전 PGA 투어 소니오픈에 참가했을 때도 생각했지만 점점 PGA 투어 대회 참가 횟수도 많아지고 조금씩 길도 보이고 있기 때문에 더 힘이 난다. 지금부터라도 더 많은 준비를 해야 한다.

근래 PGA 투어에 유독 모습을 많이 드러냈다. 미국은 골프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꿈꿔왔던 무대였나.
골프선수라면 틀림없이 누구나 그럴 것이다.

꿈에 그리던 무대에 직접 서보니 어떤 느낌인가.
예를 들면, 중국에서 열린 HSBC 대회에 출전했을 때다. 내 앞 조에 어니 엘스, 아담 스콧, 필 미켈슨이 있었고 뒤에는 더스틴 존슨, 루크 도널드가 있었다. 정말 이름만 들어도 감탄이 나오는 선수들, 세계 골프팬들의 사랑을 받는 최고의 스타들이 내 앞뒤에 있다는 사실이 정말로 놀라웠다.

그럼 한 조에서 동반 플레이를 펼쳤던 선수들은 누구였나.
키건 브래들리와 로버트 앨런비였다. 특히 나보다 여섯 살이나 어린 동생 키건 브래들리의 덩치가 너무너무 컸던 게 기억에 남는다. 샷거리는 또 얼마나 긴지. 지금도 골프가 재미있지만 그때의 새로운 경험을 거치니까 골프가 더 재미있어졌다. 왜 사람들이 PGA 투어를 강조하는지 그제야 깨달았다. 정말 환상적이었다. 더 열심히 준비해서 미국 무대로 빨리 가야겠다.

2012년에 한 차례 PGA 투어 퀄리파잉스쿨에 응시했으나 아쉽게 낙방했다. PGA 투어 관문의 높은 벽을 실감했나.
휴, 그 때만 생각하면… 파이널 스테이지 17번홀까지 7언더파를 기록했다. 라운드 내내 약간의 미스를 범하면서 갔기 때문에 불안한 마음이 있었는데, 순위를 보니 버디 하나 이상만 하면 충분히 25위 안에 들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윽고 마지막 18번홀에서 드라이버 티샷을 멀리, 그것도 똑바로, 정 가운데로 보냈다. 라이도 완벽했다. 게다가 핀 위치가 우측 앞쪽이었다. 그린 주변에 워터해저드가 있었지만 페이드 구질을 구사하는 나에게 얼마나 완벽한 기회인가. 그런데 맞바람이 너무 강해서 볼이 짧아 워터해저드에 빠졌다. 결국 트리플보기를 범하면서 기회를 날렸다. 욕심을 부리지 않았더라면 조건부 시드를 획득할 수도 있었는데. 25등 안쪽만 생각했다. 너무 아쉬운 기억이다.

이후 퀄리파잉스쿨 제도가 폐지됐다. 미국 진출을 위해서는 방향을 바꿀 필요가 있었는데.
다소 무모하게 웹닷컴 투어를 거치기보다는 세계랭킹을 이용하는 게 현명하다고 판단했다. 당시 세계랭킹 포인트가 60위권으로 한국 선수들 중 가장 높았고. 일본에서 상금랭킹 2위를 기록하는 등 분위기가 괜찮았다. 세계랭킹 50위권에 들면 PGA 투어 4대 메이저와 WGC 시리즈에 출전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그런데 문제는 미국과 달리 일본은 비시즌이 존재한다. 12월 초에 시즌이 마무리되면 이듬해 4월에 새로운 시즌이 시작된다. 그러니 겨우내 세계랭킹 포인트를 잃을 수밖에 없고 미국에서 활동하는 선수들은 포인트를 선점한다. 그래서 나도 유러피언 투어 등 참가할 수 있는 대회를 물색했지만 쉽지 않았다. 지금이 상당히 감이 좋은 편이라 더욱 아쉽다. 물론 한국 들어와서 1주일째 연습은 안 하고 있지만(웃음).

