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들이 골프를 좋아하는 이유를 아십니까?”
“글쎄요. 비좁은 아파트에 살다 보니까 넓은 잔디밭을 좋아하는게 아닐까요?”
“그게 제가 볼땐 바로 성인 오락이예요. 실내에서 치던 고스톱을 야외로 옮겨놓은
거지요.”

고스톱과 골프는 네 명이 함께 하고, 땡이 있듯 버디가 있고 피박이 있듯 OB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조폭 스킨스 게임은 고스톱의 싹쓸이와 똑같다는 것이다. 게다가 한번
빠지면 시간가는 줄 모르는 것도 같다.

그래서 골프를 하면서도 골프가 두렵다는 이 분은 고위공직자 출신인 J 변호사다.
골프와 고스톱의 공통점을 이외에도 15가지나 설명했다. 내기의 룰도 수시로 바뀌는데
이 또한 고스톱 룰이 변형되는것과 비슷하다. 고수와 하수가 내기를 하면 당연히 고수가
유리하다.

그래서 핸디캡을 감안해서 조정을 한다. 권투나 레슬링은 체급을 정해 놓는다. 덩치가
큰 선수와 작은 선수가 싸우면 한 쪽이 일방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이다.

골프에도 체급이 있다고 주장하는 분이 있다. 분류하는 골프 체급은 상어급, 돌고래급,
가물치급, 붕어급이다. 상어급은 실력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공격적이다. 물론 싱글
핸티캐퍼다. 내기를 하면 대부분 돈을 따간다. 돌고래급은 실력은 상어급과 비슷하지만
온순하고 재미 있는 유형이다.

이런 사람은 멀쩡히 잘 치다가 내기만 하면 무너진다. 가물치급은 실력이 다소 딸리는데
도 불구하고 내기를 좋아하고 끝까지 전투력을 유지하는 사람이다. 대개 돈을 따지는
못하지만 가끔 화끈한 성과를 올리기도 한다. 붕어급은 80타 중반 이상 실력으로 내기만
하면 달달 떨며 방어에 급급하다.

계속 도망 다니다가 결국 OB도 내고 벙커에서 몇 번씩 사고를 내면서 18홀에 도착하면
살점은 모두 뜯겨 나가고 가시만 남는다. 이론상으로는 동급끼리 싸우면 공정한 게임이
 된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드물고 보통은 상어, 돌고래, 가물치, 붕어가 섞여서 싸운다.

아무리 핸디캡을 조정해도 전투 유전자가 다르기 때문에 대부분 돈은 상어와 가물치가
따가게 된다. 지난 주말 묘하게도 상어급, 돌고래급, 가물치급, 붕어급이 함께 골프를
치게 되었다. 핸디캡 5로 상어급인 K 회장은 돌고래와 가물치를 몰아부쳤다.

가물치급인 P 사장은 80대 초반의 실력인데 끝까지‘생즉사, 사즉생’자세로 대항했지만
장렬히 전사하고 말았다. 문제는 붕어급인 N 교수였다. 90타 전후를 치는 N 교수는
워터해저드와 벙커에 개근하면서 완전히 무너지고 말았다.

내기에서 승리한 K 회장은 의기양양한 표정이었고 돌고래급을 자처한 나는 그저 웃었고
가물치 P사장은 분기탱천한 모습이었다. 어깨가 축 쳐진 N 교수가 이날의 명언을 남겼다.

“사실 난 붕어가 아니라 금붕어야. 애완용을 잡아 먹는 건 야만인이나 하는 짓 아냐?”

K 회장이 결국 N 교수에게 사과를 하고 딴 돈을 다 돌려주었다.
“다음부터는 잘 보살펴 줄테니까 꼭 나와라. 금붕어야.”se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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