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봄 아프리카에 보름 정도 다녀왔다. 지나는 길에 희망봉을 잠깐 들렀는데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이 역사적 인 장소 곳곳에 한글 낙서가 바위에 새겨져
있었다. ‘몇 년 몇 월 몇 일 ○○○다녀가다.’ ‘○○대학교 입학기원 정○○’ 그야말로
희망봉이다 보니까 입학기원까지 써넣었는지 모르겠다.

낮에는 그곳에도 관리인이 있으니까 작업이 어려웠을 것이고 한밤중에 전등 켜
놓고 바위에 글씨를 파넣을 생각을 하니 그 집념도 정말 대단한 것이다. 희망봉 뿐만
아니라 세계적 관광 명소에 가면 대개 한글낙서가 남아 있다. 낙서한 사람은 한국인의
기상을 떨친다고 생각했는지 모르지만 국가 망신이 아닐 수 없다. 골프문화도
마찬가지다.

이제는 동남아 골프장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골프장까지 많은 한국 골퍼들이
다니고 있다. 문제는 매너다. 골프장에서 거액 내기를 하는가 하면 현지인 캐디를
비인격적으로 대우하면서 말썽이 일어날 때가 적지 않다. 심지 어 현지인에게 욕설을
가르쳐서 그 욕설이 한국인들에게 되돌 아오는 묘한 일까지 발생한다.

‘한국인 출입금지’라고 써 붙인 골프장까지 나타났으니 개 탄할 일이다. 지나치게
팁을 주는 것도 대표적 졸부 행태다. 버디 했다고 캐디에게 거액의 팁을 주면서
호기를 부리다 보니 현지 캐디가 일부러 버디도 만들고 심지어 홀인원도 만든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도 들었다.
돈은 많아도 품격이 없는 사람을‘졸부’라고 부른다. 졸부에게는 겉으로 존중하는
척 해도 마음으로 존경하지는 않는다.

우리나라는 국민소득이 2만 달러가 넘는 신흥 경제강국이다. 경제력이
세계 11~13위에 해당한다. 그러나 세계에서 우리나라는 여전히 졸부 취급을 받고 있다. ‘돈은 있지만 품격이 없다’ 이것이 바로 졸부의 부정적 이미지다. 골프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는 바로 이 ‘졸부 이미지’에서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해외 골프
라운드에서는 더더욱 매너와 에티켓 면에서 달라 져야 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국가이미지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이미지
파워는 국가브랜드 평가 기 준의 하나인 안홀트 지수(Anholt Index)에 의하면 50개
국가 중 33위에 머물고 있다. 경제력 순위에 비하면 현저하게 낮은 순위다. 국가브랜드
파워가 약하면 우선 상품을 팔 때 제 값을 받을 수 없고 국제사회에서 사람 대우도
제대로 받지 못한다.  경제가 워낙 어렵다 보니 그만큼 골프산업도 몸살을 앓고 있다.
이럴 때 골프산업이나 골프문화 향상을 위해 할 수 있는 좋은 일이 없을까?

나는 고품격 골프를 제언하고 싶다.

매너 있는 골프, 품격 있는 골프를 추구한다면 그동안 골프에 쏟아지던 강한 사회적
비판도 크게 달라질 것이다. PGA나 LPGA에 한국인 선수가 선전하고 있다거나
한국인 이 골프장 설계를 잘한다는 평가도 의미가 있지만 골프장에서 한국인이
가장 매너가 좋다는 소리를 들을 수는 없을까? 요즘처럼 경제가 어려울 때 우리의
골프 매너를 한차원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다면 우리의 골프문화에는 오히려
큰 기회 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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