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 우승을 차지한 패트릭 리드가 우승을 확정하는 모습이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패트릭 리드(30)가 1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인근 라호야의 토리 파인즈GC 남코스(파72)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4언더파 68타를 쳐 최종합계 14언더파 274타로 우승을 차지했다. 

공동 2위 토니 피나우(31), 잰더 셔펠레(27·이상 미국), 빅토르 호블란(23·노르웨이), 헨릭 놀랜더(33·스웨덴) 등을 5타 차로 따돌린 완벽한 우승이었다.

공동선두로 출발했지만 경쟁자들이 토리 파인즈의 트랩에 갇혀 타수를 잃는 사이 그는 놀라운 집중력과 정밀한 어프로치로 추격자들의 의지를 잠재웠다.

PGA투어 통산 9승과 함께 더스틴 존슨, 브라이슨 디섐보, 존 람, 케빈 나에 이어 4시즌 연속 우승자 대열에 합류했다.

패트릭 리드만큼 팬들로부터는 물론 미디어로부터 외면받는 골퍼도 찾기 어려울 것이다.

오죽 했으면 2018년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 우승한 뒤 개인의 어두운 과거사가 낱낱이 드러나고 험담이 무성했을까. 

지구촌에서 가장 명성이 높은 마스터스 토너먼트의 우승자라면 모든 미디어로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대회 후에도 우승자의 스토리가 이어지는데 그는 이런 전통적 혜택을 거의 못 받았다. 오히려 과거 학창시절의 부정과 불행한 가족관계가 드러나면서 인성 나쁜 선수로 낙인이 찍혔다.

그에 따라붙는 별명도 ‘반항아’ ‘야생마’ ‘골칫덩이’ 등 부정적인 이미지가 대부분이고 ‘마스터스 사상 가장 사랑받지 못하는 챔피언’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골프 팬들의 SNS에선 ‘2018 마스터스 챔피언이자 썩을 놈’ ‘마스터스 우승자 중 가장 나쁜 놈’이라는 혹평이 줄을 이었다.

그에 대한 부정적 보도나 SNS 상의 혹평이 사실에 근거한 것이기에 그는 반박도 않고 ‘그래서 어쩌란 말이냐?’라는 태도를 보였다. 

그는 역대 마스터스 챔피언, 아니 PGA투어 챔피언 중 가장 냉대받은 챔피언이었다. 

골프특기생으로 조지아 주립대에 입학했다가 미성년자 알코올 소지 위반으로 체포되는 등 여러 비행으로 한 학기 만에 퇴출당한 것이나, 오거스타 주립대로 옮기고 나서도 거칠고 이기적인 태도 때문에 동료선수들이 그의 퇴출 여부를 놓고 투표할 정도였다. 

그럼에도 그가 대학에서 쫓겨나지 않은 것은 오거스타대학 골프팀에 두 차례 우승을 안긴 그의 골프 실력 덕분이다. 오거스타대학 골프팀 승리에 기여한 것 외엔 그의 학창시절은 ‘외로운 늑대’의 뒤안길 같은 것이었다.

그는 22살 때인 2012년 말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간호사 출신의 4살 연상인 저스틴 카레인과 결혼하면서 가족과의 인연도 끊었다. 아들과의 관계 복원을 바라며 2014년 US오픈을 찾은 부모는 리드 부부의 신고로 보안요원에 의해 대회장에서 쫓겨나는 사태도 일어났다. 

오죽했으면 마스터스 토너먼트 마지막 라운드 때 일부 팬들이 리드를 추격하는 북아일랜드의 로리 매킬로이를 응원했을까.

2010년 2부 리그인 웹닷컴 투어에 뛰어든 그는 처음 참가한 대회에서 컷오프 당했고 2011년에도 두 번 참가해 겨우 한 차례 컷을 통과했다. 2012년 PGA투어에 진출해 12번 참가했으나 톱25에 4번 들었을 뿐 다섯 차례나 컷 탈락했을 정도로 평범한 선수였다.

이런 그가 간호사 출신에 학창시절 골프와 축구 등 운동경험이 있는 저스틴 카레인과 결혼한 뒤 아내를 캐디로 쓰면서 전환점을 맞았다.

Q스쿨을 통과해 2013시즌 PGA투어 출전권을 확보했고 그해 8월 윈덤 챔피언십에서 연장전 끝에 생애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이어 휴매너챌린지에서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을 한 뒤 세계 강호들이 총출동한 캐딜락 챔피언십에 처음 참가해 우승컵을 안았다. 

리드가 윈덤 챔피언십부터 캐딜락 대회까지 3승을 올리는 동안 걸린 시간은 고작 7개월이다. 그것도 아내가 캐디를 맡으면서 이룬 우승이라 그에게 아내는 구세주나 다름없다. 캐딜락 챔피언십에선 임신한 아내 대신 처남이 캐디를 맡았다.

그는 ‘Nerves just mean you’re prepared’(긴장한다는 것은 당신이 준비되었다는 뜻이다)라는 아내의 충고를 최고의 지침이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번 대회 우승에도 그에 대한 분위기는 바뀌지 않았다. 무관중 경기라 야유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분위기는 싸늘했다. 

3라운드에 일어난 룰 위반 논란 때문이다. 리드는 깊은 러프에 빠진 공을 혼자 집어 들고 경기위원에게 “공이 땅에 박혀 빼냈다”고 해 무벌타 드롭 판정을 받았다. 비디오 리플레이 결과 공은 러프에 한 번 튕긴 뒤 떨어져 러프에 묻혔다. CBS 방송 해설자 닉 팔도는 “어떻게 살짝 떨어진 공이 땅에 박힐 수 있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2019년 바뀐 규정에는 선수 양심을 믿고 공이 땅에 박혔는지 혼자 판단할 수 있게 했는데 경기위원회는 그의 말만 믿고 “규정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판결한 것이다.

그러나 그가 아무도 보지 않은 상황에서 공을 꺼내 사실상 증거를 인멸했다는 점과 튀긴 공이 땅에 박힐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이유로 동료선수들이나 골프 팬들의 시선은 냉랭했다.
 
한국선수 중에는 임성재가 8번 홀까지 5타를 줄여 9언더파 공동 2위까지 올라갔으나 후반 들어 6타를 잃어 합계 3언더파 공동 32위로 경기를 마쳤다. 

대회 전반 노익장을 과시했던 최경주는 합계 4오버파로 공동 69위, 안병훈이 8오버파로 공동 75위에 머물렀다. 직전대회인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우승자 김시우는 컷 통과에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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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방민준의 골프세상' 바로가기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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