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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민준의 골프세상] 파도를 타는 사람, 파도에 휩쓸리는 사람…2021 첫 PGA투어 관전 소감
방민준 골프칼럼니스트
▲2021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센트리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에 출전한 호아킨 니만. 사진은 미국 하와이주 마우이의 카팔루아의 플렌테이션 코스에서 열린 대회장 뒤로 서핑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2021년 PGA투어 첫 대회가 8~11일(한국시간) 하와이의 마우이섬 카팔루아의 플렌테이션코스에서 열렸다. 1주일 뒤 15~18일엔 오하우섬 호놀룰루의 와이알래CC에서 소니오픈이 열린다.

하와이제도는 서핑의 천국이다. 서핑은 파도타기다. 물의 리듬, 즉 물결을 타는 스포츠다. 

모든 스포츠는 리듬을 탄다. 우주 자체가 리듬(파동, 파장) 속에 존재하니 스포츠라고 예외일 수 없을 것이다.

리듬이란 그리스어의 리토모스(Rhythomos, 장단율)에서 왔다. 원래는 시를 짓기 위한 수사학의 양식을 의미했다. 음의 길이, 시간의 길고 짧음, 태양이나 지구 달의 공전 및 자전 주기, 심장박동, 걸음 속도, 맥박, 호흡, 혈액순환의 주기 등 모든 규칙적인 반복운동이 리듬이다.

스포츠 중에서도 리듬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것이 골프와 서핑이 아닐까.

거대한 파도가 만들어내는 물의 터널 속에서 파도의 혓바닥 위를 미끄러지는 서핑은 파도의 리듬을 얼마나 탈 줄 아느냐에 따라 쾌감의 수준이 달라진다.

파도의 리듬을 탈 줄 모르면 파도 속에 묻혀 서핑의 즐거움을 맛보기는커녕 생명까지 위험할 수 있다. 그러나 리듬을 적절히 탈 줄 알면 거대한 파도가 소멸할 때까지 파도의 혓바닥 위에서 노닐며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쾌감을 맛볼 수 있다.

골프의 본질 역시 리듬 타기다.

서핑과 차이가 있다면 서퍼는 자신의 생체리듬과 파도의 리듬을 일치시키는 데 비해 골퍼는 생체리듬과 함께 감성 리듬까지 현장 상황과 완벽한 조화를 이뤄내야 한다는 점이다.

프로선수들은 대회 때마다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려고 애를 쓰지만 주기를 갖고 나타나는 자신의 리듬을 뜻대로 조절하는 일은 쉽지 않다. 잘 나가던 선수가 속절없이 추락하고 맥을 못 추던 선수가 어떤 대회에서 펄펄 날 수 있는 것은 생체리듬과 감성리듬의 주기가 각자 다르기 때문이다.

새해 벽두의 PGA투어 두 대회가 서핑의 천국 하와이에서 열린다는 것이 의미심장하다. 

선수들에겐 긴 휴지기 뒤의 골프 리듬을 점검하면서 어떻게 최상으로 끌어올려 유지할 것인가 전략을 세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센트리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는 전통적으로 전년도 PGA투어 우승자들만 출전했으나 코로나19로 많은 대회가 취소되고 일부 우승자들이 대회 출전을 포기하면서 이번 대회에는 우승자 외에 초청선수 다수를 보충해 모두 42명이 출전했다.

출전선수가 적고 컷오프가 없어서 그런지 선수들의 경기 리듬을 생생히 살펴볼 수 있었다.

최종 라운드에서만 9타를 줄인 호아킨 니만(칠레)과 4타를 줄인 해리스 잉글리시(미국)가 합계 25언더파로 동률을 이뤄 18번 홀(파5)에서 치러진 연장전에서 해리스 잉글리시가 버디 퍼트를 성공시켜 우승했다. 2013년 11월 OHL 클래식 이후 7년2개월 만에 거둔 PGA투어 통산 3승째다. 

해리스 잉글리시와 연장전에 나선 호아킨 니만을 비롯해 저스틴 토마스, 라이언 파머, 임성재(23), 잰더 쇼플리, 브라이슨 디섐보, 존 람(스페인), 콜린 모리카와, 대니얼 버거 등 톱10에 오른 선수들의 공통점은 큰 기복 없이 자신의 경기를 펼치는 능력이 탁월했다는 점이었다.

▲2021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센트리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에 출전한 임성재 프로. 사진은 미국 하와이주 마우이의 카팔루아의 플렌테이션 코스에서 열린 최종라운드에서 경기하는 모습이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특히 우승은 못했지만 한번도 톱10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 견고한 경기를 펼쳐 잰더 쇼플리와 함께 21언더파로 공동 5위에 오른 임성재의 플레이는 눈부셨다.

매 라운드 보기를 범하면서도 네 라운드를 -6, -5, -6. -4로 이끌어간 평정심은 경탄할 만했다. PGA투어 3년 차에 접어든 임성재가 이미 대선수의 반열에 올라섰음을 실감케 했다.

아무도 그 앞을 막을 수 없을 것 같은 더스틴 존슨(18언더파 공동 11위)은 8언더파를 친 2라운드를 제외하곤 리듬을 잃었고 괴력의 브라이슨 디섐보(20언더파 공동 7위)도 기복 없이 리듬을 탈 줄 아는 선수들을 위협하지 못했다.

재미교포 케빈 나(5언더파 공동 38위)는 3라운드까지 중위권에 있다가 마지막 라운드에서 6타를 잃어 감정의 기복이 심한 그의 성정을 드러냈다. 

역대 일본 PGA투어 선수 중 최강이라는 평가를 받는 마쓰야마 히데키는 예열이 덜 되었는지 마지막 라운드에서 5언더파를 쳤지만 최하위를 면치 못했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이 1주일 뒤 열리는 소니오픈에서 어떤 리듬을 탈지 지켜볼 만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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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방민준의 골프세상' 바로가기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입력날짜 : 2021-01-11 12:2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