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황제 타이거 우즈가 2020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메이저 마스터스 최종라운드에서 경기하는 모습이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이전 칼럼에서 경기 스코어가 선수의 골프경기력을 가장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척도이며, 자신의 경기 스코어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찾는 것이 경기력 향상을 위한 노력의 시작점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했다. 

한 경기에서 발생하는 선수의 미스 샷에 대한 횟수가 스코어에 영향을 주는 정도는 아마추어와 달리 그리 크지 않다. 오히려 샷 상황에 대한 판단 미스를 몇 번 했는지가 미스 샷의 횟수보다 스코어에 더 큰 영향을 준다는 점이 아마추어와 크게 다른 점일 것이다.

하지만, 안 좋은 스코어를 기록한 선수에게 경기 상황이 어떠했는지를 물어보면, 대부분 샷의 문제를 언급하며, 경기에서 홀 공략에 필요한 상황 인지와 사고 판단에서 문제가 있었다는 이야기는 좀처럼 듣기 어렵다. 

선수들은 자신의 경기가 컨디션에서 기인한 샷의 난조 혹은 퍼팅 문제 등 주로 하드웨어적인 골프 기량에 문가가 있었다고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며. 자기 내면의 소프트웨어적인 문제를 바라보는 접근 방식에 취약한 편이다.

아마도, 어려서부터 골프를 습득하는 전반적인 과정이 하드웨어적인 기량을 중심으로 배워온 것과 무관하지 않은 듯하다. 아니면, 특정 미스 샷의 장면이 머릿속에서 강하게 생각을 지배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려서부터 다져진 기량을 토대로 경기하는 선수들의 경우에 스코어를 결정짓는 골프 경기력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하드웨어적인 문제보다는 소프트웨어적인 문제가 요인일 확률이 높다.

지난해 PGA 투어 경기 가운데 마스터즈 둘째 날 경기에서 셉튜플(septuple bogey) 보기로 홀 아웃하는 장면이 많은 골프인 들에게 화제가 되었다. 아마추어들의 라운드에서도 좀처럼 경험하기 어려운 장면이다. 그것도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가 연출한 장면이다. 

한 홀에 무려 10타를 친 것이다. 첫날 60대 타수를 기록한 타이거 우즈가 마스터즈 3연패의 신화를 새로 쓸 수도 있을 거라는 높아진 기대감이 일순간 천길 나락으로 떨어져 버린 순간이다. 

평소 타이거 우즈의 플레이를 중심으로 많은 칼럼을 써왔던 필자로서는 12번홀 158야드 파3 코스에서 벌어진 상황은 너무 당혹스러운 장면으로 남아있다. 마스터즈 3연패의 신화를 칼럼으로 쓰고 싶었던 작은 소망도 함께 물속으로 들어가고 말았으니 말이다. 

이 상황을 분석해보면 타이거 우즈가 샷 미스를 한 것이 아니다. 샷을 하기에 앞서 바람을 인지하고, 공략 거리를 산출하고, 클럽을 결정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사고 판단에 대한 소프트웨어적인 오류를 범한 것이다.

바람의 영향을 158야드의 거리에 반영하는 과정과, 볼을 랜딩 시킬 지점의 그린 상황에 대한 인지 판단의 과정에 있어 타이거 우즈는 소프트웨어적인 오류를 범한 것이다. 이 오류는 그린의 원하는 지점보다 공이 짧게 떨어짐으로써 그린의 내리막을 타고 물로 굴러 떨어진 것이다. 

이 한 번의 인지 사고에서 비롯된 판단 오류 때문에 이후 모든 라운드의 타이거 우즈 경기력은 크게 영향을 받은 듯했다. 

이 시대 골프선수 가운데 가장 창의적이며 뛰어난 인지능력을 가진 선수라는 평을 듣지만 나이가 들어 집중력 유지 능력이 쇠퇴한 것일까?
3연패에 도전하는 마스터즈라는 큰 대회에 대한 욕심과 함께 의욕이 앞서 냉정한 사고판단 능력이 무뎌진 탓일까? 

▲타이거 우즈가 2020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메이저 마스터스 12번 홀에서 샷을 하는 모습이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여하튼 이 상황은 골프 경기력과 관련하여 시사하는 바는 매우 크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인지사고능력이 골프 경기에서 좋은 스코어를 기록하는데 얼마나 중요한가를 단적으로 보여준 장면이기 때문이다. 프로선수들이 범하는 약간의 샷 미스는 사실 스코어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최고의 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창의적 인지 사고 능력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자신의 골프 한계를 극복하고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경기력을 바란다면 코스의 상황과 환경을 정확하고 냉정하게 바라볼 수 있는 인지사고능력의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것을 재차 강조하고 싶다. 

더불어 투어에서의 성적이 오랫동안 같은자리에서 맴돌고 있는 선수라면 골프 기술적 문제보다는 인지 사고 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훈련을 병행하라고 권하고 싶다.

기계나 로봇이 아닌 이상 인간이 골프에서 미스 샷을 하는 것은 당연하고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물론 미스 샷의 횟수를 최소화하기 위해 선수들은 부단히 노력해야 하지만, 통계적으로 스코어에 큰 영향을 미치는 미스 샷의 평균적 횟수는 아마추어와 달리 투어에서 활약하는 선수들 간에 큰 편차를 보이지 않는다.

선수를 지도하는 과정에서 특정 선수가 18홀 라운드 하는 것을 주의 깊게 관찰해 보면 미스 샷의 횟수보다 정확한 공략 거리 산출에 있어 오류를 범하는 확률이 더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가령, 그린의 지형적 상태를 샷에 반영하여 3야드만 더 우측을 보고 공략했다면 완벽한 버디 찬스를 만들 수 있었다거나, 그린을 에워싼 높은 나무들로 인해 바람 방향이 샷 지점과 다른 점 등을 간과한 채 샷을 하고 파로 홀 아웃하게 되면, 자신의 인지 판단에 실수가 있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드웨어적인 미스 샷에 대해서는 자신을 질책하지만, 판단만 잘했다면 버디를 할 수 있었던 소프트웨어적인 미스에는 스스로에게 관대하다.

골프 경기력을 분석하는 사람들 간에는 선수의 경기 스코어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드라이버샷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퍼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사람들도 있다. 반면, 누군가는 숏 게임이 가장 중요하다고도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 하드웨어적인 기량이 선수들 마다 제각기 다르기 때문에 딱히 무엇이 경기 스코어 구성에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단정짓기는 어려울 것이다. 

어찌 보면, 선수마다 자신의 장점이 되는 하드웨어적인 기량의 장단점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스스로가 잘 알고 있다.

다만, 하드웨어적인 기량과 달리 많은 선수들은 자신의 인지능력과 창의적 의사결정 능력의 보완점을 찾거나, 향상시킬 마땅한 방법을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미래지향적인 골프 경기력 향상의 방안으로 인지사고능력을 평가하고 체계적으로 훈련할 수 있는 전문적인 연구결과들이 보다 활발하게 골프에 접목되는 과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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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전순용: 골프경기력 평가분석가. 전순용 박사는 제어공학을 전공하고 동양대학교 전자전기공학과의 교수로서 재임하는 동안, 한국국방기술학회 초대회장을 역임했다. 시스템의 평가와 분석 분야에서 오랫동안 활동했으며, 집중력과 창의적인 뇌사고능력에 관한 뇌반응 계측과 분석 분야에서 연구활동을 지속해왔다. →'전순용의 골프칼럼' 바로가기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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