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셜 제이컵스가 가장 좋아했다는 스티브 스트리커(미국)가 2017 US오픈 대회장을 찾은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는 모습이다. ⓒ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조민욱 기자] 19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 인근의 에린에서 막을 내린 제117회 US오픈 골프대회는 그야말로 사건사고와 이변의 연속 끝에 브룩스 켑카(미국)가 메이저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특히 대회 이틀째인 17일에 관람객 한 명이 갑자기 숨져 주위 사람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당시 대회를 주관하는 미국골프협회(USGA)는 "2라운드 경기를 보기 위해 대회장에 입장한 94세 남성이 사망했다"고 발표했고, 현지 매체들은 "곧바로 응급조치를 했으나 맥박이 뛰지 않았다”며 “병원으로 옮겨진 이 남성은 끝내 세상을 떠났다"고 보도했다.
또한 현지 경찰을 통해 "정확한 사망 원인을 조사 중"이라면서도 "공에 맞았거나 하는 사고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정도로만 알려졌다.

지역 신문인 저널 센티넬은 US오픈이 끝난 뒤 이 남성의 사연에 대해 자세히 전했다.

프로골퍼 스티브 스트리커(미국)를 가장 좋아했다는 94세 마셜 제이컵스는 이날 아들 빌과 함께 대회장을 찾았다.

한국 전쟁에도 참전했던 군인 출신 제이컵스는 2000년대까지 밀워키 지역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그레이터 밀워키오픈(타이거 우즈가 프로 전향 후 첫 번째 출전했던 대회로 유명) 진행요원으로 참석하는 등 골프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그는 지난 2010년에 2017 US오픈이 밀워키 인근에서 열리게 될 것이라는 소식을 듣고 아들에게 "내가 그때까지 살아있다면 꼭 직접 보러 가고 싶다"고 말했고, 아들은 그 약속을 지킨 것이다.

그날 6번홀 그린 주위에 있던 이들 부자는, 스트리커가 파 퍼트를 집어넣는 장면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쓰러진 제이컵스는 끝내 다시 일어서지 못했다. 

더 안타까운 것은, 제이컵스가 세상을 떠나기 바로 사흘 전 그의 아내 루실이 세상을 떠났다. 아내와 사별하고서 며칠 지나지 않아 골프 구경을 간다는 것이 우리 정서로는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자식들은 부모의 뜻을 존중한 셈이다. 이들 부부의 딸을 통해 루실 역시 남편을 따라 골프장에 다니며 골프를 하는 것을 좋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USGA로부터 사연을 전해 들은 베테랑 스트리커는 유가족들을 위해 친필 사인을 건넸고 유가족들은 이번 주 열리는 합동 장례식에 이 사인을 게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편 US오픈 첫째 날에는 대회장 상공에서 광고용 비행선이 폭발하는 사고가 벌어져 놀라게 하기도 했다. 당시 비행선 조종사는 화상을 입었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바람이 빠진 비행선을 낙하산으로 삼아 하강해 큰 사고를 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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