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즈 우승을 차지한 박민지 프로. 사진제공=KLPGA


[골프한국] 박민지(22)가 13일 경기도 파주시 서서울CC에서 막을 내린 KLPGA투어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즈에서 우승하며 시즌 4승과 함께 투어 통산 승수를 8승으로 늘렸다.

상반기를 끝내지 않은 시점에 벌써 4승이라니 미친 질주다.
보통 선수 같으면 이쯤에서 ‘올해 농사 다 지었다!’며 허리띠 풀고 여유를 가질 만도 한데 여전히 배고프단다. “이번 시즌이 마무리될 때까지 어디까지 할 수 있나 알고 싶다”며 “상반기에 5승을 한다면 이후에는 폭포 쏟아지듯 최대한 많은 우승을 하고 싶다”는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메이저 대회 우승이 없는 아쉬움도 날리고 싶다는 희망도 드러냈다. 

같은 날 제주 서귀포 핀크스GC에서 끝난 KPGA 코리안투어 SK텔레콤 오픈에서 김주형이 최종합계 14언더파 270타로 우승컵을 품었다. 21일로 만 19세가 되는 그는 10대에 KPGA 코리안투어에서 2승을 거둔 최초의 선수라는 기록도 남겼다.

그의 우승이 더욱 돋보이는 것은 난이도 높은 코스에서 악천후까지 겹쳐 마지막 날 하루에 33홀을 도는 강행군을 했음에도 추격자를 3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했기 때문이다.

그의 싹수는 일찌감치 주목들 받았었다. 2019년 아시안투어에서 최연소 우승(파나소닉 오픈 인디아) 기록을 세운 뒤 무대를 국내로 옮겨 지난해 초청선수로 출전한 우성종합건설 아라미르CC 부산경남오픈에서 준우승하며 ‘무서운 10대’로 부상했다. 이어 군산CC 오픈에서 KPGA 코리안투어 프로 최연소 우승(18세 21일)과 KPGA 입회 후 최단기간 우승(3개월 17일)이라는 새 기록을 세웠다.

올해도 DB손해보험 프로미오픈과 GS칼텍스 매경오픈에서 준우승하며 좋은 흐름을 이어왔다. 그사이 PGA투어에도 도전했고 이 도전은 그의 간절한 목표이기도 하다. 

▲2021년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SK텔레콤 오픈 골프대회 우승을 차지한 김주형 프로. 사진제공=KPGA


이 두 선수는 분명 ‘잘 나가는 선수’임에 틀림없다. 적어도 지금과 같은 흐름을 이어간다면 좋은 성적도 올리고 골프 팬들의 사랑도 받는 ‘스타 골퍼’로 명성을 얻을 것이다.

그러나 승수가 많고 기량이 뛰어나다고 해서 골프 팬들의 사랑을 받는 것은 아니다. 당장은 우승자로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지만 오랫동안 골프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면 그만의 향기를 풍기는 선수가 되어야 한다.

박민지는 2016년 KLPGA투어에 들어와 6년 만에 8승을 올리며 승승장구하고 있고 김주형은 KPGA 코리안투어 2년 차에 2승을 올리며 무한한 잠재력을 보이고 있지만 골프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매력 넘친 골프인가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꽃의 향기가 저절로 흘러나와 바람에 실려 주위를 향기롭게 하듯 사람의 향기도 절로 우러나 주위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 다양한 긍정의 기운을 전해준다.

향기를 풍기는 선수란 자신만의 매력을 발산하는 선수다.
기량은 기본이다.
기량 외에 자신만의 매력을 풍길 수 있는 선수라면 팬들은 가슴으로 받아들인다. 
이기기만 하는 선수, 자신의 성적에만 연연해하는 선수는 매력 없다. 

인간의 향기란 무엇일까.
자신의 경기에 집중하면서도 동반자 등 주위를 배려하고 교감하고 골프 룰을 철저하게 지키고 실수로라도 규칙을 위반했을 때 스스로 신고하는 투명한 자세,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자세, 마치 버드나무 가지를 들고 황야에서 물줄기를 찾는 사람처럼 쉬이 포기하지 않고 작은 실마리를 잡고서라도 길을 찾아가는 자세를 가진 선수는 팬의 마음을 움직인다.

▲2021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즈 우승을 차지한 박민지 프로가 인터뷰하는 모습이다. 사진제공=KLPGA


특히 승리만을 추구하지 않고 봉사나 후원, 기부 등 승리 이후의 일까지 염두에 두는 선수는 아름답다. 개인의 히스토리를 만들어가는 선수야말로 골프 팬들의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다. 

아놀드 파머, 잭 니클라우스, 톰 왓슨, 타이거 우즈, 어니 엘스, 필 미켈슨, 조던 스피스, 브라이슨 디섐보, 로리 매킬로이, 리 웨스트우드 등은 결코 뛰어난 기량으로 이기는 데만 급급한 선수가 아니다. 아니카 소렌스탐, 줄리 잉스터, 로레나 오초아, 박세리, 렉시 톰슨, 미셸 위, 스테이시 루이스, 코르다 자매, 주타누간 자매, 박인비, 고진영, 유소연, 박인비 등이 골프 팬들로부터 한결같은 사랑을 받는 이유들을 생각해보면 박민지나 김주형이 가야 할 길이 보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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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방민준의 골프세상' 바로가기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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