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한국 권준혁 기자] 전 세계 스포츠계가 약물로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15일(한국시간) 세계반도핑기구(WADA)가 도핑 규정을 어긴 것으로 추정되는 러시아 선수들의 명단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종목별 국제경기연맹(IF)에 제공했다고 발표했다.

IOC는 2014년 러시아 소치동계올림픽에서 국가 주도의 도핑 조작 스캔들을 일으킨 러시아 선수단의 2018 평창동계올림픽 출전을 불허한 바 있다. AFP 통신에 따르면, 대신 약물 검사 위반 이력이 없는 러시아 선수들의 경우 엄격한 심사를 거쳐 개인 자격으로 평창동계올림픽에서 기량을 겨루도록 여지를 뒀다. 이들은 러시아 국기와 국가명이 빠진 OAR(러시아에서 온 선수)이라는 중립 단체 유니폼을 입을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또 다른 기사도 눈길을 끌었다. 약으로 몰락한 랜스 암스트롱(미국)의 얘기다. 그가 내년 벨기에에서 열리는 도로사이클 대회 '투어 오브 플랜더스'에 초청받았다고 AFP 통신 등이 전했다.
암스트롱은 세계 최고 도로사이클 대회 '투르 드 프랑스' 사상 최초로 7년 연속(1999~2005년) 우승을 차지하며 '사이클 황제'로 많은 찬사를 받았으나 금지 약물 사용 사실이 밝혀지면서 모든 자격과 우승 기록을 박탈당했고, 2012년 미국반도핑기구의 '평생 출전금지' 처분을 받았었다.

이처럼 사이클뿐 아니라 육상, 수영, 역도, 야구, 테니스 등 수많은 스포츠 스타들이 금지 약물에 발목이 잡혀 실격되거나 영구 제명, 일시 출장정지 처분 등의 징계를 받은 바 있다.

그렇다면, 골프는 어떨까? 골프에서도 도핑 테스트를 하고 있을까?

지난해 전 세계 프로골퍼 중 가장 많은 수입을 올린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2016 브리티시오픈을 앞둔 기자회견에서 "골프에 도핑 테스트가 더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매킬로이는 당시 "국제골프연맹(IGF)으로부터 1년에 한 번 정도 검사를 받고 있지만, 아직 혈액 검사는 받아본 적이 없다. 나는 올해 소변 검사만 한 차례 받았지만 이 검사로는 HGH(성장 호르몬) 같은 약물 사용을 적발해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만일 내가 마음만 먹었다면 이것을 사용하고도 걸리지 않을 수 있을 것"이라며 "혈액 검사를 도입하고 현행 1년에 4∼5회인 검사 횟수를 늘려야 다른 올림픽 종목과 형평이 맞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매킬로이는 "드라이브 샷에 필요한 힘이나 퍼트에 필요한 집중력 등을 고루 향상시켜주는 약물이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하며 약물의 도움으로 실제 골프를 더 잘 칠 수 있게 되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의견을 덧붙인 바 있다.

'풍운아' 존 댈리(미국) 역시 2015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의 허술한 도핑 테스트에 직격탄을 날린 적이 있다. 당시 약물 추방 운동에 소극적이라는 비난을 받았던 PGA는 댈리의 발언에 적극적인 해명을 했었다.

올해 골프계의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는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가 지난 5월 약물 복용 부작용으로 자신의 차 안에서 잠든 채로 발견돼 경찰에 체포된 사건이었다. 그때 우즈는 허리 수술 이후 고통을 제거하기 위한 목적으로 처방된 약을 복용했다고 밝혔다.

현재 세계랭킹 1위 더스틴 존슨(미국) 등의 약물 복용 논란설이 과거 불거지긴 했지만, 사실로 드러난 적은 없다.

전 세계적인 약물 추방 운동에 부응하기 위해, PGA 투어는 지난 6월 2017~18시즌부터 달라지는 도핑 검사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선수들은 현재의 소변 검사에서 혈액 체취를 통한 검사를 받게 되고, 투약 금지 약물 성분을 현재 WADA에서 금지하고 있는 모든 리스트로 확대한다는 것.
또한 적발시 상세 내용을 공개한다. 기존에 PGA 투어는 어떤 선수가 금지 약물 복용 사실이 드러나더라도 그 선수의 출장금지 기간 등을 공개하지 않아 논란에 휩싸인 바 있었다. 이런 강화된 PGA 투어 도핑 규정에 위반된 첫 선수가 지난 12일(한국시간) 공개됐다.

PGA는 마크 헨스비(46·호주)가 약물 테스트를 위한 샘플을 제공하지 않아 내년 10월까지 1년간 PGA 투어 출전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세계랭킹 1,623위 헨스비는 지난 시즌 PGA 2부투어인 웹닷컴투어에서 뛰었다. 앞서 2004년 PGA 투어 존디어 클래식에서 우승하는 등 미국과 유럽 무대에서 프로 통산 6승을 기록 중이다.

헨스비는 PGA 투어에서 도핑 규정 위반으로 출전 자격을 잃은 4번째 선수다. 2008년 PGA 투어가 도핑 테스트를 실시한 이후 2009년 더그 배런, 2015년 1월 바비크 파텔에 이어 같은 해 7월 스콧 스털링스(미국)가 적발된 바 있다. 이들 중 스털링스와 헨스비는 PGA 투어 우승 경력이 있는 선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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