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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하의 골프산책] '신독(愼獨)의 스포츠' 골프, 패트릭 리드의 규칙 위반 논란에 대하여
김도하 news@golfhankook.com
▲2021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에서 우승한 패트릭 리드.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이번 주 골프계는 PGA 파머스인슈어런스 대회 중 벌어진 패트릭 리드의 규칙 위반 논란으로 떠들썩했습니다. 

상황을 간략히 정리해 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3라운드 10번홀에서 4타차로 선두를 달리고 있던 패트릭 리드가 페어웨이 벙커에서 친 공이 왼쪽으로 크게 휘어져 깊은 러프에 빠졌는데, 리드는 이 자리에 마크를 하고 공을 집어든 다음, 경기위원을 불렀습니다. 

그는 공이 땅 속 깊이 박혀 빼냈다고 설명을 했고, 경기위원은 무벌타 드롭에 동의했습니다. 이후 리드는 짧은 러프에 공을 드롭한 다음 샷을 했고, 무난히 파 세이브에 성공했습니다. 다음 날까지 선전한 리드는 결국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면서 통산 9승을 기록하게 됩니다.

골프팬 여러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이 상황과 관련된 룰을 설명 드리자면, 패트릭 리드는 골프규칙 16.3 b, 즉, ‘일반구역에서 땅에 박힌 공은 페널티 없이 구제를 받을 수 있다(When a player’s ball is embedded in the general area and relief is allowed under Rule 16.3a, the player may take free relief by dropping the original ball or another ball in this relief area)’는 조항을 적용한 것인데요. 

논란이 된 지점은 리드가 공이 땅에 박힌 것을 스스로 판단했다는 점입니다. 공이 땅에 박힌 게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스스로 공을 집어들기 전에 경기위원을 먼저 불렀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지요. 

하지만, 골프규칙 16.4, 즉, ‘플레이어는 구제가 허용되는 상태인지 확인하기 위해 공을 집어들 수 있다(The player may lift the ball to see if relief is allowed)’는 규정에 의하면, 리드의 행동에는 아무런 절차적 하자가 없었습니다. 사실 로리 매킬로이도 이 대회 3라운드 18번홀에서 같은 룰을 적용하여 스스로 페널티 없이 구제를 받은 바 있었습니다. 

아마도 많은 골프팬들께서는, ‘왜 골프규칙을 저렇게 정했지? 경기위원이 와서 판정하게 하면 논란이 없을텐데.’ 라고 생각하실 것 같습니다. 

이 지점에서 골프가 다른 대부분의 스포츠 종목들과 차별화되는 한 가지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바로 골프에는 심판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만일 골프에 심판이 존재한다면, 그 심판은 다름 아닌, 골퍼의 ‘양심’일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따르고 있는 골프규칙은 1744년 스코틀랜드 에딘버러의 골프협회(Honorable Company of Edinburgh Golfers)에서 제정한 13개의 조항이 근간이 되어, 1952년부터 R&A와 USGA, 즉 영국과 미국의 골프협회에서 공동으로 만들어 오고 있는 것인데요. 

이 골프 규칙들은 골퍼들이 스스로 규칙을 준수한다는 전제 하에 만들어진 것입니다. 심지어 최초의 13개 조항에는 ‘벌타’라는 개념조차 존재하지 않습니다. 명예를 목숨보다 무겁게 여긴 신사들에게 ‘벌타’라는 것은 애초에 필요하지 않았던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러한 골프규칙의 기원과 역사를 알고 나면, 앞서 말씀 드린 골프규칙 16.4 또한 플레이어의 양심을 믿고, 스스로 공을 집어들 수 있게 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겠지요.

▲2021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에서 경기하는 로리 맥길로이.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다시 이번 논란으로 되돌아가서, 우리는 로리 맥킬로이의 발언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골프는 진정성의 스포츠이고, 올바른 행동으로 임해야 한다. 나는 언제나 올바르게 행동하기 위해 노력했고, 팬들이 그것을 이해해 주길 바란다. 나는 내가 그에 합당한 평판을 얻고 있다고 생각한다.(Our game is about integrity and it’s about doing the right thing. I always try to do the right thing and hopefully people see that. I feel like I have a reputation of that.)” 고 밝힌 바 있습니다. 

로리는 논란이 된 상황과 규칙에 대해 구구절절 해명하기에 앞서 골프에 임하는 자신의 양심과 태도를 강조한 것인데요. 저는 로리의 이런 자세가 세계 최고 수준의 골퍼로서 골프라는 스포츠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정말로 멋진 모습이 아닐 수 없습니다.


패트릭 리드의 경우에는 사정이 좀 다릅니다. 로리처럼 자신의 평판에 대해 당당하게 말하기에는 리드의 과거 행적이 그다지 아름답지만은 않습니다. 

리드는 조지아대학교 골프팀 시절부터 골프 규칙과 관련해서 숱한 논란에 휩싸여 왔고, 골프 규칙을 매우 영리하게 활용해 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각종 인터뷰에서 ‘규칙을 지켰으니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줄곧 고수해 왔는데요. 골프의 진정한 심판인 ‘양심’은 과연 그의 행동에 대해 어떤 판정을 내릴지 알 수 없는 일입니다. 


골프팬 여러분, ’신독(愼獨)’이라는 말을 아시나요? 이 단어는 동양의 고전인 <대학>과 <중용>에서 유래한 것인데요. ‘홀로 있을 때에도 도리에 어그러지는 일을 하지 않고 삼가함’을 뜻한다고 합니다. 저는 이 단어야 말로 모든 골퍼들이 마음 깊이 새겨야 할 덕목이라고 생각합니다. 

동반자가 옆에서 지켜보고 있지 않다고 해서 골프 규칙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자신에게 유리하게 하는 것은 이 ‘신독’의 의미에 비추어 볼 때 매우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모쪼록 이 글을 읽는 모든 골프팬들께서는 ‘벌타’조차 정의하지 않았던 1744년 에딘버러의 골퍼들처럼 명예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신독’의 골퍼들이 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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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김도하: KLPGA, LPGA Class A 프로골퍼이며, 방송, 소셜미디어, 프로암, 레슨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행복한 골프&라이프를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는 선현의 가르침을 거울 삼아, 골프를 더 행복하고 의미있게 즐길 수 있는 지식과 생각들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김도하의 골프산책' 바로가기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입력날짜 : 2021-02-03 08:4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