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골프한국


[골프한국] 각성(Arousal)은 깊은 수면에서부터 극도의 흥분 상태까지 이어지는 활성 상태를 말한다. 각성으로 인해 신체에 나타나는 생리적 현상은 심장 박동 수, 땀의 분비량, 호흡의 수 등으로 각성 수준을 측정할 수 있다. 

높은 각성 상태에서 나타나는 현상을 ‘긴장된다’, ‘갑자기 손발에 땀이 난다’, ‘열 받는다’, ‘뚜껑 열렸다’, ‘흥분된다’ 등으로 말한다. 반대로 낮은 각성 상태에서 나타나는 현상은 ‘지루하고 따분하다’, ‘재미없다’, ‘흥미가 없어서 집중이 안 된다’ 등 주의가 산만해지는 상태를 말한다.

골프 경기를 하다 보면 많은 상황을 직면하게 된다. 잘 날아 간 볼이 뜻하지 않게 페어웨이의 배수로를 맞고 OB가 나는 나쁜 결과가 나오기도 하고 아주 긴 거리의 샷이 홀 인되는 좋은 결과도 나온다. 그리고 동반자들의 결과와 날씨 변화, 경기 상황, 주변 환경들로 인해 경기력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주의 집중과 각성 수준은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낮은 각성 수준이 되면 주의 집중이 되지 않아서 주의 분산되며, 높은 각성 수준이 되면 너무 한곳만 집중되어 다른 것은 무시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그러므로 적절한 각성 수준을 유지해야 주의 집중이 적절하게 유지되어 경기력 높일 수 있다. 이러한 각성 수준을 ‘최적 각성 수준’이라고 한다.

스포츠의 종류에 따라 각성 수준이 높아야 좋은 운동이 있고 반대인 경우도 있다. 높은 각성 수준을 요하는 경기들은 대근육을 사용하는 경기로 역도, 단거리 달리기, 투포환 던지기 등 순간적인 큰 힘을 사용해야 하는 경기들이다. 낮은 각성 수준을 요하는 경기들은 양궁, 사격, 골프의 퍼팅 등 폐쇄적인 경기로 소 근육을 사용하며 차분한 상태를 요하는 경기들이 있다. 

골프 경기는 각성 수준이 너무 높아도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고 너무 낮아도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경기이다. 1의 각성 수준이 제일 낮고 10의 각성 수준의 범위를 정한다면 골프는 3~4 정도의 각성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

▲그림제공=한성진


왜 각성 수준이 중요한가?

최적의 각성 수준으로 집중력과 긴장감을 조절해야 좋은 경기를 펼치게 된다. 하버드 의대 생리학자인 월터 개논 박사는 우리의 인체는 위험에 직면하게 되면 생존을 위해 투쟁, 또는 도피반응을 내려 가장 적합한 기능을 발휘한다고 설명하였다. 우리 인간은 수많은 날이 지나며 지금은 생명을 위협받는 상황인 경우는 극히 드물지만 뇌 신경회로에는 투쟁 도피반응의 유전자가 남아 있다. 

예를 들어 필드에서 샷을 하기 위해 어드레스를 하고 있는데 옆에서 독사가 나타난다면 어떤 반응이 나타나겠는가? “엄마야!”를 외치며 나도 모르게 도망을 가거나 다리가 후들거리고 온몸이 긴장되어 움직이지 못해 자리에 주저앉고 만다. 그렇다면 골프 첫 티샷을 위해 어드레스하고 있는데 티 박스 뒤로 뒷 팀이 나타나 샷을 구경한다고 생각해 보자. 투쟁, 도피반응이 나타나 손발에 땀이 나고 심장 박동 수가 빨라지며 근육은 딱딱해지고 긴장되게 된다.


투쟁, 도피반응(높은 각성수준)의 증상

▷호르몬 분비
어떠한 위험에 노출되거나 투쟁하는 환경이 생기면 우리의 인체에서는 호르몬을 분비시켜 싸우거나 도망에 필요한 신체를 준비시킨다. 각성제인 아드레날린과 노르아드레날린이 분비되어 심박 수와 핏속 혈당이 증가되어 활동하기 좋은 에너지를 만들어 싸우거나 도망치기 좋은 근육을 준비시킨다. 하지만 이런 상태가 계속되면 에너지가 소진되어 신체는 피곤해지고 지쳐 쓰러지게 된다.

▷심장 박동 수 증가
투쟁, 도피반응으로 인해 혈압이 증가하고 맥박의 수가 빨라져서 산소나 영양분이 뇌 쪽으로 많이 이동한다. 계속 지속되면 필요한 근육으로 공급되어야 하는 산소나 영양분이 뇌로만 보내져서 근육은 올바른 동작이 나오지 않게 된다. 흔히들 열 받거나 긴장하면 손발이 차가워지고 감각이 무뎌지는 증상이다. 손발로 가야 하는 산소나 영양분이 뇌 쪽으로 많이 공급되어 정보전달이 떨어져서 움직임이 더뎌진다.

▷신진대사 촉진
신진대사가 활발해지면 화장실에 자주 가게 된다. 쉽게 말해 긴장하면 소변을 자주 보게 해서 신체를 가볍게 만들어 빨리 도망가기 위한 현상이다. 

▷근육의 긴장
위험을 감지한 뇌는 신경회로를 통해서 근육에 신호를 전달시켜 도망이나 싸우는 것 중 하나를 택하라고 지시를 내린다. 골프 경기 중에는 도망가거나 싸울 일은 없지만 높아진 각성으로 위협을 느껴 신체를 준비시킨다. 도망가거나 싸울 준비를 위해 근육으로 혈액을 공급해 필요 이상으로 힘이 들어간다.

