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룩스 켑카와 조던 스피스의 부활을 보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활약하는 브룩스 켑카와 조던 스피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골프팬 여러분, ‘회복탄력성’이라는 단어를 들어보셨나요? 아마 많은 분들께서 동명의 베스트셀러 등을 통해 많이 접해 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이 단어는 영어 ‘Resilience’를 번역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본래의 의미를 적확하게 전달하는 아주 훌륭한 번역이 아닌가 싶습니다. 연세대 김주환 교수의 저서 <회복탄력성>에 소개된 정의 중 일부를 옮겨보겠습니다.

“회복탄력성은 크고 작은 다양한 역경과 시련과 실패에 대한 인식을 도약의 발판으로 삼아 더 높이 뛰어오르는 마음의 근력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물체마다 탄성이 다르듯이 사람에 따라 탄성이 다르다. 역경으로 인해 밑바닥까지 떨어졌다가도 강한 회복탄력성으로 되튀어 오르는 사람들은 대부분의 경우 원래 있었던 위치보다 더 높은 곳까지 올라갈 수 있다. (중략) 회복탄력성이란 인생의 바닥에서 바닥을 치고 올라올 수 있는 힘, 밑바닥까지 떨어져도 꿋꿋하게 되튀어 오르는 비인지 능력 혹은 마음의 근력을 의미한다.” 

저는 이 ‘회복탄력성’이야말로 멘탈게임으로서의 골프에 가장 필요한 역량이라고 생각합니다. <숏게임 바이블>의 저자 데이브 펠츠는 골프를 멘탈 게임, 매니지먼트 게임, 파워 게임, 숏게임, 퍼팅 게임 등 다섯 가지의 게임으로 구성되었다고 규정한 바 있습니다. 

이 중에서 다른 게임 속성에 대한 레슨이나 해법들은 비교적 자세하게 개발되어 있지만, 멘탈 게임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밝혀진 바가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프로로서의 제 경험에 비추어 보건대, 골프에서의 멘탈게임의 핵심은 곧 ‘회복탄력성’이라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수많은 골프격언들 중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것 중 하나는 바로 벤 호건이 말한 ‘골프는 실수로 만들어진 게임이다(Golf is a game of misses)’라는 표현입니다. 골프에서 타수를 줄이고 승리하기 위해서는 최상의 샷들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골프 스코어의 핵심은 실수를 최소화하는 데 있습니다. 

하지만, 벤 호건의 말처럼 골프에서 실수는 본질적인 것이기 때문에 아마추어는 물론이고 최상급 프로들의 경우에도 언제나 실수를 하게 마련입니다. 그렇다면 차이는 어디에서 만들어질까요? 바로, 실수 이후에 얼마나 빠르게 멘탈을 회복하느냐, 그리고 얼마나 탄력있게 되튀어 오르느냐, 즉 회복탄력성에 달려 있는 것입니다.


지난 8일, 전 세계랭킹 1위이자 메이저 사냥꾼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녔던 브룩스 켑카가 피닉스 오픈에서 우승하며 무려 18개월 만에 1승을 추가하였고, 22세에 세계랭킹 1위에 올라 차세대 골프황제 후보로까지 거론되었던 조던 스피스는 피닉스 오픈 4위, AT&T 페블비치 프로암 3위에 오르며, 한때 세계랭킹 91위까지 추락했던 자존심을 되찾기 시작했습니다. 

두 선수 모두 골프계를 평정할 것 같은 기세를 자랑했었지만, 한 번 추락한 성적을 회복하는 것은 더디기만 했는데요. 조던 스피스는 한 인터뷰에서 “문제를 알면 고치겠지만, 무엇이 문제인지 몰라서 어떻게 해야할 바를 모르겠다. 예나 지금이나 나는 똑같은 상태인데도 불구하고 샷이 어디로 갈지 알 수 없어서 답답하다.”라고 고민을 토로한 바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 두 선수는 부단한 노력 끝에 자신의 역량을 되찾기 시작했고, 2021년 시즌 개막부터 전  세계 골프팬들을 열광시키고 있습니다. 이 두 선수가 보여줄 회복탄력성이 얼마나 높을지 지켜보는 것도 올 시즌 놓칠 수 없는 관전포인트가 아닐까 싶은데요. 이 즈음에서 우리는 다시 한 번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는 타이거가 이룬 수많은 업적들 중에서도 가장 위대한 것으로 2019년 마스터스 우승을 꼽고 싶습니다. NBA 스타이자 골프광으로 소문난 스테픈 커리는 이 우승을 두고 ‘스포츠 역사상 가장 위대한 컴백(Great comeback story in sports)’이라고 트윗하기도 했을 만큼, 이 장면은 그야말로 회복탄력성의 최정점을 보여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골퍼들마다 라운드에서 느끼는 희열이 제각각일 것입니다. 어떤 분들은 드라이버를 제대로 쳐서 장타를 기록했을 때 그 손맛을 잊지 못할 것이고, 어떤 분들은 롱퍼트가 홀에 떨어지는 그 짜릿함을 잊지 못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골프의 진정한 매력을 아시는 분들이라면, 뼈아픈 미스샷의 아픔을 딛고 파 세이브하거나, 더블보기 또는 트리플보기를 기록한 다음 홀에서 멋지게 버디를 낚을 때의 그 회복탄력성을 즐기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인생의 묘미도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려움 없이 평탄한 삶에서 어떤 보람과 희열을 맛볼 수 있을까요? 우리 모두 브룩스와 조던, 그리고 타이거의 회복탄력성을 보면서, 힘들었던 지난 한 해를 바닥삼아 다시 한 번 멋지게 비상하는 2021년을 만들어 보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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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김도하: KLPGA, LPGA Class A 프로골퍼이며, 방송, 소셜미디어, 프로암, 레슨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행복한 골프&라이프를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는 선현의 가르침을 거울 삼아, 골프를 더 행복하고 의미있게 즐길 수 있는 지식과 생각들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김도하의 골프산책' 바로가기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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