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 우즈가 타이틀 방어에 나설 예정이었던 2020년 PGA 투어 메이저 골프대회인 마스터스 토너먼트가 코로나19 확산으로 연기됐다. 사진은 2019년 4라운드 때 모습이다. ⓒ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하유선 기자] 지난달 26일(이하 한국시간)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가 올해 '챔피언스 디너 메뉴'로 스테이크와 치킨 파히타, 초밥, 생선회 등을 언급했을 때만 하더라도, 매년 4월 초에 개최된 '명인 열전' 마스터스 토너먼트 일정이 급변하게 될지는 예상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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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한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누적 확진자 1,146명을 기록, 가파른 증가세의 시작을 알렸다. 국내에서는 대구 및 경북 지역에 관심이 집중됐고, 일본에서는 크루즈선 집단감염으로 공포가 퍼졌을 때다.

이달 들어 미국 본토 상황도 한치 앞을 예측할 수 없게 됐다. 

지난 5일 마스터스를 주최하는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은 코로나19 확산에도 대회는 예정대로 치른다고 밝혔다. 프레드 리들리 회장은 "현재로서는"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4월 개최를 자신했고, 대회 참가자들에게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라고 권유했다.

리들리 회장의 성명 발표 1주일 뒤. 미국 내에서도 코로나19 확산에 촉각을 곤두세울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게 돌아갔고, 마스터스의 정상 개최 여부가 골프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우즈의 타이틀 방어전을 직접 보기 위해 천정부지로 치솟았던 마스터스 관람권 가격도 급매물이 나오는 등 폭락 현상이 나타났다.

결국,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의 리들리 회장은 13일 모두의 안전을 위해 4월 9일 개막 예정이던 대회를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한창 진행 중이던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이 급박하게 취소된 직후 나온 조치다.

이후 마스터스의 '올해 개최 회의론'과 '10월 연기 개최설'이 흘러나왔다.


'올해 개최 회의론'

마스터스가 2020년에 열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는 PGA 투어의 빡빡한 일정과 무관하지 않다. 작년 9월 중순 시작한 PGA 투어 2019-2020시즌은 12월 연말 2~3주의 짧은 휴식기를 제외하면 올해 8월 말 최종전 투어챔피언십까지 거의 매주 치러진다.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대회가 열릴 때는 한 주에 2개 대회가 동시에 진행되기도 한다. 

더욱이 5월 14~17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하딩 파크에서 개최 예장이던 또 다른 메이저대회 PGA챔피언십도 무기한 연기된 상황이고, 5월까지는 PGA 투어 모든 대회가 취소되거나 연기됐다.

아직 미정이지만 7월 말부터 8월 초까지 올림픽 남자골프가 일정에 담겨있고, 직후 8월에는 4주 연속 경기(플레이오프 3개 대회 포함)가 있다. 그 뒤 9월 25일부터 나흘간은 미국 위스콘신주에서 골프대항전 라이더컵이 기다리고 있다. 

게다가 대회 장소인 오거스타 골프장 그린의 잔디(벤트 그래스)가 더위에 약한 품종이어서 여름에는 정상적인 골프 코스 컨디션을 유지하기 힘들 거라는 우려도 나온다. 

마스터스 6회 우승을 포함해 메이저 대회 최다승 기록(18승) 보유자인 잭 니클라우스(미국)도 14일 ESPN 현지 매체와 인터뷰에서 마스터스가 올해 안에 열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개인적인 의견'을 밝혔다. 그러면서 니클라우스는 "4월 초로 예정됐던 마스터스를 연기한 것은 잘한 결정"이라고 평가하며 누구도 오거스타에 가서 코로나19를 옮아오기를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마스터스를 다음 시즌으로 넘기면 복잡한 문제가 발생한다. 2020-2021시즌에 마스터스를 두 차례나 개최할지, 마스터스 출전권을 누구에게 부여할 것인지 등등. 마스터스는 지난 1년간 PGA 투어 대회 챔피언(전년도 마스터스 개최 뒤 열린 대회부터 그해 마스터스 직전 우승자까지)과 대회 개막 2주 전 세계랭킹 50위 이내 선수들에게 참가 기회를 주기 때문이다. 


'10월 연기 개최설'

지난 주말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8일 국가적 단합을 호소하고 다가올 고통을 경고하면서 10명 이상의 모임을 피하라는 내용이 포함된 생활수칙을 제시했다. 또 코로나19 사태가 7~8월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같은 날 AP통신에 따르면, 연기된 마스터스가 가을에 열릴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대회장 근처 호텔 방이 거의 매진되거나 숙박료가 급등하는 이상 현상이 나타났다. 10월 방값이 숙박 예약 사이트에서 1박에 900달러 가까이 치솟은 것.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멤버인 마리나 알렉스(미국) 역시 마스터스 10월 연기설에 힘을 보탰다. 알렉스는 18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10월 5~12일 오거스타 근처에 방을 예약했는데, 호텔 측으로부터 예약이 취소됐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관련 내용을 캡처해 올렸다.

골프계에서도 구체적으로는 알렉스의 예측대로 10월 둘째 주가 언급되고 있다. 다만, 10월 마스터스가 열린다면 어느 시즌에 포함되는지, 페덱스컵 포인트를 비롯해 올해 PGA 투어 주요 포인트에 반영되는지 여부 등이 해결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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