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투어 선수 에도아르도 몰리나리

▲사진출처=에도아르도 몰리나리 인스타그램


[골프한국 권준혁 기자] 지난해까지 골프 규칙 17조 3항에는 '퍼팅 그린 위에서 스트로크한 경우 홀에 꽂혀 있으나 사람이 붙어 시중들고 있지 않은 깃대에 공이 맞으면 매치플레이는 그 홀의 패, 스트로크 플레이는 2벌타'였다. 그러나 2019년 올해부터 규칙이 바뀌어 그린 위에서 시도하는 퍼트라도 깃대를 그대로 둔 채 할 수 있게 됐다.

골퍼들 사이에서는 깃대가 꽂혀 있는 것이 퍼트에 도움이 되는지, 아니면 방해가 되는지를 놓고 오랜 논란이 있었다.

실험 정신이 남다른 '필드 위 과학자' 브라이슨 디섐보(미국)는 "깃대의 반발계수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일반적으로 유리섬유로 만들어진 깃대라면 그대로 두고 퍼트할 것"이라고 공언했고, 올해 첫 출전한 하와이 대회부터 실전 필드에서 깃대를 꽂은 채 퍼트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그 역시 "어느 쪽이 나은지를 놓고 아직은 실험 중"이라고 말하며 확실한 판단은 유보한 상황이다.

이에 유럽프로골프투어 통산 3승의 에도아르도 몰리나리(이탈리아)가 자신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 해답을 제시했다. 

에도아르도는 2018 디오픈 우승자인 프란체스코 몰리나리의 친형으로, 2년 전 유럽 투어와 함께 직접 '홀인원 실험'을 시도했던 경험이 있다.

▲사진출처=에도아르도 몰리나리 인스타그램

에도아르도는 최근 자신이 운영하는 골프아카데미에서 3명의 선수를 내세워 실험한 결과, "속도가 느릴 때는 별 차이가 없지만 속도가 빠를 때는 퍼트를 꽂아두는 게 유리하다"는 게 드러났다고 밝혔다.

실험은 홀컵을 중심으로 가운데 방향, 가운데보다 살짝 비켜난 방향, 홀 언저리 안쪽 등 3가지 라인으로 퍼트했고, 속도를 조절해 강-중-약 3가지 강도로 퍼트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강한 퍼트는 볼이 약간 공중으로 튀어 오를 만큼 스피드였고 중간은 홀 뒷벽을 때리는 정도, 그리고 약한 퍼트는 볼이 홀 앞에서 딱 떨어지는 속도였다.

퍼트 횟수는 깃대를 꽂은 채 각각 100번씩, 깃대를 뽑고 각각 100번씩.

실험 결과, 속도가 아주 강할 때는 깃대를 꽂는 쪽이 더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컵 한가운데를 겨냥해 볼이 홀을 맞고 살짝 튀어 오를 만큼 강한 퍼트를 했을 때 깃대가 꽂혀 있으면 100% 들어갔다. 그러나 깃대가 없으면 성공률은 81%로 낮아졌다.

컵 가운데에서 살짝 벗어난 방향으로 친 퍼트도 강하게 때리면 깃대를 맞고 홀에 들어간 경우가 7%였지만 깃대를 빼놓으면 한번도 들어가지 않았다. 홀 언저리 방향으로 강하게 치면 깃대가 있으나 없으나 홀에 들어가지 않았다.

그러나 홀 뒷벽을 때리는 정도의 강도에서는 결과가 달랐다. 이 속도로 홀 한가운데로 친 볼은 깃대가 있든 없든 모두 홀에 들어갔다. 하지만 가운데에서 살짝 벗어난 방향의 퍼트는 깃대가 꽂혔을 때는 45%만 들어갔고, 깃대를 빼놓으면 성공률은 73%로 크게 증가했다.컵 언저리로 친 볼 역시 깃대가 꽂혔으면 14%만 들어갔고 깃대를 빼놓았을 때는 38%나 성공했다. 

다만, 홀에 겨우 들어갈 만큼 약한 속도의 퍼트를 하면 볼의 방향과 깃대 유무에 상관없이 성공률이 100%였다.

▲몰리나리의 실험 결과(출처=에도아르도 몰리나리 인스타그램)

에도아르도 몰리나리의 실험은 빠른 속도로 아주 강한 퍼트를 시도할 경우엔 깃대를 꽂아두는 게 유리하고, 중간 강도 이하로 퍼트할 때는 깃대를 빼놓는 게 더 낫다는 결론이다. 하지만 그의 실험 역시 아직 깃대 유무와 퍼트 성공률의 상관관계를 완벽하게 밝혀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실전에서는 고려해야 할 요소가 더 많기 때문이다.

골프 전문가들은 적어도 바뀐 규칙을 적용하는 첫해인 이번 시즌이 끝나봐야 어느 정도 의미 있는 통계를 얻어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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