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황제 타이거 우즈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대회에서 경기하는 모습이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낙법(落法)은 유도의 핵심이다. 상대의 공격을 받고도 자신의 몸을 안전하게 유지하는 호신술이다. 다시 일어서게 하는 재기(再起)의 원천이다. 

상대가 기술을 걸면 그 기술을 피하는 게 최상이지만 피하지 못할 경우 충격과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그 기술이 낙법이다. 유도는 물론 체조, 태권도, 씨름 등에서도 부상을 막기 위해 낙법을 익혀야 한다. 
낙하산을 타고 지상에 내릴 때도 낙법이 필요하다. 고양이나 표범, 치타 등은 유연한 등뼈와 탄력이 탁월한 다리의 도움으로 높은 곳에서 떨어져도 다치지 않는다.

골프에서도 낙법이 절실하다. 
천하의 타이거 우즈도 언제나 원하는 샷을 날릴 수는 없다. 세계 정상급의 골퍼들도 OB를 내고 패널티 지역으로 공을 날리는 경우는 허다하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는 이때 나타난다. 
프로선수는 패널티 지역이나 러프에 볼이 들어가더라도 타수의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냉정히 상황을 파악하고 차선(次善)을 찾아 최선을 다한다. 

그러나 아마추어들은 OB가 나거나 러프나 해저드에 공이 들어가면 잃을 타수를 만회하기 위해 무리수를 감행하다 대형 참사를 빚는다. 그리곤 그 충격으로 자포자기 상태가 되어버린다. 한두 타 잃으면 될 것을 더블파까지 하며 실신상태에 빠진다. 

예를 들어 공이 벙커나 깊은 러프에 들어갔다고 하자.
고수들은 평소 트러블샷을 연습해온 터라 어렵지 않게 파 세이브를 할 수 있다. 최악의 경우 보기로 막는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대회에서 경기하는 모습이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그러나 아마추어는 벙커나 깊은 러프에 공이 들어가는 순간 ‘망했다!’며 최악의 경우를 상상한다. ‘탈출하지 못하면 어떡하나’ ‘온 그린을 못하면 안 되는데’ ‘잘 하면 오늘 싱글을 할 수 있었는데 이번 홀에서 망치게 생겼군’
머리는 혼돈에 빠지고 호흡은 거칠어진다. 필경 또 다른 실수를 부른다.

OB가 나거나 공을 분실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샷 실수에 따른 벌타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더 이상 타수를 잃지 않겠다는 겸허한 자세가 되어야 하는데 대부분은 어떻게든 잃은 타수를 만회하겠다는 욕심에 무리수를 선택한다.
결과는 뻔하다. 한두 타 잃으면 될 것을 트리플 보기, 쿼드러플 보기 이상의 쓴맛을 본다.
   
평소 낙법에 대한 철학을 터득하고 있었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마음에 일단 벙커를 빠져나가면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운이 좋아 온그린을 하거나 핀에 붙을 수도 있지만 무리하게 모험을 시도하지는 않는다. 무던한 샷으로 벙커를 탈출해 다음 샷이 핀에 붙으면 파 세이브, 핀에서 멀리 떨어지면 보기로 막을 수 있다.

OB가 났더라도 2타 잃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평소의 경기 리듬을 유지하면 보기나 더블보기로 막을 수 있다. 
이때 “나이스 보기!” “나이스 더블보기”의 참맛을 느낄 수 있다.
낙법이 필요한 게 어디 골프뿐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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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방민준의 골프세상' 바로가기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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