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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한국] 조경수로 식재된 나무만 보더라도 골프장의 역사가 보인다. 오래된 골프장에 가보면 들어가는 입구부터 한 자리에서 오랫동안 골프장을 지켜온 나무들을 만나곤 한다. 주로 허리가 길쭉하게 잘빠진 소나무가 주류를 이루는데 골프장 조성 시 산에서 자라던 향나무나 느티나무나 팽나무를 그대로 보존해 놓은 곳도 있다.

나무는 링크스 코스를 표방하는 골프장을 제외하곤, 홀과 홀을 연결하는 카트 도로변이나 홀을 시작하는 티잉 그라운드 옆에서 만날 수 있다. 티잉 그라운드 옆에 서있는 나무는 마치 홀을 관장하는 수문장처럼 자리하고 있는데, 한여름엔 그늘을 만들어 주고 사진을 찍는 명소가 되기도 한다.

얼마 전 갔던 골프장에는 가시나무가 식재되어 있었다. 나무에 대해 문외한이던 시절에 가시나무란 가지에 가시가 난 나무를 일컫는 말로 착각했었다. 즉, 탱자나무나 찔레나무처럼 가시가 돋아난 나무 중의 하나라고 생각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나뭇잎이 좁고 삐침형으로 생기고 끝이 뾰쪽하게 가시처럼 찌르게 나와서 가시나무라고 부르는 것이었다. 우리나라 남해안에서도 자생종이 있는 친근한 나무였다. 가시나무는 종가시나무, 개가시나무, 참가시나무, 붉가시나무, 홍가시나무, 호랑가시나무 등 다양한 종류가 있는데 잎의 두께나 모양으로 구분한다고 한다.

시인과 촌장이 불렀고 조성모가 리메이크한 노래 중에 <가시나무>가 있다.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당신의 쉴 곳 없네

내 속엔 헛된 바람들로
당신의 편할 곳 없네

내 속엔 내가 어쩔 수 없는 어둠
당신의 쉴 자리 뺏고

내 속엔 내가 이길 수 없는 슬픔
무성한 가시나무 숲 같네...."

이런 아름다운 가사로 시작하는 노래다. 그런데, 시인인 하덕규의 <가시나무>는 내가 골프장에서 만난 가시나무가 아니었다. 노래 속의 가시나무는 '가시면류관'을 쓴 사랑과 희생의 예수님을 생각하며 작사를 했다고 한다.


간혹, 자신에게 엄격하고 동반자에겐 관대한 골퍼를 만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초보 골퍼를 대동하고 골프의 기본적인 소양과 룰을 설명하며 레슨을 하는 스승과 제자 사이가 그런 것 같다. 

그러나 비슷한 수준의 골퍼들끼리 경기를 하다 보면 관대함보다 매의 눈으로 상대를 감시하는 경우를 더 많이 경험하게 된다. 골프의 특성상 우연과 변수가 많이 발생하게 되고 상황마다 약간씩 다른 결정이 내려지기도 한다. 하지만 매 상황마다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며 원칙만 강조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런 경우 동반자끼리 서먹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한다. 그래서 적당히 눈감아 줄 배짱과 아량도 필요하다.

엄격함과 관대함은 골프룰의 적용에서 자주 나오게 되는데, 사실 룰이란 감정 없이 처리하면 될 것 같아도 관계의 친소를 결정하는 중요한 단서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나의 마크'와 '상대방의 컨시드'는 같아 보이지만 다른 처분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백 타를 돌파하고 보기 플레이어 수준이 되면서 자신의 타수를 잘 세기 시작하면, 동반자의 플레이를 유심히 관찰하는 습관이 생겨난다. 어쩌면 이건 본능 같은 것이다. 드라이버를 치고 세컨드 샷을 실수하지 않고 쳤다면 시간은 넉넉해진다. 파온을 했다면 퍼터를 들고 걸으며 동반자의 플레이를 보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뽑기나 내기를 하면서 카트로 이동하는 동안 자신의 타수를 말하는데 간혹 스코어를 줄여서 말하는 사람이 있다. 이런 '줄이기 신공'을 구사하는 사람을 만나면 말을 해줘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망설이게 된다. 나만 모르고 골프 룰이 개정되었나 생각하게 된다. 한 번 이런 상황을 겪고 나면 신경 쓰지 말아야 할 곳에 신경을 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고 샷도 흔들리게 된다.

