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오픈 골프대회 우승자 박성현과 US여자오픈 대회장을 찾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조민욱 기자] 17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파72·6천762야드)에서 막을 내린 제72회 US여자오픈 골프대회(총상금 500만달러)는 ‘중국의 펑샨샨과 한국 그룹’으로 시작해서 ‘한국의 압승’으로 끝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문을 둘러싼 논란, 아마추어 골프선수 최혜진(18·고등학생)의 돌풍,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국내파’들의 선전, ‘메이저 무관’ 양희영(28)의 초반 활약, 그리고 ‘골프여제’ 박인비(29)의 2007년 LPGA 투어 입성 이래 US오픈 첫 컷 탈락 등 숱한 화제를 뿌린 이번 대회에서 최종 승자는 ‘슈퍼루키’ 박성현(24)이었다.

최종 라운드는 그야말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명승부였다. 3라운드까지 단독 선두였던 펑샨샨과 공동 2위 최혜진, 단독 4위로 출발한 박성현이 리더보드 맨 윗자리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이어갔다.

박성현, 최혜진, 펑샨샨 등 3명이 공동 선두를 달리고 있었던 15번홀(파5).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 홀 그린 옆에 마련된 장소에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TV 화면이 아닌 육안으로도 직접 경기 상황을 볼 수 있었던 것.

박성현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바로 넣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운 7m 버디 퍼트를 앞두고 있었다. 침착하게 시도한 박성현의 버디 퍼트는 그대로 홀 안으로 향했다. 1타 차 리드를 잡으며 단독 선두로 나서는 순간이었다.

지난 15일 트럼프 대통령은 프랑스 방문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워싱턴 백악관이 아닌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에 위치한 자신이 소유한 골프장을 찾아 이곳 대회장에 머물면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는 구호가 적힌 모자를 쓰고 선수들의 경기를 관전했다.

하지만 경기 내내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미국 선수들은 없었다. 최종 성적에서도 톱10 안에 중국의 펑샨샨과 스페인의 카를로타 시간다를 제외한 8명이 한국 국적의 선수였다.

최혜진도 15번홀에서 버디를 잡아내며 공동 선두로 따라붙었지만, 곧 이은 16번홀(파3)에서 티샷이 물에 빠지는 바람에 더블보기를 기록하면서 우승 경쟁에서 밀려났다. 펑샨샨에게 1타 앞선 단독선두에 있던 박성현은 17번홀(파4)에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이날 출전 선수를 통틀어 버디가 4개밖에 나오지 않은 어려운 이 홀에서 박성현은 두 번째 샷을 홀 약 1.5m에 붙이면서 어렵지 않게 버디를 잡아 2타 차로 달아났다.

2타 차 리드로 18번홀(파5)에 들어간 박성현은 세 번째 샷이 그린을 넘겨 마지막 위기를 맞는 듯했으나 침착하게 네 번째 샷으로 공을 홀 바로 옆으로 보내면서 우승을 확정했다.

미국 대통령 앞에서도 침착하게 버디를 넣었고, 마지막 홀에서도 위기 앞에서 당당한 모습을 보였던 박성현은 그러나 스코어카드를 제출하고 우승이 현실로 다가왔을 때 어머니를 껴안고 눈물을 흘렸다. 그동안 미국 무대에서 뛰면서 ‘무관’의 설움을 말끔하게 씻어 내린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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