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US여자오픈 챔피언십 우승을 포함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25승을 거둔 박세리 프로.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코로나19로 온국민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때, 제75회 US여자오픈 챔피언십이 미국 텍사스 휴스턴의 챔피언스 골프클럽에서 개최됩니다. 

대한민국이 지금처럼 위기를 맞았던 기억은, 외환위기로 말미암아 IMF에 구제 금융을 요청해야만 했던 1997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요. 온 국민이 부도와 실직으로 고통 받던 시절, 한 줄기 희망을 던져주었던 장면이 있었으니, 바로 박세리 프로가 1998년 US여자오픈 챔피언십 연장 18번홀에서 보여준 ‘맨발의 투혼’이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대담하게 양말을 벗고 워터헤저드에 들어간 박세리 프로는 52도 웨지로 공을 높이 쳐 올려 절체절명의 위기를 탈출하였고, 이어진 연장 두 번째 홀에서 승리를 결정지으며 실의에 빠져있던 국민들에게 뜨거운 감동을 선사했습니다. 

가수 양희은 씨의 <상록수> 중 “깨치고 나아가~ 끝내 이기리라~!!!” 라는 가사가 흐르는 가운데 희망의 샷을 날리는 이 명장면은 골프를 넘어 대한민국 스포츠사 최고의 순간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이 샷이 갖는 의의는 여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박세리 프로가 보여준 이 감동의 장면은 소위 ‘세리 키즈’ 라고 불리는 한국 여자골프의 황금세대가 등장하는 신호탄에 다름 아니었습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 대회 US여자오픈 챔피언십 챔피언인 박인비, 최나연, 박성현, 이정은6 프로. 사진제공=KLPGA

박세리 프로를 보며 꿈을 키운 선수들이 이제는 KLPGA를 넘어 LPGA와 세계 골프계를 주름잡고 있는 것이지요. 특히 US여자오픈에서는 박세리 프로가 타이틀을 차지한 이후로 2005년 김주연, 2008·2013년 박인비, 2009년 지은희, 2011년 유소연, 2012년 최나연, 2015년 전인지, 2017년 박성현에 이어 지난해 이정은6에 이르기까지 무려 10번의 타이틀을 한국 선수들이 차지한 바 있습니다. 

이번 제75회 US여자오픈에 출전하는 한국 선수는 무려 27명으로 41명이 출전하는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습니다. 섣부른 추측일지는 모르나, 출전 선수의 면면을 보더라도 한국 선수들이 리더보드 상단을 수놓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이 모든 결과의 시작에 바로 박세리 프로의 ‘맨발의 투혼’이 있었다고 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요? 저는 결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 대회 US여자오픈 챔피언십 첫 우승에 도전하는 고진영, 김세영, 최혜진 프로. 사진제공=KLPGA

박세리 프로가 활동하던 당시만 하더라도 대한민국은 골프계의 변방이었고 외환위기로 인해 국력이 쇠할 대로 쇠한 시기였습니다. 하지만 이제 대한민국 골프는 남녀 가릴 것 없이 세계 최강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였고, 우리의 국력은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대유행 속에서도 빛나는 저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열리는 이번 US여자오픈에서 우리 선수들이 얼마나 멋지고 아름다운 플레이를 선보일지 정말로 설레고 기대됩니다. 

시즌 2승을 거두고 세계랭킹 1위 등극을 노리고 있는 빨간바지의 마법사 김세영 프로, 상금순위 1위를 달리며 세 번째 US 여자오픈 타이틀을 노리는 박인비 프로, LPGA 복귀 후 세계랭킹 1위의 화려한 귀환을 알리려는 고진영 프로, 전년도 타이틀 방어에 나서는 이정은6 프로, 2017년 고등학생으로 출전해 깜짝 준우승을 차지했고 이제는 KLPGA 최강자로 US오픈에 나서는 최혜진 프로 등 그 누가 우승해도 놀랍지 않을 화려한 면면에 절로 미소가 지어집니다.

골프 팬 여러분, 이번 한 주는 박세리 프로가 1998년에 쏘아올린 그 골프공이 거대한 불꽃쇼가 되어 피어나는 장관을 만끽하시기 바랍니다. 그 화려하고 장엄한 불꽃쇼가 코로나19로 지친 우리들의 마음을 시원하게 뚫어주리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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