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메이저 대회인 PGA챔피언십에 출전한 마이클 블록(왼쪽), 우승을 차지한 브룩스 켑카.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2023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메이저 대회인 PGA챔피언십에 출전한 마이클 블록(왼쪽), 우승을 차지한 브룩스 켑카.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22일 미국 뉴욕주 로체스터의 오크힐CC(파70·7천380야드)에서 막을 내린 메이저대회 PGA챔피언십에선 두 명의 영웅이 탄생했다. 우승자 브룩스 켑카(33·미국)와 지역 골프클럽의 프로인 마이클 블록(46)이 주인공이다.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가 후원하는 LIV골프로 이적해 일반 골프팬들과 다시 소원해진 브룩스 켑카(33·미국)는 PGA챔피언십에서 최종합계 9언더파 271타로 공동 2위 스코티 셰플러(26·미국) 빅토로 호블란(25·노르웨이)을 2타 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비록 돈을 좇아 PGA투어를 떠났지만 여전히 세계 골프 영웅의 한 명임을 입증했다. PGA투어 통산 8승, 메이저 통산 5승째다. LIV골프 최초의 메이저 챔피언의 기록도 세웠다.

 

오크힐CC를 찾은 골프팬이나 중계방송 시청자 누구도 그 이름을 모르는 마이클 블록은 마지막 라운드를 ‘메가 스타’ 로리 맥길로이(34·아일랜드)와 동반하며 최종합계 1오버파 281타로 공동 15위에 올라 생애 최고의 1주일을 멋지게 장식했다. 마지막 홀을 버디로 장식한 뒤 로리 맥길로이와 포옹하고 두 손을 치켜 든 그는 챔피언이나 진배없었다. 갤러리들은 환호와 박수를 아끼지 않았고 그의 얼굴에는 감격의 무지개가 피어올랐다.

 
불혹(不惑)과 지천명(知天命)의 중간쯤에 있는 블록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LA 남쪽의 작은 도시 미션비에호의 아로요 트라부코 골프클럽의 헤드 프로다. 45분간 개인지도를 하면서 125달러(약 16만6천원)를 받는다고 한다. 사람들이 자신을 보고 ‘최고의 직업’을 가졌다고 말하는데 동의하는 그는 공을 직접 치기보다는 가르치는 데 열중해 1주일에 공 한 바구니를 치기도 어렵단다. 

 

이런 블록이 세계의 내로라는 선수들이 모인 PGA챔피언십에서 기적적으로 컷을 통과하고 저스틴 로즈, 로리 맥길로이와 같은 메가 스타와 라운드를 하는 기회를 갖고 좋은 성적까지 냈으니 그에게 오크힐CC는 환상과 모험의 판타지랜드 그 자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의 PGA챔피언십 출전이 처음은 아니다. PGA챔피언십은 출전 선수 156명 가운데 20명 몫을 미국 내 클럽 프로에게 배분하는데 그는 이번이 5번째 출전이다. 메이저 대회 통산으로는 7번 출전기회를 얻었으나 컷을 통과한 것은 처음이다. 

 

블록은 이번 대회에 출전하면서 자신의 공에 ‘왜 안돼?(Why Not)’이라는 문구를 새겼다. 그는 “‘우승은 왜 안 돼’라는 의미일 수도 있다”며 “매일 이븐파는 칠 수 있다는 느낌이 들고 4라운드가 끝나면 꽤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었다.
1~2 라운드 합계 이븐파 140타를 기록한 블록은 공동 10위로 3라운드 진출에 성공했다. 1위와는 5타 차, 공동 10위인 로리 매킬로이, 키건 브래들리, 셰인 라우리 등 세계적인 톱 랭커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그가 2라운드 중 한때 선두에까지 오르자 난리가 났다. PGA투어 측은 라운드 중에 그에게 헤드셋을 씌워 즉석 인터뷰를 진행하는 등 미디어의 촉각이 그에게 집중되었다.
3라운드에서도 버디 4개, 보기 2개, 더블보기 1개로 이븐파를 쳐 공동 8위로 선전했다. 맥길로이와 한 타 차가 됐다. 맥길로이와 동반한 4라운드에서 블록은 한 타를 잃어 최종합계 1오버파 281타로 티럴 해튼, 에릭 콘 등과 함께 공동 18위를 지켰다.

 

클럽 프로들이 PGA챔피언십에서 좋은 성적은 낸 경우는 드물다. 1988년 제이 오버턴(미국)이 공동 17위에 오른 것이 최근 35년 사이 이 대회에서 유일하게 20위 안에 든 기록이다. 2000년 이후로는 2005년 스티브 슈나이터(캐나다)가 공동 40위에 오른 것이 최고 성적이다.

그는 올해 미국 클럽프로 서킷에서 서던 캘리포니아PGA 올해의 선수로 선정되기는 했지만 PGA투어 선발 출전에서 아직 69위를 넘지 못했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15위 안에 들어 내년 PGA챔피언십에도 출전할 수 있는 티켓을 확보했다. 오크힐CC에서 피어오른 무지개가 다음 PGA챔피언십에도 이어질지 궁금하다.

 

한편 이번 대회 출전한 한국선수 중에는 이경훈이 5오버파로 공동29위에 올랐고 임성재, 양용은, 김주형, 김시우 등은 컷 탈락했다.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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