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실력?
단순, 리듬, 자신감이면 OK!

한연희(뒷줄, 맨 왼쪽) 감독이 <서울경제골프매거진> 2015년 1월호에서 발표한 ‘올해를 빛낼 10대 인물’에 선정됐다. 사진은 1월호 표지.
"보상심리로 자녀들 골프시키면 곤란하다"
'우승 제조기', '한국의 데이비드 레드베터'
다름 아닌 '100억원의 소녀' 김효주(롯데) 스승이기도한 한연희(55) YG엔터테인먼트 골프 아카데미 감독에게 따라붙는 별명이다. 그만큼 그는 탁월한 지도력을 발휘하면서 골프 교습의 '미다스 손'으로 통한다. 그의 지도를 받은 유명 프로도 셀 수 없이 많다.최근에는 가수 출신 양현석 씨의 YG엔터테인먼트가 새롭게 사업 영역을 넓힌 골프 사업 파트 가운데 하나인 골프 아카데미 감독을 맡아 관심을 끌었다.
또 그는 <서울경제 골프매거진>이 골프기자 5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2015년 한국 골프를 빛낼 인물' 9위에 오를 정도로 가장 잘 나가는 인물이다. 교습가가 10대 인물에 뽑힌 것은 한 감독이 처음이다. 그는 1988년 투어에 입문했지만 이렇다 할 성적없이 고질적인 허리 부상으로 일찍 현역 생활을 접고 지도자의 길로 나섰다. '선수시절 꼴찌에서 지도자 1등'으로 우뚝 선 인생역전의 주인공을 만나 그의 골프관과 골프 잘 하는 법을 들어봤다.


요즘 인기 상종가다. 골프 지도자로서 보람을 느낄 것 같은데.
특정 선수를 떠나 내가 가르친 모든 선수가 잘됐으면 좋겠다. 단적인 표현을 하자면 2002년 월드컵 당시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을 맡아 승승장구하던 히딩크 감독이 "나는 아직도 배가 고프다"라고 했던 말과 비슷한 심정이랄까. 제자들이 우승을 할 때 보람을 느끼지만 그 만족의 끝은 없는 것 같다.

작년 시즌 현재 가르치고 있는 선수가 무려 10승 이상을 기록한 것으로 알고 있다. 정확히 몇 승을 거뒀나.
제자들이 프로 무대에서 11승, 주니어 아마추어 대회에서 5승 등 총 16승을 올렸다. 이 가운데 프로에서는 김효주가 7승, 박상현과 김우현이 각각 2승씩을 거뒀다.

국가대표 감독 시절이던 2006년(도하)과 2010년(광저우) 아시안 게임에서 2회 연속 골프 전종목(남여 개인, 단체전) 석권의 위업을 이뤘다. 그러나 감독직을 맡지 않은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서는 여자부 개인전 금메달 1개에 그쳤다. 어떻게 생각하나.
나는 사실 준비된 지도자가 아니었다. 해외에서 체계적으로 공부를 한 것도 아니다. 운이 좋았고, 우수한 재능을 가진 선수들을 만났던 것 같다. 대표적인 선수인 김효주를 비롯해 김경태, 김대섭, 박상현, 김도훈, 김영, 지은희 등 수 없이 많다.
2014년 아시안게임을 홈 무대에서 치르면서도 금메달 1개 획득에 그친 것은 홈그라운드에 대한 부담감이 컸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 중국, 대만 등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선수 저변이 그만큼 넓어졌고, 기량도 평준화 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앞으로 유소년 골프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는 중국의 급속한 도약이 예상된다. 현재 중국 선수들의 기량이 한국 선수의 60~70%에 근접했다고 볼 수 있다.



그동안 가르친 제자가 총 몇 명이나 되고, 그들이 몇 승을 기록했는지 알고 있나.
제자와 스승의 선을 긋기는 참 애매하다. 조금 배우다 그만둔 선수도 있고, 국가대표 시절 한시적으로 훈련한 선수 등도 있다. 그래서 나를 스승이라고 인정해야 나도 제자라고 한다. 나를 통해 스쳐간 선수는 수백 명이 넘겠지만 나를 진정으로 스승이라고 말하는 선수가 몇 명이나 될지는 모르겠다. 그러니 당연히 총 몇 승의 기록 등도 큰 의미가 없는 것 아닌가.

