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2012년 LPGA 투어 KEB·하나은행 챔피언십 때 이벤트 행사에 참가했던 (왼쪽부터)김미현, 박세리, 박지은 프로 모습이다. 사진제공=하나은행 챔피언십 대회본부


[골프한국] 김미현(43). 한국 골프 팬들은 그를 ‘슈퍼땅콩’이라고 불렀다. 1m 55cm 전후(?)의 단신에서 유래한 애칭이지만 단신의 핸디캡을 극복하고 LPGA투어에서도 성공적인 활약을 펼친 그를 높이 평가해 골프 팬들은 기꺼이 ‘슈퍼’라는 수식어까지 붙였다. 

그는 미국 LPGA투어라는 큰물에 뛰어들어서도 주눅 들지 않고 박세리 박지은과 함께 한국 여자골프의 트로이카로 대활약, ‘작은 거인’이란 소리를 들었다.

그의 스윙을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골수팬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짧은 두 다리로 지면을 딛고 전신을 꼬아 드라이버 헤드가 왼쪽 무릎에 이르는 오버스윙을 한 뒤 볼을 가격하기까지의 격렬한 동작은 경이 그 자체다. 

절로 눈은 휘둥그레지고 입에서는 탄성이, 손에서는 박수갈채가 터져 나온다. 미국 영국 등에서 경기할 때 중계진이나 갤러리들은 ‘amazing’ ‘unbelievable’ ‘wonderful’ ‘mysterious’란 탄성을 토해냈다.

특히 그를 좇는 갤러리들은 마술 같은 스윙과 신기의 우드 샷을 보기 위해 나온 열광 팬들이었다. 그의 팬들은 극도의 오버 스윙으로 만들어내는 마술 같은 샷에 갈채를 아끼지 않았다. 마치 공연을 즐기듯 그의 플레이에 매료되었다. 

▲사진은 2017년 LPGA 투어 KEB·하나은행 챔피언십 때 해설가로 나선 김미현 프로의 모습이다. 사진제공=하나은행 챔피언십 대회본부

김미현은 장정(40)과 함께 한국 여자골프 역사에 남을 ‘작은 거인’이다. 그는 한국에서 15차례 우승하고 1999년 박세리에 이어 두 번째로 LPGA투어에 입성해 단숨에 스테이트팜레일 클래식과 퍼스트유니온 벳시킹 클래식에서 우승하며 신인왕에 올랐다. 2012년 은퇴할 때까지 통산 8승을 올렸다. 

두 선수의 키는 미스터리다. 매체마다 153cm에서 155cm 사이에서 서로 다르게 표시된다. 인터넷 검색창엔 이보다 3~4cm 크게 나타나 있다. 155cm 이하라는 게 정설이다.

최근 골프전문 매체에서 2001년 8월 박세리(43)가 브리티시 여자오픈에서 우승하는 장면을 내보냈는데 이 프로그램에 박세리 못지않게 김미현의 경기장면이 많이 나왔다. 박세리의 탄탄한 경기도 인상적이었지만 김미현의 믿을 수 없는 스윙은 경이 그 자체였다.
박세리가 2타차로 우승한 이 대회에서 김미현은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그의 불가사의한 오버스윙과 아이언샷을 방불케 하는 우드 샷은 갤러리들과 중계진을 놀라게 했다.

김미현의 오버스윙을 보며 ‘가격하지 않는 스윙’의 힌트를 발견했다. 

그의 백스윙은 왼쪽 어깨와 수평을 이루는 지점을 한참 지나 왼쪽 무릎까지 다다른다. 거기서부터 다운 스윙이 시작되는데 정확히 표현하면 업 스윙을 거쳐 다운 스윙을 하는 셈이다.

아마추어들이 스윙으로 볼을 날려 보내지 못하는 것은 다운스윙 때 가격하겠다는 마음이 앞서 클럽으로 볼을 때려내는 데 급급하기 때문이다. 가격하겠다는 마음이 있는 한 백스윙도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고 팔로우 스윙도 이뤄지지 않는다.

그런데 김미현처럼 오버스윙을 하면 도저히 때리는 동작을 할 수가 없다. 왼쪽 어깨 아래에서 어떻게 볼을 가격하는 동작을 취할 수 있겠는가. 자연히 원형의 궤도를 타지 않을 수 없다. 크고도 완전한 원이 만들어지면서 회전력이 발생하는 것이다. 김미현은 엉덩이와 왼쪽 허벅지의 과감한 회전을 통해 회전력의 극대화를 꾀했다.

그러고 보니 장타자로 이름 날렸던 존 댈리 역시 오버스윙의 소유자다. 나를 충격에 빠뜨린 81세 할머니의 걸림 없는 스윙, 감탄을 자아낸 고 고우영 화백의 우아한 스윙 역시 오버스윙에 가까웠다. 

골프교습가들이 백스윙 때 클럽이 왼쪽 어깨와 평행이 되도록 강조하는 것은 최소한 그 정도까지 백스윙이 이뤄져야 볼을 가격하는 동작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니겠는가. 볼을 힘껏 때려내려는 사람들의 백스윙이 대부분 올라가다 말거나 4분의 3 스윙에 그친다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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