스포츠 경기는 적정 각성 수준의 정도를 파악해야 경기력을 높일 수 있다. 이케야마 유지는 “뇌는 착각한다.”라고 하였다. 같은 정보라도 사람마다 생각하고 느끼는 반응은 다르다. 

예를 들어 1미터의 퍼팅을 남겨 놓고 우승퍼팅이냐? 아니면 OB를 내고 트리플 보기(+3)를 남겨 놓은 퍼팅인지를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될 것이다. 같은 1미터의 거리지만 뇌가 정보를 해석하기에 따라서 각성 상태가 달라진다. 

긍정적인 생각으로 정보를 받아들이면 뇌는 관련신경회로를 활성화시켜 좋은 근육을 움직이고 부정적인 생각으로 정보를 받아들이면 뇌의 착각으로 투쟁-도피반응이 나타난다. 이처럼 오감이나 환경을 통해서 들어온 정보를 긍정적인 분석을 통해 최적의 각성수준을 유지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챔피언의 각성수준과 일반인의 각성수준은 무엇이 다른가? 
스윙이 완벽하기 때문에 잘하는 것인가? 

잭니클라우스가 말하길 “심리는 90%, 스윙은 10%”라고 하였다. 세계 최고의 선수인 잭니클라우스처럼 최적 각성을 유지하고 그것이 흔들릴 때도 빨리 정상적인 각성 수준으로 돌아올 수 있는 능력이 바로 챔피언의 멘탈이다.

▲볼 뒤에서 목표설정 후 심상하는 과정. 사진제공=한성진


각성이 높아지는 원인

▷흥분상태
버디를 연속적으로 하거나 반대로 3퍼팅을 계속해서 실패에 대한 불안감 등으로 인해 신체는 흥분상태가 되어 적정 각성을 넘어가게 된다. 

▷두려움
첫 티샷을 할 때 갤러리들이나 동반자들이 지켜보게 되면 플레이어는 여러 생각을 하게 된다. ‘사람들 앞에서 실수하면 어쩌지?’, ‘앞 홀처럼 실수하면 안 돼’라며 실수에 대한 두려움으로 각성 상태가 높아진다.

▷미래에 대한 생각
골프 경기 중에 다음 홀을 생각하거나 결과를 의식하면 집중력이 떨어지게 된다. 만약에 17홀까지 94타를 치고 있었다. 100타 밑으로 한 번도 쳐 보지 못한 경우 마지막 홀에서 5타만 치면 99타가 된다. 하지만 10중 8구 미래에 대한 생각으로 집중력이 떨어져서 100타를 넘기게 된다. ‘원 샷, 원 킬’이라는 말처럼 다가올 미래를 생각하지 말고 현재 과정만을 충실히 해야 한다.

▷분노와 좌절
목표나 기대에 못 미치는 샷을 했을 때 우리는 분노하며 좌절하게 된다. 평상시 자신의 실력을 알기에 실수로 인해 분노하고 좌절하여 신체에 기운이 빠지거나 집중력이 떨어진다.


어느 정도의 각성 수준이 적당한가?

어려운 과제일수록 낮은 각성이 수행능력을 높여 주고 쉬운 과제일수록 높은 각성이 좋다. 골프는 전반적으로 낮은 각성 수준이 수행능력에 좋은 영향을 주지만 기술별로 다른 각성 수준이라고 보아야 한다. 

퍼팅을 할 때는 작은 움직임과 정교함을 필요로 하므로 낮은 각성이 적당하며, 반대로 파워가 필요한 드라이버샷은 순간적인 스피드를 내야 하므로 상대적으로 다소 높은 각성으로 해야 한다. 각 샷에 대한 적정 각성 수준은 사람마다 다르며 자신의 각성 수준을 이해해야 경기력이 향상된다.

한국 여자골퍼 박세리 선수의 아버지가 LPGA 시합을 중계한 적이 있었다. 해설자가 아버지에게 박세리 선수의 표정을 보고 약간 지쳐 보이는 것 아니냐고 물으니 “세리는 저런 상태에서 가장 잘한다. 약간 졸린 듯한 모습이다.”라고 말하였다. 박세리 선수는 다른 사람들보다 약간 낮은 각성 수준이 최적 각성 수준인 것이다.

개개인의 각성 수준이 다르므로 자신의 각성 수준이 어느 수준일 때 가장 좋은 수행능력이 나타나는지를 파악해서 경기하는 동안 적정 각성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각성수준을 만들기 위해서는 평상시 습관이 중요하다. “습관은 모든 것의 왕이다.”라는 말처럼 일상생활을 빠르고 급하게 되면 연습장에서도 급해져서 연습 스윙도 하지 않고 샷을 하며 이러한 반복으로 라운드도 똑같이 급해진다. 

평상시 성격이나 습관이 골프의 평균적인 각성 수준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평소에 흥분을 잘 하지 않고 성격이 차분하고 침착한 사람들이 좋은 경기를 하므로 평소에도 좋은 습관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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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한성진: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프로이며 체육학 박사인 그는 선수생활을 하며 여러 요인으로 경기력이 좌우되는 것을 많이 보며 느껴왔다. 특히 심리적 요인이 경기력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을 느껴 심리학을 전공하며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한성진의 골프백과사전' 바로가기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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