역시 요즘 대세인 수제자 김효주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김효주와의 인연은.
효주가 초등학교 5학년 때인 2006년 그의 아버지와 함께 내가 운영하는 남서울CC 연습장에서 처음 만났다. 효주가 당시 어린이답지 않게 침착하고 총명해보였던 것으로 기억난다.

김효주의 골프 잘하는 비결이랄까, 장점 등은 무엇인가.
나이답지 않게 목표가 뚜렷하다. 그리고 성실하며 노력파다. 스윙적인 측면에서는 유연성과 리듬감이 탁월하다. 여기에 겉보기와는 달리 골프에서 가장 중요한 강한 멘탈의 소유자이기도하다. 외유내강형의 승부사 기질을 가졌다고 보면 된다. 효주가 어떤 상황에서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 이유다.

김효주가 올해 본격적으로 미국여자프로골프무대에 진출했다. 어떻게 전망하나.
효주가 LPGA 투어에 진출했다고 해서 예전과 특별히 달라지는 건 없다. 환경이 좀 바뀌었을 뿐이다.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너무 의식하지 않고 평소 실력을 발휘한다면 개인적으로 2승 정도는 거두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래도 국내에서의 활동과는 달리 많은 환경 변화가 있고, 쟁쟁한 선수들과 겨뤄야하는데 보완할 점이 있다면.
무엇보다 체력 관리가 관건으로 보인다. 미국 무대에 주력하지만 이동거리가 멀다. 또 지난해 국내에서 5승을 거둬 타이틀 방어에 나서야 하는 대회와 스폰서 주최 대회 등에도 출전할 계획이므로 미국과 한국을 오가야하는 강행군이 예상된다. 국내 활동 때와는 달리 체력 유지를 위한 영양사 동반 등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최근 YG엔터테인먼트의 계열사로 골프 아카데미 감독을 맡았다. 어떤 역할을 하게 되나.
YG엔터테인먼트가 사업 영역을 골프로 확대하면서 우연히 얻은 기회이기도 하다. 국내 대형연예 기획사에서 골프 종목에 진출한 것은 큰 변화이자 새로운 스포츠 마케팅의 돌파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보다 더 체계적이고 많은 투자가 예상되는 만큼 좋은 선수들을 배출할 길도 넓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개인적으로도 새롭게 출발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역 프로 활동을 빨리 접고 지도자로 나선 이유는.
1988년 한국프로골프협회 정회원으로 프로에 데뷔했다. 당시 프로 입문 동기가 한국남자프로의 간판인 최광수, 신용진 등이었다. 그러나 나는 고질적인 허리부상으로 95년 현역선수를 그만두고 이듬해 고향인 춘천에서 골프연습장을 열었다.

골프를 하게 된 동기와 현역 때 최고 성적은.
79년 서울 화양리에 있던 한아름 백화점에 월급 8만 8,000원을 받고 직원으로 입사했는데 한아름 백화점 김진석 사장이 나의 운동 소질을 보고 골프채를 주면서 골프를 해보라고 한 게 계기였다.
1988년 프로 입문이후 톱10에 두 번 입상한 게 최고 성적이었던 것으로 기억다. 체격조건과 운동 소질은 남달랐지만 고질적인 허리부상으로 선수로 빛을 보지 못한 게 지금도 아쉽다. 1989년부터 제주 오라골프장에서 헤드프로로 일하면서 제주 출신의 유망주 서종현, 김대섭 프로 등을 지도하면서 레슨에 눈을 떴고, 1995년 프로생활을 접고 고향인 춘천에서 골프연습장을 연 뒤 본격적인 지도자 길에 들어섰다.

