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대표주자인 저스틴 토마스, US여자오픈 챔피언 미셸 위 웨스트.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골프팬 여러분, <이방인>, <페스트> 등 위대한 걸작을 남긴 작가이자 철학가인 알베르 카뮈를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이런 카뮈가 어린 시절 아마추어 축구선수였고, 평생 열정적인 축구팬이었던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지 않은데요. 그는 “나는 인간으로서의 도덕과 의무에 대한 모든 것을 어린 시절 축구 클럽에서 배웠다”라고 말할 만큼, 스포츠 정신에 대한 열렬한 지지자였습니다. 

고대 올림픽 시대 이래로 인간은 언제나 스포츠를 통해 스스로의 존엄을 높이고 인간으로서 마땅히 추구해야 할 가치들을 향유해 왔습니다. 서로 협력하고, 희생하고, 도전하고, 노력하고, 결과에 승복하고, 승리 앞에 겸손하는 등 스포츠를 통해 우리가 배울 수 있는 덕목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습니다. 카뮈의 말처럼 인생의 모든 것이 스포츠에 담겨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 수많은 가치들 중에서 우리가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바로 ‘평등’과 ‘배려’입니다. 스포츠야말로 우리 모두가 평등한 기회를 부여받을 수 있는, 아니 부여받아야 마땅한 영역일 뿐만 아니라, 승부를 떠나서 약자를 ‘배려’하는 정신이 발휘되어야 하는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신사와 매너의 스포츠로 불리는 골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공정한 기회를 보장하고, 약자를 배려하는 것은 골퍼라면 누구나 갖추어야 할 덕목일 것입니다. 최근 이러한 가치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두 명의 프로 골퍼가 있었으니, 바로 저스틴 토마스와 미셸 위 웨스트입니다.

남자골프 세계랭킹 3위에 빛나는 저스틴 토마스는 지난 1월 10일, PGA 투어 센트리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십 3라운드 중, 파 퍼트를 놓치고 나서 혼잣말로 동성애자를 혐오하는 단어를 입에 올렸고, 이 장면이 중계방송을 통해 그대로 전달되면서 많은 비판을 받게 되었습니다. 특히 오랜 기간 그를 후원해 왔던 랄프로렌은 토마스의 이 발언에 실망감을 표하며, 그에 대한 후원을 중단한다고 선언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저스틴 토마스는 곧바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변명의 여지가 없다. 모든 분들께, 특히 나의 발언으로 상처받았을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사죄하며, 이번 일을 계기로 더 나은 사람이 되도록 하겠다”며 반성하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한편, 한국계 선수로 우리에게도 친숙한 미셸 위 웨스트는 지난 19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 사람이 기억해야 할 것은 내가 64타를 기록하여 모든 남자 골퍼를 물리치고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는 사실이다. 내 면전에서 웃으며 내 경기를 칭찬하던 사람이 뒤에서는 내 ‘팬티’를 언급했다고 생각하니 온몸이 떨린다”고 밝혔습니다. 

미셸 위가 언급한 ‘이 사람’은 다름 아닌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 시장이었는데요. 그는 며칠 전 한 팟캐스트에 출연해서 2014년 프로암 대회에서 미셸 위와 라운드한 사실을 언급하며, 그녀의 외모를 평하고 그녀의 퍼트 자세에서 팬티가 보였다는 등 매우 부적절한 발언을 해서 물의를 빚은 바 있었습니다. 

미셸 위 웨스트의 이런 발언에 대해 LPGA는 “그녀는 LPGA 투어 5승, 메이저 대회 챔피언, 동료들에 의해 선출된 LPGA 이사회 회원, 스탠포드 졸업생, 그리고 워킹맘이다. 우리는 그녀를 지지한다”며, 웨스트가 줄리아니에 성차별적인 뒷담화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될 훌륭한 여성임을 밝히기도 하였습니다. 이 밖에도 수많은 단체와 사람들이 그녀를 지지하고, 줄리아니를 비판하는 행렬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오른쪽 사진은 24일(한국시간)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가 탔던 차량이 교통사고로 전복된 모습이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골프에 있어 차별의 역사를 온몸으로 받아낸 선수로 우리는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1997년 타이거가 마스터스에서 우승을 확정짓자, 퍼지 죌러라는 선수는 “(타이거가 내년에 준비할 전년도 우승자 주최 만찬에서) 프라이드 치킨을 준비하지 말라고 하라”며 인종차별적 발언을 남긴 바 있습니다. (흑인들과 프라이드 치킨을 결부시키는 것은 인종차별적 소지가 다분합니다.)  

타이거와 감정이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던 세르히오 가르시아도 한 인터뷰에서 “타이거를 집으로 초대한다면 프라이드 치킨을 대접하겠다”라는 발언을 했다가 팬들로부터 엄청난 비판을 받고 스폰서인 아디다스와의 계약도 끊어질 뻔한 일이 있었습니다. 타이거의 위대한 업적은 이 모든 차별을 딛고 이루어 낸 것이라는 점에서 그 가치가 더욱 빛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골프팬 여러분, 진정한 골퍼라면 언제 어디서나 차별에 맞서고, 약자를 배려하는 성숙한 자세를 가져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가 골프를 즐기는 환경, 그리고 그 주변에도 여전히 불평등, 차별, 약자에 대한 소외가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문제들에도 따뜻한 관심을 갖는 골퍼들이 많아지기를 바랍니다. 

아울러, 오늘 아침(한국시간) 차량 전복사고를 당했다고 알려진 타이거 우즈가 빨리 회복해서 그의 위대한 여정을 이어가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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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김도하: KLPGA, LPGA Class A 프로골퍼이며, 방송, 소셜미디어, 프로암, 레슨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행복한 골프&라이프를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는 선현의 가르침을 거울 삼아, 골프를 더 행복하고 의미있게 즐길 수 있는 지식과 생각들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김도하의 골프산책' 바로가기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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