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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민준의 골프세상] 승패보다 돋보인 라이더컵의 '축제 분위기'…켑카·디섐보의 포옹
방민준 골프칼럼니스트
▲미국과 유럽의 대륙간 남자골프 대항전인 2021 라이더컵에서 미국의 우승에 힘을 보탠 브라이슨 디섐보가 샴페인으로 우승을 자축하고 있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지난 25일(한국시간)부터 사흘간 미국 위스콘신주 쉬보이건 카운티 헤이븐의 휘슬링 스트레이츠(파71·7390야드) 코스에서 펼쳐진 미국과 유럽의 남자골프 대항전 라이더컵 대회는 축제의 마당이었다.

격년제로 열리는 미국과 유럽의 결전장이 페스티벌의 현장으로 변해가는 모습은 지구촌을 비추는 서광(曙光)처럼 보였다. 

1969년 8월 15일부터 3일간 미국 뉴욕주 설리반 카운티의 베델에서 열린 우드스탁 록 페스티벌을 연상케 했다.
‘The Woodstock music and art fair 1969’란 이름으로 열린 이 페스티벌은 약 50만 명의 젊은이들이 들판에 모인 가운데 세계 정상급 뮤지션들이 참가해 음악과 사랑을 주제로 히피, 자유와 평화, 반전 등의 메시지를 쏟아낸 20세기의 가장 큰 문화적 사건으로 평가된다.

대륙간 골프 대항전이 페스티벌로 변해가는 과정은 미묘했다.
대회가 열리기 직전까지만 해도 미국팀은 2018년 프랑스 대회에서의 패배를 설욕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웠고 유럽팀은 적진에서 연승을 이어가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전체 통산 전적(1927~2018년)은 미국이 26승14패2무로 앞섰다. 미국과 유럽의 대결로 확대된 1979~2018년까지의 전적은 유럽이 11승8패1무로 우세하다. 2000년 이후 최근까지 미국은 2승 7패로 열세를 면치 못했다. 

미국팀은 2018년의 패배를 설욕하겠다는 의지를 보였고 유럽팀은 적진에서 연승을 이어가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미국팀은 젊은 피를 수혈해 전의를 불태웠고 유럽팀은 경험 많은 노장을 중심으로 대응에 나섰다.

▲미국과 유럽의 대륙간 남자골프 대항전인 2021 라이더컵에서 미국이 우승을 차지했다. 더스틴 존슨, 콜린 모리카와, 패트릭 캔틀레이, 잰더 쇼펠레, 저스틴 토마스, 브라이슨 디섐보, 토니 피나우, 브룩스 켑카, 해리스 잉글리시, 조던 스피스, 대니얼 버거, 스코티 셰플러 등.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첫날 포섬과 포볼 매치 대결의 결과는 미국팀이 5승2무1패로 유럽팀을 압도했다. 유럽팀은 둘째 날 초반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분전했지만 미국팀의 도도한 기세에 3승5패로 밀렸다. 이미 승리의 여신은 미국팀 편에 서 있는 듯했다.
셋째 날 싱글매치에서 유럽팀은 3승7패2무로 패퇴했다. 
종합점수는 19대9. 역대 가장 큰 점수 차로 미국팀이 승리했다.

호수에 둘러싸인 휘슬링 스트레이츠 코스에 모인 미국의 골프 팬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개의치 않고 열광적으로 미국팀을 응원했다.

첫날에는 미국팀을 향해 함성과 박수를 보내더니 전세가 미국으로 기운 뒤 응원에 적대감이 사라지는 분위기였다.
둘째 날 전세가 완전히 미국팀으로 기울자 관중들은 편을 따지지 않고 경기 자체를 즐기는 모습으로 변했다.
싱글 매치가 벌어진 셋째 날에는 마음 편히 축제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갤러리들만 그런 게 아니라 대결을 벌이는 선수들도 친선경기를 벌이는 듯했다. 승자 패자 구분 없이 서로를 축하하고 위로했다. 아군 적군 가리지 않고 깊은 허그를 했다.

신경을 곤두세우고 승패를 다투던 미국과 유럽의 대항전이 축제의 마당으로 변한 것은 무엇 때문일까.

전세가 너무 한쪽으로 기울어 승패를 따질 필요가 없게 된 상황도 작용했겠지만 적대감이 사라지면서 축제(祝祭)를 즐기는 인간 본성이 자연스럽게 표출된 것이 아닐까. 
경기를 벌이는 사람이나 구경하는 사람이 승패에 연연하지 않을 때 대결의 마당은 축제의 마당일 될 수 있음을 깨닫게 했다.
추석이나 단오 때 씨름이나 소싸움 등이 축제의 한 요소로 작용하는 것과 다를 바 없을 것이다.

▲미국과 유럽의 대륙간 남자골프 대항전인 2021 라이더컵에서 미국이 우승을 차지했다. 더스틴 존슨, 콜린 모리카와, 패트릭 캔틀레이, 잰더 쇼펠레, 저스틴 토마스, 브라이슨 디섐보, 토니 피나우, 브룩스 켑카, 해리스 잉글리시, 조던 스피스, 대니얼 버거, 스코티 셰플러 등이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이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이번 라이더컵의 하이라이트는 미국팀의 압도적 승리가 아니라 경기 뒤 가진 기자회견장이었다. 

기자회견장에서 저스틴 토마스는 “오늘 이곳에서 브룩스와 브라이슨이 포옹할 것이다. 우리의 팀워크를 보여 줄 것”이라고 분위기를 잡은 뒤 ‘Why Can‘t We Be Friends(우리가 왜 친구가 될 수 없어)’라는 노래를 선창했다. 

이 노래는 미국의 펑크 밴드 ‘워(War)’가 1975년에 부른 록으로 적대감을 버리고 친구로, 이웃으로 살자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브룩스 켑카와 브라이슨 디섐보는 PGA투어에서 티격태격하는 것으로 소문나 있는 관계다.

디섐보가 먼저 켑카를 무대로 불러냈고 둘은 무대 위에서 포옹했다. 동료 선수들은 박수로 환호했다.
두 앙숙이 라이더컵에서 화해의 무대를 가졌다는 것은 또 다른 축제의 단면이었다. 
한일 대항전도 이런 축제의 마당이 되는 날이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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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방민준의 골프세상' 바로가기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입력날짜 : 2021-09-29 07:44: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