평소 레슨을 하면서 가장 중시하는 점은.
그립잡기 등 기본적인 기술은 당연히 중요하다. 하지만 스윙은 고정틀에 얽매이지 않는다. 왜냐하면 자신의 체형에 맞는 스윙이 있기 때문이다. 개개인의 체형과 유연성 등에 맞는 스윙을 살려줘야 편하게 골프할 수 있다. 그 가운데 기본적인 골프 원리와 기술을 접목하면 쉽게 적응할 수 있다. 김효주도 마찬가지다. 그의 유연성 등이 멋진 스윙으로 이어지는 것이지 결코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이제 본격적인 골프 시즌이 왔다. 아마추어 골퍼들에게 골프 잘 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다면.
골프는 정직하다. 연습하고 노력한 만큼 스코어가 나온다. 그렇다고 너무 어렵게 생각할 필요도 없다. 완벽을 기하다보면 오히려 부담감으로 작용해 더 어려워진다. 자신의 체형에 맞게 단순한 스윙을 만들고 자신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그리고 바쁜 일상 속에서도 빈 스윙을 하거나 유연성을 위한 가벼운 스트레칭 등을 습관화 할 필요가 있다. 또 꼭 필드가 아니더라도 실내연습장 등을 이용해 스윙감각을 유지하면 실력향상에 크게 도움이 된다.
결론적으로 한꺼번에 몇 타를 줄이겠다는 조바심을 버리고 즐겁게, 꾸준히 즐기다 보면 골프실력은 자연스럽게 좋아진다.

아들도 골프선수로 활동하고 있다. 자녀를 골프선수로 키우려는 부모들에게 해 줄 말이 많을 것 같다.
골프가 돈이 많이 들어가는 운동임에는 틀림없다. 이 때문에 보상심리로 아이들을 골프시키는 부모가 많은 것 같다. 꼭 그렇지만은 않겠지만 보이지않게 아이들에게는 큰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자녀의 의지와 자질 등을 잘 체크해 볼 필요가 있으며 단기적인 승부 보다는 장기적으로 봐야한다. 우리 아이도 국가대표 상비군을 거친 골프선수인데 부모 입장에서 보면 항상 부족하고 안타깝다. 누구보다 잘 가르치고 싶지만 바람대로 되는 게 아니다. 그게 골프다.

앞으로 목표가 있다면.
제대로 된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싶다. 우리나라 선수들의 골프기량은 최고 수준이지만 선수들이 마음 놓고 훈련할 수 있는 환경이 열악하다. 큰 외형보다는 제대로 된 시스템과 충분한 연습 공간 등을 갖춘 아카데미를 마련하고 싶다.

Mini Interview
김효주가 말하는 스승 한연희
김효주에게 스승인 한연희 감독의 장.단점을 묻자 잠시 고민하던 그는 단점부터 꼽았다. “지도할 때 말을 많이 하지 않는다. 한 두가지만 짚어주고 만다. 표현이 부족한 것 같고 처음 접하는 사람은 오해하기 쉬운 스타일이다. 그러다보니 쉽게 접근하기 어렵다. 한마디로 말없는 무서운 호랑이 선생님, 아니면 무뚝뚝한 상남자라고 할까”라며 스승의 눈치를 살폈다.
그럼 장점은 무엇일까. 김효주는 “특별한 장점은 모르겠는데 단점이 장점인 것 같다”고 했다. “스윙이 안 된다고 느낄 때 지도를 받아보면 다른 사람 같으면 조바심 내서 이것 저것 지적하고수정해 줄텐데 감독님은 그럴수록 레슨지도가 더 단순해지는 게 특징이다. 세부적인 지도보다 기본적이고 단순한 레슨을 해준다”며 “처음에는 무슨 뜻인지 이해 못했는데 지금은 그 방법이 더 효과적이라는 걸 알 수 있다. 기계적인 스윙이 아니라 내 자신에 맞는 스윙을 자연스럽게 익히는 데 도움되는 것 같다” 고 말했다.
김효주의 마지막 멘트가 인상적이다. “감독님은 다른 사람들이 밖에서 볼 때는 어려워 보이지만 막상 만나보고 친해지면 그렇게 인간적일 수가 없다. 한마디로 계산이 없는 사람이다. 감독님과 한 번 만나 보시라니까요!”

한연희 Profile
출생: 1960년 2월13일(강원 춘천)
학력: 동국대학교 정보산업대학원
프로데뷔: 1988년
경력: 2003~2011년 골프 국가대표 감독(2006도하아시안게임,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남녀 전종목 금메달 석권) 대한골프협회 이사, 한국프로골프협회 이사 역임 현, 한연희 골프 아카데미 원장 현, YG엔터테인먼트 골프 아카데미 감독
수상: 2011년 체육훈장 맹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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