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명으로 호칭하기가 다소 애매한 분들께 필명 변경을 요청하다보면

아예 내게 작명을 의뢰하시는 분들이 가끔 계시곤 한다.

 

그러다보니 얼떨결에 몇몇분의 필명을 지어드린 적이 있는데,

이게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

아무리 동호회에서 사용하는 필명이라지만, 사람들에게 불려지는 그 사람의 고유명사
아닌가.  그러니 그냥 머리 속에 떠오르는대로 대충 만들 수도 없다.

 

다른 분의 필명을 만들 때 나름대로 생각하는게 있는데,

필명 속에 당사자의 이미지에 맞는 의미를 담으려고 노력한다.

누구든 자기의 호칭을 받아든다면 왜 이렇게 지었는지, 또는 필명에 담긴 의미가
무엇인지 궁금해 할 것이기 때문이다. 

 

서당개 풍월을 읊듯 어줍잖은 실력으로 필명에 한자를 많이 사용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두 글자에 함축된 의미를 담기에는 한글이나 영어보다 한문이 쉬우니까.

 

 

동호회 활동을 오래하신 분들은 기억하시겠지만,

휘경님은 눈에서 광채가 나고, 이마가 약간 벗겨진 얼굴 전체에서 단단하면서도 야무진
느낌이 나타난다.

그래서 [빛날 輝]에 [벼슬 卿]를 사용하여 [輝卿]이라는 필명을 드렸다.

[벼슬 卿]을 사용했던 이유는 기업체 사장이었기 때문이다.

 

민제님은 자기 말을 하기보다 주로 남의 말을 듣는 편인, 얼굴에 [좋은 사람]이라고
씌여있다.  특별히 나서지 않으면서도 계산은 슬그머니 하며 베푸는걸 좋아하는...
그래서 [백성 民][임금 帝]를 인용했다.

만백성의 임금과 같다는 의미로 지었는데, 본인은 극구 만인의 제물이란다. 

 

체구가 엄청 좋은 태웅님.
체구 뿐만이 아니라 얼굴도 호걸형이라서 붙여준 [클 太] [수컷 雄].

 

나이답지않게 얼굴이 말끔하고 동안이어서 아이처럼 환하게 비춘다는 의미를 담아
[아이 童] [비출 照]로 명명한 동조님.

 

영문 이니셜인 KCS을 사용하던 현민님.

언뜻 보기에도 날렵하고 빈틈이 없어보이는 현민님에겐 [빛날 炫]과 [옥돌 珉]
결합하여 [炫珉]이라는 필명을 만들어드렸다. 

 

 

내깐에는 각자의 개성을 살려 본인의 이미지와 어울리면서 

주위사람들이 들어도 발음이나 어감이 제법 그럴듯한 이름을 만든다고 만들었는데,

아쉽게도 현민님을 제외하고는 모두 동호회를 떠난 분들이다.

그나마 현민님도 바쁘신지 요즘은 소식 접한지도 오래고...

 

선무당이 사람잡는다고 했던가...

어설픈 사이비 작명가가 동호회 회원을 다 말아먹고 있었다.

말을 말던가    방장을 더 빨리 그만뒀어야 했는데...    만.시.지.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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