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경
[골프한국 하유선 기자] 김인경(29)이 7일(한국시간) 오전 영국 스코틀랜드 파이프의 킹스반스 골프 링크스(파72·6,697야드)에서 기분 좋은 승전보를 전해 왔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2017시즌 네 번째 메이저 대회인 브리티시 여자오픈 최종 4라운드에서 1번홀(파3)과 8번홀(파5)에서 버디를 잡아낸 뒤 9번홀(파4)에서 보기를 추가한 김인경은 1언더파 71타를 기록, 나흘 합계 18언더파 270타로 메이저 우승을 차지했다.

이날 8언더파 64타를 몰아치며 거센 추격전을 벌인 2위 조디 이워트 섀도프(잉글랜드)를 2타 차로 따돌린 김인경은 올 시즌 세 번째 정상에 올랐다. 6월 숍라이트 클래식과 지난달 마라톤 클래식에 이어 2주 만에 다시 우승컵을 들어올린 김인경은 LPGA 투어 선수들 가운데 올해 첫 3승 고지에 오르면서 다승 부문 1위에 나서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LPGA 투어 개인 통산 7번째 우승을 화려한 메이저로 장식한 김인경은 일찌감치 '메이저 퀸' 타이틀을 가질 수 있었다. 또 우승 상금 50만4,821달러(약 5억6,800만원)를 보탠 김인경은 시즌 상금 108만5,893달러로 이 부문 4위로 뛰어올랐다. 세계랭킹에서도 9위로 지난주보다 12계단 급상승했다.

2012년 4월 미국 캘리포니아 란초 미라지 미션힐스 골프장에서 열린 크래프크 나비스코 챔피언십(현재 ANA 인스퍼레이션) 마지막 날. 청야니(대만) 등 2명의 공동 선두에 3타 뒤진 공동 4위로 4라운드를 출발한 김인경은 17번홀까지 버디만 4개를 골라내며 단독 선두에 올라 우승을 눈앞에 뒀다.

당시 유선영(31)에 1타 앞선 선두로 나선 김인경은 18번홀(파5)에서 1피트(약 30cm) 파 퍼트만을 넣으면 우승을 확정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연출됐다. 짧은 이 퍼팅이 홀 주위를 돌더니 밖으로 나왔다. 김인경은 순간 얼굴을 감싸 쥐었으나 보기를 피할 수 없었다. 연장전으로 끌려간 김인경은 정신 없이 경기한 플레이오프 첫 홀에서 결국 다잡았던 우승을 헌납했다.

김인경은 당시 "그 퍼팅을 왜 놓쳤는지 잘 모르겠다"며 "마크를 안 해도 될 정도로 짧은 퍼트였는데 마크를 했다. 아쉽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리고 오랫동안 이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때 실수 이후 메이저 우승은 제쳐두고서라도, LPGA 투어 우승까지도 4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나쁜 생각과 비관적인 시선을 뒤로한 김인경은 여러 차례 우승 문을 두드린 끝에 작년 10월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된 레인우드 클래식을 제패하며 '30cm 악몽'에서 깨어났다. LPGA 투어 우승으로는 2010년 로레나 오초아 인비테이셔널 이후 6년 만이었다.

그리고 올해 브리티시 여자오픈 우승까지 차지하면서 완벽한 부활을 알리며 대세로 자리 잡았다. 그가 이번 대회에서 보여준 모습은 그동안 진한 아쉬움으로 남았던 메이저 대회 우승에 대한 갈증을 완벽하게 해소하려는 것 같았다. 3라운드까지는 공동 2위를 6타 차로 넉넉히 따돌렸고, 최종 라운드에서 타수를 줄이지 못한 상황에서 2타 차까지 압박을 받았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의연하고 담담했다.

김인경은 "코스 곳곳에 리더보드가 많아서 2타 차까지 쫓긴 사실을 모를 수 없었다"면서 "하지만 침착하게 파를 지켜나간 게 우승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인경은 지난 5년간 인고의 시간을 견디며 정신적인 부담을 거뜬히 이겨낼 정도로 강해졌고, LPGA 투어 11년째를 맞는 중견으로 기량 면에서도 여유가 느껴졌다.

김인경은 전날 사흘째 경기가 끝난 뒤 '최종 라운드에서 우승하면 2012년에 일어났던 일을 털어버릴 것 같으냐'는 질문에 "잘 모르겠다. 하지만 어떤 우승이든 아주 특별하다고 생각한다. 골프 코스 안팎에서 많은 노력을 했고, 그게 (안 좋은 기억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답했다.

그리고 마침내 메이저 우승컵을 차지한 김인경은 환한 미소와 승리의 웃음소리로 기쁨을 만끽했다.

한편 김인경의 우승으로 2017시즌 한국 선수들은 LPGA 투어에서 수집한 우승컵을 12개로 늘렸다. 2015년에 세운 최다승 기록(15승) 경신에도 청신호를 밝혔다.

3라운드에서 64타를 몰아쳤던 2015년 브리티시 여자오픈 우승자였던 박인비(29)는 마지막 날 이븐파를 쳐 공동 11위(10언더파 278타)에 만족해야 했다.

이 밖에도 신지은(25)이 5언더파 67타를 쳐 단독 6위(12언더파 276타)를 차지하면서 올해 메이저 대회에서 처음 톱10에 입상했다. 김효주(21)도 공동 7위(11언더파 277타)에 올라 앞선 메이저 대회에서의 부진을 떨쳐냈다.

US여자오픈 우승자인 세계랭킹 2위 박성현(24)은 4타를 더 줄여 공동 16위(8언더파 280타)로 뒷심을 발휘했다. 세계랭킹 1위 유소연(27)은 마지막 날 1타를 잃고 흔들리면서 공동 43위(4언더파 284타)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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