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림
[골프한국 하유선 기자] 2년 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기아 클래식에서 이미림(27)은 정교한 샷을 앞세워 사흘 내내 선두를 지켜 마지막 날 1타 차 단독 1위로 나섰다. 당시 4라운드 초반에 주춤했던 이미림은 16번홀에서 이글을 뽑아내며 단독 2위로 올라선 뒤 역전 우승을 노렸지만, 17번홀에서 티샷이 밀리면서 러프와 러프를 전전하다가 결국 통한의 더블보기를 기록, 우승컵을 크리스티 커(미국)에게 넘기고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이후 2년 동안 우승이 없었던 이미림은 올해 같은 코스인 미국 캘리포니아주 칼즈배드의 아비아라 골프장(파72)에서 열린 기아 클래식에서 완벽한 플레이를 선보이며 기분 좋게 설욕에 성공했다. 공동 2위인 유소연(27)과 오스틴 언스트(미국)를 6타 차로 멀찍이 따돌린 압승이다.

27일 열린 올해 대회에서도 최종 라운드 1타 차 단독 선두로 나선 이미림은 1번홀(파4) 첫 버디를 시작으로 3번, 5번, 7번, 9번까지 홀수 홀에서 버디를 쓸어 담아 전반 9개 홀에서 보기 없는 ‘징검다리 버디’로 5타를 줄였다. 이때 2위 유소연을 5타 차로 앞서며 우승을 굳히는 분위기였다. 2년 전 티샷 실수가 뼈아팠던 이미림은 이번 대회에서 티샷에 집중했다. 3라운드를 마친 뒤 이미림은 "똑바로 치려고 노력했다. 똑바로 치는 것만 생각하니 더 많은 버디를 잡았다"고 강조했는데, 이날 역시 드라이버샷이 힘을 보탰다.

앞서 경기한 유소연이 17번홀까지 버디 7개를 몰아치면서 이미림을 압박했지만, 전혀 흔들림이 없었던 이미림은 15번, 16번홀(이상 파4)에서 연속 버디를 낚으면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무결점 플레이로 맹추격하던 유소연이 18번홀(파4)에서 보기로 마무리하면서 더 이상 이미림의 적수는 없었다. 결국 7언더파 65타를 적어낸 이미림은 최종합계 20언더파 268타로, LPGA 투어 통산 세 번째 우승을 달성했다.

2012년 국내 메이저대회 기아자동차 한국여자오픈 우승을 포함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3승을 쌓은 이미림은 2014년 LPGA 무대에 진출했고, 첫해에 마이어 클래식과 레인우드 클래식에서 2승을 거뒀다. 하지만 이듬해부터는 선두권에서 맴돌았을 뿐 우승과 인연이 없었다. 작년에는 LPGA 투어 메이저대회 브리티시 여자오픈에서 2라운드까지 단독 선두를 달렸지만, 아리야 주타누간(태국)에게 추월 당한 뒤 준우승한 것이 지난 시즌 최고 성적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초반부터 샷에 불이 붙었다. 2월 혼다 LPGA 타일랜드에서 공동 8위로 출발한 이미림은 HSBC 위민스 챔피언십 공동 9위, 지난주 뱅크 오브 호프 파운더스컵 공동 13위에 오르는 등 꾸준한 성적을 내며 샷감을 조율했다.

또한 이미림은 2017시즌 한국의 4번째 우승 주인공이자 기아 클래식 2번째 한국 챔피언이 됐다. 이번 대회를 포함해 올해 6개 대회가 치러지면서 2월 ISPS 한다 호주여자오픈에서 장하나(25), 혼다 LPGA 타일랜드에서 양희영(28), 그리고 3월 HSBC 위민스 챔피언십에서 박인비(29)가 우승을 차지했다.

올해 8회째를 맞은 기아 클래식은 한국 기업 기아자동차가 후원하면서도 한국 선수에게 유독 우승을 허용하지 않았다. 2010년 초대 챔피언 서희경 이후 지난 6년 동안 외국 국적 선수가 정상에 올랐고, 한국 선수의 아쉬운 준우승이 많았던 대회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한국 선수들의 우승 경쟁 끝에 이미림이 '무승 징크스'를 화끈하게 깨뜨리면서 환하게 웃었다. 마지막 홀에서 동반 플레이어 허미정(27)의 퍼팅 라인에 걸림돌이 될까 챔피언퍼트를 건너뛴 이미림의 당찬 모습도 팬들을 기분 좋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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