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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민준의 골프세상] '위대한 태극의 아들·딸' 임성재·고진영, PGA·LPGA 역사적 '쌍끌이 우승'
방민준 골프칼럼니스트
▲2021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슈라이너스 칠드런스오픈 우승을 차지한 임성재 프로와 같은 날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코그니전트 파운더스컵 우승을 차지한 고진영 프로.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가장 영광스럽고 감동적인 월요일 아침이었다.매주 월요일은 이른 새벽부터 PGA투어와 LPGA투어 마지막 라운드를 보느라 깨어있어야 한다.

박세리와 최경주 선수로 비롯된 이 같은 월요일 오전 일상은 그동안 많은 기쁨과 아쉬움을 안겨주었다. 한국 골프의 살아있는 현장을 지켜보는 흥분은 늘 긴 여운을 남겼다.

11일 월요일은 매우 특별했다. 새벽부터 동틀 무렵까지 이어진 LPGA투어와 PGA투어에서의 한국선수의 잇단 승전보는 골프 팬이 아니라도 쾌재를 외칠 만한 대사건이다.
코로나19 여파와 어지러운 정치 상황으로 살맛을 잃은 국민에게 행복과 감동을 안긴 청량제였다.

세계 골프 역사에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쌍끌이 우승’을 한국의 고진영(26)과 임성재(23)가 합작해낸 것이다. 
자국 내에서 벌어지는 투어라 미국의 남녀 선수가 동반우승하는 예는 비일비재하지만 제3국의 선수가 PGA투어와 LPGA투어 두 대회를 같은 날 동시에 우승한 경우는 드물 정도로 보기 어렵다.

라운드 첫날인 지난 8일(한국시간) 고진영과 강성훈(34)이 각각 LPGA투어 코그니전트 파운더스컵 대회와 PGA투어 슈라이너스 칠드런스 오픈에서 단독 선두로 나서자 어쩌면 역사적인 한국 남녀선수의 ‘쌍끌이 우승’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진영은 반석 같은 경기를 이어갔고 강성훈은 레이스에서 밀리면서 새로운 주자 임성재가 선두권에서 나서 추격자들을 멀찍이 따돌리며 꿈의 남녀 동반 우승이라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냈다. 주자만 바뀌었을 뿐 희망사항이었던 ‘쌍끌이 우승’이 실현을 지켜보는 감동은 특별했다.

특히 두 선수의 경이로운 플레이는 갤러리들과 세계 골프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마치 외계에서 온 선수처럼 초연한 자세로 반석 같은 경기를 펼치는 모습은 최고의 구도자를 보는 듯했다.
그들의 플레이는 잔잔한 호수처럼 고요했다. 스윙은 정갈했다. 경쟁자들을 압도하는 아우라가 흘러 넘쳤다.

▲2021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코그니전트 파운더스컵에 출전한 고진영 프로가 최종라운드에서 경기하는 모습이다. 사진제공=게티이미지_LPGA

고진영은 11일(한국시간) 미국 뉴저지주 웨스트 콜드웰의 마운틴 리지CC(파71)에서 열린 코그니전트 파운더스컵 최종 4라운드에서 5타를 줄여 최종합계 18언더파 266타로 2위 캐롤라인 마손(독일·14언더파 270타)을 4타 차로 제치고 와이어 투 와이어로 우승했다. 시즌 3승이자 통산 10승째다.

고진영은 이날 우승으로 대회 2연패, 한국 선수 역대 5번째 LPGA투어 통산 10승, 누적 상금 700만 달러 돌파 등의 기록도 세웠다.

첫날 63타, 2라운드 68타, 3라운드 69타, 4라운드 66타를 적어낸 그는 14개 라운드 연속 60대 타수 행진을 이어가 소렌스탐과 이 부문 최다 타이기록도 세웠다. LPGA투어 통산 72승의 소렌스탐은 앞서 2005년 14개 대회 연속 60대 타수를 기록한 바 있다.
고진영은 오는 21일 부산에서 열리는 LPGA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연속 60대 타수 신기록에 도전한다. 

이 대회를 후원하는 미국의 다국적 기업 ‘Cognizant’라는 의미가 ‘인식하는, 깨어있는’이라는 것이 고진영의 ‘깨어있는 골프’를 상징하는 것 같다.
 
▲2021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슈라이너스 칠드런스오픈 우승을 차지한 임성재 프로. 사진제공=게티이미지_PGA

11일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TPC서머린(파71)에서 열린 PGA투어 슈라이너스 칠드런스 오픈 최종 라운드에서 임성재는 9언더파 62타로 최종합계 24언더파 260타를 기록, 매슈 울프(미국)를 여유 있게 따돌리고 우승컵을 품었다.

2019년 우승 없이 PGA투어 신인왕에 오른 그는 2020년 3월 혼다 클래식에서 첫 우승을 거둔 이후 1년 7개월 만에, 그리고 2021-2022 시즌 3번째 대회 만에 우승컵을 안았다.
2002년 5월 최경주가 컴팩 클래식에서 한국인으로 PGA투어 첫 우승 이후 한국인 우승 20 째다. 

1라운드에서 63타로 10언더파를 몰아친 강성훈에 2타 뒤진 8언더파로 예열을 마친 임성재는 2라운드에서도 6타를 줄이며 중간합계 14언더파 128타를 기록, 채드 라메이(미국)와 함께 공동 선두에 올랐다. 

3라운드에서는 1타밖에 못 줄여 공동 6위로 밀렸다. 매슈 울프, 마크 리시먼, 로리 사바티니, 아담 생크, 아담 헤드윈, 마틴 레어드 등 10여명이 혼전을 벌이며 선두경쟁을 벌였다.

그러나 마지막 4라운드는 임성재를 위한 무대로 준비되어 있었다. 마치 신이 강림한 듯했다. 그가 펼치는 경이로운 플레이는 주변의 갤러리들은 물론 중계방송을 지켜보는 골프 팬들의 숨을 멎게 했다.

첫 홀(파4)부터 버디로 시작한 그는 4·6·7·9번 홀 버디로 불꽃 쇼를 펼쳤다. 후반들어서도 10·11·12·13번 홀까지 버디를 하며 5연속 버디쇼를 이어갔다. 자연스레 갤러리들의 입에서 “임! 임! 임!”이라는 찬탄의 함성이 절로 터져 나왔다.

임성재가 고고하게 샹그릴라의 길로 접어들자 전날까지 선두권에서 혼전을 벌이든 선수들이 제풀에 전의를 잃고 주저앉기 시작했다. 14번 홀 이후 마지막 홀까지 버디를 추가하지 못했지만 그의 뒤를 좇는 선수는 없었다.

이런 날에는 세계랭킹 1위 존 람을 비롯해 브라이슨 디섐보, 브룩스 켑카, 더스틴 존슨, 콜린 모리카와, 패트릭 캔틀레이, 저스틴 토마스 같은 세계랭킹 최상위 선수들이 나와도 임성재를 추적할 수 없으리라 여겨졌다.

4타 차의 2위 매슈 울프에 이은 5타 차의 3명의 공동 3위 등 톱10에 든 선수들이 마지막 라운드에서 대역전의 드라마를 완성한 임성재를 바라보는 눈에는 존경과 경이의 빛이 뚜렷했다. 

그에게 역전극의 실마리를 제공한 강성훈은 공동 27위(12언더파), 이경훈은 공동 14위(15언더파)로 조연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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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방민준의 골프세상' 바로가기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입력날짜 : 2021-10-11 12: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