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골프 세계랭킹 1위 로리 맥길로이. ⓒ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웜 업 루틴과 프리 샷 루틴이 프로나 아마추어 모두의 경기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중요한 요인임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루틴'은 선수가 자신의 기량에 맞는 정상적인 샷이 가능하도록 신체적 운동 감각을 활성화하고, 샷에 대한 확신을 갖기 위해 심리적인 안정을 꾀하는 선수들의 습관화된 행동을 말한다. 

골프는 순간적인 반사신경을 필요로 하는 스포츠라기보다는 한 번의 샷 모션 이후에 다음 샷까지 많은 시간 동안 대기해야 하는 특성 때문에 장시간 일관성 있는 스윙에 필요한 운동 감각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따라서 골프선수의 샷 루틴은 다른 스포츠에 비해 경기력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그 중요성이 강조될 수밖에 없다.


골프에서 경기 전에 행하는 '웜 업(warms up) 루틴' 또한 매우 중요한 경기력 요인이다. 선수마다 다르며, 정형화된 표준은 없지만 경기를 준비하는 선수에게는 웜 업 루틴을 수행하며 그날의 경기 결과를 느낌으로 알 수도 있을 것이다. 

현재 남자골프 세계 1위인 로리 맥길로이의 웜 업 루틴은 퍼팅그린에서 시작해서 루틴의 마지막을 다시 퍼팅그린에서 끝낸다. 그는 많은 쇼트 퍼팅 연습을 한다. 롱 퍼팅까지 마치면 그린 사이드 칩 샷, 러프 샷, 벙커 샷 연습을 하고 레인지에서 샷을 점검한다. 

레인지에서의 샷은 기술적인 샷보다는 리듬과 스피드를 느끼는 스윙을 한다. 레인지 샷 점검이 끝나면 다시 그린에서 최종 퍼팅을 점검하고 첫 홀의 티샷을 위해 이동한다.
 
전 세계 1위 제이슨 데이는 티타임 한 시간 전에 그린 사이드에 도착하여 60도 웨지로 6개의 칩 샷을 한다. 이어서 러프와 벙커에서 10개 정도의 샷을 하고, 레인지로 이동하여 샌드 웨지부터 시작해서 홀수 아연과 우드 드라이버까지 총 50개 가량의 샷을 하고 마지막으로 그린에서 30개 정도의 퍼팅을 마치면 티샷 홀로 이동한다.   

일반적으로 웜 업 루틴은 선수마다 다르지만 짧게는 45분 정도에서 길게는 1시간 30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웜 업 루틴이 너무 짧거나 혹은 너무 길어도 좋은 경기력을 만드는데 부정적일 수 있다. 그러나 최고의 컨디션으로 시합에 임하기 위해 어느 정도의 시간이 가장 적정한가를 결정하는 것은 선수 개인의 몫이지만 필자는 적정한 웜 업 루틴 시간을 1시간 15분 정도가 좋다고 본다. 

사실 투어를 뛰는 선수 입장에서 보면, 웜 업 루틴과 프리 샷 루틴뿐만 아니라 한 라운드를 마치고 다음 라운드를 준비하는 모든 과정이 하나의 루틴 속에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오전 조일 때와 오후 조일 때 라운드를 마치고 다음 라운드를 준비하는 잔여 시간의 활용과 함께 다음 경기를 위해 이동하는 1주일의 과정 모두가 하나의 루틴일 것이다. 
4라운드 경기를 최고의 운동 감각과 자신감으로 완벽히 소화하기 위해서는 한 라운드를 종료하고 다음 라운드까지 주어지는 시간의 활용에도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필자는 4라운드 경기의 긴 루틴 속에 매일 한 시간 정도의 명상과 이미지 훈련을 포함시킬 것을 권한다. 오늘 라운드에서 보기를 했거나 어려움을 겪었던 홀들에 대한 복귀의 명상 시간은 뜻밖에 좋은 시합을 할 수 있는 모티브가 될 수 있다. 각 홀에 대한 이미지 스윙을 통해 잘못되었던 판단과 샷을 복귀하고 바로잡는 시간을 갖는 것이 실제 레인지에서 보내는 시간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 


'프리 샷 루틴'은 선수들이 샷 직전에 하는 웨글(waggle) 동작이나 풋 스텝(Foot-step)등을 말하는데, 이러한 행동은 선수마다 형태와 시간이 동일하지는 않다. 때로 루틴이 긴 선수는 동반자에게 심리적인 피해를 주기도 한다.

