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구두 뒷굽은 바깥쪽이 먼저 닳기 마련이다. 다리에 가해지는 체중을 분산시키기 위해 발목이 바깥쪽으로 꺾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균형 잡힌 보행습관을 가진 사람이라도 구두 뒷굽 안쪽이 닳는 경우는 드물다. 

뒷굽 안쪽이 먼저 닳는 사람이 있었다. 강원도 산골이 고향인 그는 산길 20여 리를 달려 초등학교를 다녔다. 가파른 산길을 달리다 보니 발목이 바깥으로 접질리는 일이 많았다. 비탈을 내닫는 탄력으로 몸무게에 밀려 발목이 꺾이기 때문이었다. 몇 번 발목을 다치고는 새 습관이 생겼다. 

지면을 디딜 때 발뒤꿈치가 바깥쪽보다 안쪽이 먼저 지면에 닿도록 하는 습관이 생긴 것이다. 자칫 발목이 접질리는 것에 대비한 자기보호 자세인 셈이다. 그렇게 수년의 통학습관이 몸에 배니 성년이 되어 평길을 걸어도 발뒤꿈치의 안쪽이 먼저 땅에 닿는 보행습관이 굳어버렸다. 자연히 구두 뒷굽의 안쪽이 먼저 닳았다. 

근육도 자기보호를 위해 주인의 뜻에 따라 대응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골프연습을 할 때도 근육이 어떤 상태에서 어떤 내용을 익히는가는 매우 중요하다. 

근육은 거짓말하지 않는다. 교활할 줄 모른다. 주인의 뜻을 좇아 자라온 근육은 주인의 습관에 따른다. 

동반자의 멋진 드라이버샷에 입으로 “굿샷!”을 외쳐 놓고 속으로는 언짢아한다면 근육은 헷갈릴 수밖에 없다. 입으로 외친 말을 믿어야 할지, 속으로 중얼거리는 불평을 따라야 할지 갈피를 못 잡는다.

동반자의 어려운 퍼트 성공에 박수를 치면서도 속으로는 ‘소가 뒷걸음질 치다 쥐를 잡았군.’ 하는 불편한 생각을 하면 근육도 불편해진다.  

OB 말뚝이나 해저드, 벙커 등이 눈에 들어와도 아무 부담 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플레이하면 근육도 부담 없이 따른다. 그러나 주인이 공포심에 확신이 없으면 근육 역시 긴장하고 자신감을 잃는다. 

상대방을 반드시 이기겠다는 작정으로 덤벼들어도 근육이 긴장돼 평소의 훈련된 익숙한 동작을 재현할 수 없다. 

근육은 솔직하다. 주인이 입력시키고 훈련시킨 대로 움직인다. 주인이 엉뚱한 생각을 하고 확신감 없이 주저하고 말과 생각이 다르면 근육도 혼란에 빠진다. 

연습장에서는 거리도 나고 방향도 좋은데 실제 골프장에서는 그렇지 못한 것은 다 이유가 있다. 연습장에서는 경쟁자가 없어 욕심 없이 빈 마음으로 샷을 날릴 수 있지만 실제 필드에서는 온갖 욕심과 잡념이 끼어들고, 반드시 누군가를 이겨야겠다는 쟁투심으로 근육이 혼란에 빠지기 때문이다. 

언행일치가 답이다. 근육이 긴장하지 않고 혼란이 빠지지 않으려면 말과 행동이 같아야 한다.
라운드할 때 근육을 배려하는 여유를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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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방민준의 골프세상' 바로가기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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