그래서 룰에 대해 라운드 전에 서로 정확하게 공지해 둘 필요가 있다. 아마추어 골프 대회나 클럽대회는 규정된 룰대로 하면 되겠지만 아마추어끼리 라운드에서 PGA 룰을 따를 필요는 없다고 본다. 룰은 게임을 즐기기 위해 최소한으로 적용한다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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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친한 친구들과 골프를 즐기면서 적용한 룰이 재밌어서 소개한다.

- 멀리건은 첫 홀만 허용한다.
- 컨시드는 퍼터의 총길이로 한다.
- 페널티 구역과 언플레이어블 볼을 선언한 경우에는 본인이 좋다고 하는 자리에서 치는 것으로 한다.


사실 멀리건은 없을수록 좋다. 후배 중에 '멀리건은 없다. 인생에 멀리건이 없듯이'하고 단호하고 분명하게 말하는 친구가 있다. 분명 맞는 말이지만 첫 홀만 예외로 하는 건 몸도 풀고, 영점 조준도 하면서 편안하게 시작해 보자는 의미가 있다.

두 번째, 컨시드의 범위는 일반적으로 퍼터의 샤프트가 보이는 부분까지 허용하지만, 최근 뇌 시술을 받은 친구가 있어 범위를 조금 넓혔다. 나이 든 사람이 있거나 초보자가 있다면 한 번 생각해볼 만하다. 골프는 순간 집중력을 요구하는 운동인데 짧은 거리에서 너무 신경을 곤두세워 동반자의 애간장을 녹이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보통 퍼터의 총길이는 33~34인치를 주로 사용하는데 cm로 환산한다면 84~86.7cm 정도이다. 이 컨시드 길이는 긴 것 같아도 컴퓨터가 주는 배려에도 못 미친다. 스크린 게임에서 일반적으로 적용하는 컨시드가 1.2~1.5m인걸 상기해본다면.

마지막으로, OB 난 경우에는 로컬룰의 규정에 따르면 되겠지만, 페널티 구역이나 치기 힘든 곳으로 간 상황이 발생할 때이다. 이럴 때는 부근의 평평한 곳이나, 페어웨이의 널찍한 곳으로 이동해서 플레이를 하면 된다. 골프룰 대로 적용한다면 경사진 곳이나 잔디가 많이 자란 러프에서 불편하게 플레이를 해야 하겠지만 만회할 기회를 준다는 의미도 있다. 

벌타 받은 것도 서러운데, 한 클럽 두 클럽 따지며 "홀에서 가깝지 않게." 하면서 야박하게 말하면 친구라도 물어뜯고 싶어진다. "좋은 곳에 놓고 치게." 이 한마디에 돈은 조금 나가도 마음은 서글프지 않을 것이다.

예수님은 가시면류관을 쓰고 당신의 사랑을 증명하셨다. 오랜 시간이 지나서도 그 숭고한 희생과 사랑은 인류의 중요한 가치가 되었다.

골프에서 가져야 할 중요한 가치는 무엇일까? 

골프는 한 방향을 향해 함께 걸으며 가는 운동이다. 축구나 테니스처럼 마주보면서 적의를 불태우는 운동이 아니다. 나의 실수도 동반자의 잘못도 서로 껴안으며 격려할 수 있을 때, 그리고 한 번의 굿샷에 물개 박수를 치며 즐길 수 있을 때, 골프를 통한 사랑의 컨시드도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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