또한 프리 샷 루틴 하나를 바꾸고 예전과는 180도 다른 경기력을 보여주는 선수들도 있다. 그중 대표적인 사례가 LPGA 투어의 아리아 주타누간이다. 샷의 긴장감을 완화하기 위한 '스마일 프리 샷 루틴'을 통해 일정한 스윙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심리적 안정감을 얻게 된 후, 바로 2018년 그녀 골프 인생에 최고의 한 해를 만들었다.

퍼팅에서 선수가 가진 일상적인 샷 루틴 시간보다 1~2초 빠르거나 늦어지면 성공 확률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는 게 사실이다. 어찌 보면 인생 일대의 중요한 샷을 마주하면 선수 자신이 평소에 하던 루틴대로 샷을 수행하는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좋은 루틴은 선수가 샷을 하는 순간 최상의 운동 감각을 발휘하고, 심리적 자신감을 유발하도록 일관되게 행해지는 것이 되겠지만, 여기에서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가를 확인하거나 개선하는 일이 쉽지 않다. 

중요한 것은 아무리 좋은 루틴을 세팅해 있어도 의도적으로 루틴을 반복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오로지 경기와 샷에 집중해서 무의식적으로 일관성 있는 루틴과 함께 샷이 실행되도록 준비가 되어야 좋은 경기력을 발휘하게 된다.

보통 긴장을 하게 되면 루틴을 스스로 지키지 못하고 불필요한 행동이 연결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샷 루틴은 멘탈의 부분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하겠다.

테니스 선수가 서브를 하거나 리시브를 할 때 공을 몇 번 튀기는 행위나 몸을 좌우로 움직이는 행위는 공에 집중하며 운동 감각을 최대한 끌어올리고, 빠른 리액션을 만들기 위한 루틴이다. 그러나 테니스 선수들의 루틴은 골프선수 들이 가진 샷 루틴에 비교하면 비교적 단순하다고 할 수 있다. 

골프선수들이 샷을 하기 위해 행하는 루틴의 움직임은 훨씬 다양할 뿐만 아니라, 루틴에 소요되는 시간도 많은 차이를 보인다.


샷링크(ShotLink)에서 제공하는 데이터 자료를 보면, PGA 선수가 티에서 그린에 이르기까지 샷을 하는데 걸리는 평균 시간은 38초이며, 10%의 가장 빠른 선수와 느린 선수는 각각 29초와 45초가 걸린다. 

대게 티샷보다는 어프로치샷에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특히 세컨샷의 경우 가장 빠른 선수와 가장 늦은 선수 상위 10% 간에는 각각 30초와 60초로 2배나 차이가 나고, 그린주변에서의 칩샷의 평균이 50초로 가장 길다. 

퍼팅 평균은 33초로 가장 짧은 편이지만 공이 핀에 매우 가깝게 근접한 경우는 거의 시간이 걸리지 않으므로 티에서 그린까지의 샷에 걸리는 시간 평균과 직접 비교는 어렵다. 물론 선수 개인 간에는 각 샷의 형태에 따라서 매우 빠른 선수는 20초 내에 샷을 하는 선수와 1분 30초까지 걸리는 아주 느린 선수도 있다. 

그렇다고 평균에 맞추는 것이 좋다는 것은 아니다. 늦은 진행으로 동반 플레이어가 피해를 보지 않는 권고 시간을 준수하면 된다. 빠른 플레이를 위해 선수들이 스트레스를 받는 것도 사실이지만 프로 경기에서 지루함을 없애고 관중의 관점에서 경기를 즐길 수 있도록 빠른 경기 진행도 중요하다. 

투어 선수들의 슬로우 진행을 제제할 수 있는 룰 때문에 빠른 플레이를 하는 선수는 상대적으로 느린 선수로 인해서 피해를 보는 일이 종종 있다. 이런 경우는 자신의 정상적인 루틴을 지킬 수 없게 되어 경기력 부진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좋은 루틴은 외부 혹은 심리적 요인에 방해 받지 않고 정해진 시간의 범주 속에 행동 리듬과 일정한 샷 타이밍을 지키는 것이다. 

집중력이 흐트러지면 루틴은 깨진다. 따라서 루틴은 동반자에게 방해가 되지 말아야 하며, 경기 흐름과 샷에 대한 집중력을 유지해야 일관성 있게 지킬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추천 기사: 박인비가 위대함을 지속할 수 있는 공식

추천 기사: 타이거 우즈 "경기에 나가고 싶어 근질근질"

추천 칼럼: 골프 경기에서 '자신감'을 끌어올리려면...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저작권자 © 골프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