그럼 PGA 투어 대회를 총 몇 개 경험해본건가.
총 7개, 그중 메이저가 3개(US오픈, 브리티시오픈, PGA 챔피언십, WGC 캐딜락 챔피언십, 소니오픈, HSBC 챔피언십, 메모리얼 토너먼트)다. 처음 참가했던 대회는 앞서 말한 HSBS 챔피언십이었고, 첫 메이저 참가는 2013년 브리티시오픈이었다. 한식당이 없는 지역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한국 음식을 많이 챙겨가서 최경주, 양용은 선배와 함께 밥을 해먹던 기억이 난다.

PGA 투어에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뮤어필드에서 열린 브리티시오픈에 참가했을 때다. 시골도 그런 시골이 없더라. 겨우겨우 중식당을 찾아 갔는데, 거기에 있던 현지인들이 글쎄 나를 알아보더라. 그 사람들은 나를 "HS"라고 부르며 우리 테이블에 음료도 시켜주고 친근하게 대화를 걸어왔다. 그 사람들은 동양에서 온 낯선 선수를 연습라운드부터 쭉 지켜봐왔던 거다. 그러더니 "몇 번홀 플레이 정말 멋졌다"고 칭찬해주더라. 이곳 사람들은 정말 골프를 사랑하고, 받아들이는 인식 자체가 남다르다. 이래서 골프 발상지는 특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골프가 우리나라와는 정말 다르게 인식되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 가까운 일본만 해도 우승하고나면 길거리 택시기사가 알아보고, 공항에서 수화물 서비스를 해준다. 미국, 영국 사람들은 내 이름을 알고 와서 사인요청을 하고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준다. 그래서일까. 더욱 PGA 투어에 가고 싶은 마음이 강해졌다. 메모리얼 토너먼트에서는 클럽하우스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데, 잭 니클라우스가 “우리 코스에서 열리는 대회에 참가해줘서 고맙다”며 직접 의사표현을 하더라. 그들의 골프 문화, 사람들의 성향을 경험해보니 정말 골프를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진다. 최경주 선배가 많은 후배 선수들에게 귀감이 되고 존경을 받는 이유 중 하나도 이러한 경험들을 토대로 많은 조언을 해줄 수 있기 때문인 것 같다.

프레지던츠컵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이미 배상문, 노승열, 최경주 등 많은 선수들이 프레지던츠컵 출전 욕심을 내더라.그들을 제치고 한국 대표로 나설 자신 있나.
포인트 때문에 시합이 없는 게 너무 아쉽다. 지금 감이 상당히 좋다. 그리고 많은 국가대항전에 출전해봤는데, 나에게는 프레지던츠컵이 마지막이다. 마스터스까지 나가면 내 꿈을 이룰 수 있다. 아시아를 대표해서 꼭 나가고 싶다. 그래서 잭 니클라우스 골프클럽에 가서 라운드도 한다.

올 시즌은 그 어느 해보다 목표가 많을 것 같다. 그 많은 목표들 중 우선순위를 매겨본다면.
1순위는 단연 프레지던츠컵이다. 아시아 최초로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는 만큼 의미가 크다. 일본 선수들은 대한민국이 일본을 제치고 아시아 최초로 프레지던츠컵을 개최하는 것에 대해 정말 놀라워한다. 대통령도 힘을 실어주고 있고, 전 세계에서 프레지던츠컵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더욱 출전하고 싶다. 그리고 세계랭킹을 빨리 끌어올려 마스터스에도 출전하고 싶다.

소위말해 30대가 ‘꺾였다.’ 후배들에게 뒤처지지 않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3년 전부터 전담 피지컬 트레이너와 함께 다니고 있다. 확실히 트레이너와 함께 하고부터 몸 상태가 훨씬 좋아진 느낌이다. 이제 내 위로 10명도 안 된다(웃음).

