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BC 위민스 챔피언스 우승으로 LPGA 통산 18승

[골프한국 하유선 기자] "골프 대회에서 즐기려, 놀러오는 선수는 없습니다. 그게 기본인데, 그걸 잊어버렸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기본으로 돌아왔어요."

5일 싱가포르 센토사 골프장 탄종 코스(파72)에서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HSBC 위민스 챔피언스 마지막 날. '여제' 박인비(29)가 최종합계 19언더파 269타로 우승을 확정하고, 16개월 만에 LPGA 투어 대회 정상에 다시 오른 뒤 미소를 지었다.

이날 공식 기자회견에서 박인비는 "(16개월이라는 긴 시간이) 생각보단 빨리 지나갔다. 그동안 올림픽도 있어서 그 시간이 덜 길게 느껴졌다"고 돌아본 뒤 "오늘 같은 라운드를 할 수 있어서 자신감이 생겼다. 만약 (퍼팅 난조로 버디 기회를 살리지 못한) 3라운드 같은 라운드로 끝났다면 '뭘 더 해야 하나' 하고 고민했을 것이다. 앞으로 나설 대회에서 자신감을 갖고 임하게 됐다"고 우승 소감을 전했다.

박인비는 "이번 우승은 또 다른 시작이라고 본다. 작년까지 투어에서 10년을 보냈다. 힘든 점도 있었고 공백도 있었다. 이제는 새로운 시작이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박인비는 "이번 공백을 통해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교훈을 얻었다"며 "그동안 생각을 정말 많이 했다. 지난 10년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특히 어떤 마음가짐으로 골프를 해야 할까, 어떻게 해야 즐거운 골프를 할까 등을 고민하면서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었다"고 회상하면서 "물론 연습도 많이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박인비는 "슬럼프가 처음은 아니다. 분명한 건 처음보다 두 번째가, 그리고 두 번째보다는 세 번째 슬럼프의 극복이 수월하다"고 설명하며 "골프 선수는 샷에 대한 걱정이 없어야 다른 걱정이 안 생긴다. 그래서 샷을 바로 잡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박인비는 지난 10년간 많은 것을 이뤘다. 시즌 초부터 그를 괴롭힌 허리 부상과 손가락 부상으로 LPGA 투어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2016년에도 기대 이상의 업적을 남겼다. 6월 시즌 두 번째 메이저대회 KPMG 위민스 PGA챔피언십 1라운드를 마치면서 LPGA 명예의 전당 입회 조건을 충족했다. 이는 2007년 박세리에 이어 아시아 여자골퍼로서 두 번째로 명예의 전당에 입성이자, 역대 최연소(27세 10개월 28일) 입회이기도 하다.

특히 왼손 엄지 부상에 시달린 박인비는 7월 US여자오픈과 브리티시여자오픈 등 메이저대회에 연달아 나오지 못했던 상황에서도 정신력만은 빛났다. 고심 끝에 8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올림픽에 출전, 투혼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16년 만의 올림픽 여자골프 금메달의 주인공이 되면서 박인비는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넘어 최초로 '골든 그랜드 슬램'이라는 새로운 골프사를 작성했다.

지난 10년 동안 너무 이룬 게 많아서 새로운 목표 설정이 쉽지 않았을 박인비는 "작년에도 사실 동기부여가 부족했다. 현재에 만족했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마음이 없었다"고 반성하면서 "그래서 마음을 고쳐먹었다. 골프 대회에서 즐기려, 놀러오는 선수는 없다. 그게 기본이다. 그걸 잊어버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기본으로 돌아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올해 설정한 목표로 박인비는 "메이저대회 우승을 꼭 하고 싶다. 이번 우승으로 메이저대회 우승 확률이 높아졌다. 시즌 초반에 우승하면 남은 대회에 아무래도 편하게 임하게 되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이번 대회를 통해 LPGA 투어 통산 18승을 거둔 박인비는 그 중 7개의 트로피가 메이저대회에서 일군 것이다.

한때 세계랭킹 1위였던 박인비는 "세계랭킹은 크게 의식하지 않는다. 만약 세계 1위를 해보지 못한 선수라면 모를까 세계랭킹보다는 좀 더 큰 그림을 보고 있다"는 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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