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내가 출전한 경기를 헤아려 보면 수 없이 많다. 그때 마다 타온 트로피 또한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소재도 다 양하다. 순은으로 된 것부터 구리, 청동, 크리스탈
등 여러가지다.  웬만한 트로피 가게를 방불케 했다.’ 이 정도로 트로피를 많이 획득한
사람은 누구일까?

우리나 라 클럽챔피언 최다 우승기록을 가진 이종민 회장이다. 1976년 남서울 컨트리
클럽 챔피언을 시작으로 국내 10개 골프장에서 24번 클럽챔피언이 됐고 해외에서의
3승까지 합치면 모두 27 승의 클럽챔피언 기록을 가진 분이다. 1976년 제10회 세계
아마추어 골프 선수권대회 출전을 시작으로 각종 세계대회에 국가대표로 출전했고
총 4번의 홀인원 기록도 있다.

게다가 수많은 친선 골프대회를 치렀으니 트로피 수를 짐작할 수 있다. ‘세월을 둘러쓰고
누렇게색 바랜 트로피도 있고 가끔 손질 한 덕에 아직도 빛을 반짝반짝 내고 있는
트로피도 있다. 트로피를 보고 있노라면 왠지 마음이 뿌듯해지고 기분이 좋다.’ 마침내
트로피가 쌓이고 쌓여 서재에서 일부분은 창고까지 옮겼는데도 가끔 추억 속 트로피를
보며 지나간 세월을 돌아보곤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 출장을 다녀오니 서재가
어쩐지 허전하게 느껴지는 것이 영 이상했다. 아내에게 물어봤더니 트로피가 너무 많아
녹여서 은수저로 만들었는 것이다.


쓸데 없이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것보다 실용적으로 쓰는게 더 낫지 않냐는 것이 부인의
반론이었다. ‘눈앞이 캄캄해지고 아내가 원망스러울 만큼 섭섭했다.’ 한참 후 생각해
보니 이미 엎질러진 물이고 오히려 아내의 입장을 생각해 봤다. 아내는 평생 휴일이라는
휴일은 몽땅 골프에 뺏겨 남편과 함께 지낸 적이 없다. 부부동반으로 가야하는 집안
행사에도 늘 혼자 다녔다.

그러니 트로피를 볼 때마다 남편은 흐뭇했지만 아내는 착잡 했을 것이다. 마침내 아내가
트로피를 녹여 은수저를 만든 심정을 헤아리게 됐다. 그러나 경기에 나가 피말리는
긴장 속에 땀과 정성을 쏟아 부어서 가져 온 트로피가 가끔 머릿속에 떠올라 아쉬웠다.
부인은 아무 말 없이 식탁 위에 그 은수저를 놓아 주는데 어느날 이 수저로 밥을 먹으면서
새삼 깨달았다. ‘아, 결국 골프가 내게 밥을 먹여 주고 있구나!’ 이 회장님과는 몇 번
라운드를 같이 하면서 골프에 대한 소중한 이야기 를 들었다.

아내가 보배와 같은 우승 트로피를 은수저를 만들었는데도 화를 내기는 커녕 역지사지
하는 마음을 보며 또 한 수 배웠다. 그리고 내 서재에 있는 각종 트로피를 다시 바라봤다.
내게는 소중한 보배지만 아내에게는 분노의 대상이 될 수 있는 물건이다. 한참을 쳐다
보고 있자니 어느새 내 눈앞에도 숟가락이 왔다갔다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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