우리나라가 유독 투어에서 활동하는 선수들의 평균 연령이낮은 편이다.
맞다. 내가 일본에서는 중간에서 조금 위 정도다. 20대 초반의 어린 선수는 그리 많지 않다. PGA 투어도 평균 연령이 높은 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고참 선수들이 잘 보이지 않는 건 실력 때문이 아니다. 나이가 들면 가정을 위해 돈을 벌어야하는데 대회가 없다. 상금랭킹 상위권이 아닌 이상 생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어린 친구들은 단지 목표만 바라보고 투어 생활을 할 수 있지만 중년 선수들은 그렇지 않다. 나와 같이 프로 생활을 시작했던 친구들도 실력이 부족해서 투어 생활을 포기한 게 절대 아니다. 너무 안타까운 일이지만 생계를 위해 다른 길을 찾는경우가 굉장히 많다. 나는 운이 좋아서 KPGA 투어의 분위기가 괜찮을 때 해외 무대로 건너갔지만 우리나라 남자 골프를 생각할 때마다 아쉬운 마음이 크다.

현역 생활 중 반드시 이루고픈 목표가 있나.
PGA 투어 대회 우승이다. 이것에 대해 조금 서운한 사연이 있다. 내가 JGTO 메이저 챔피언십에서 우승했을 때다. 일본에서 가장 권위 있는 대회인데도 바이런 넬슨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배)상문이한테 완전히 묻혔다(웃음). 관심도의 차이가 꽤 많아 속상했던 게 사실이다. 어쨌든 한국 KPGA 선수권, 일본 JGTO챔피언십도 우승했으니 미국 PGA 챔피언십도 우승하고 싶다.

몇 세까지 선수 생활을 하고 싶은가.
앞으로 10년. 주변에서는 너무 길게 보는 거라고 말하는데, 일본의 후지타 히로유키는 우리 나이로 45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JGTO에서 2013년 4승, 2014년 3승을 거뒀다. 그 선수를 보고 잘 준비하면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40대 중반이넘어가면 시니어 투어에 참가하고 있지 않을까.

그럼 지금이 전성기라고 볼 수 있나.
아마도. 골프를 대하는 자세도, 살아가면서 생각하는 것도 많이 성숙한 것 같다. 만족스러운 성적이 계속 나타나는 것도 고무적이다. 이게 다 많은 경험을 통해서 만들어졌다고 본다.

국내에 김형성의 미소를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다. 김형성의 스마일을 그리워하는 국내 팬들에게 한마디.
KPGA 투어에 정말 훌륭한 선수들이 많다. 선수들도 많이 노력하고 있으니 관심을 많이 가져줬으면 한다. 한국남자프로골프투어 2006년~2008년에 분위기가 정말 좋았다. 그때의 분위기가 다시 한 번 재현됐으면 한다. 또 외롭고 힘든 가운데서도 국위선양을 위해 노력하는 해외파 선수들에게 많은 관심과 칭찬 바란다.

[김형성 Profile]
생년월일: 1980년 5월 12일
신장: 180cm
프로데뷔: 2006년
주요기록
2012 JGTO KBC 오거스타 골프 토너먼트 우승
2013 JGTO 니신 컵누들컵 우승
2014 JGTO PGA 챔피언십 더 크라운스 우승

[김형성의 PGA 투어 실적 보고]

2013
브리티시오픈
CUT OFF

2014
소니오픈
2언더파 278타, 공동 65위
WGC 캐딜락 챔피언십
6오버파 294타, 공동 34위
메모리얼 토너먼트
3오버파 291타, 공동 65위
US오픈
CUT OFF
브리티시 오픈
CUT OFF
PGA 챔피언십
CUT OFF
WGC HSBC 챔피언십
10오버파 298타, 63위

2015
소니오픈
8언더파 272타, 공동 30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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