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미국프로골프(PGA) 챔피언스투어 퓨어 인슈어런스 챔피언십 우승을 차지한 최경주 프로.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최경주(51)를 빼고 한국 남자골프를 논할 수 없게 됐다. 

한반도 남쪽의 외딴 섬마을의 소년이 한국골프를 평정하고 지구촌 최고의 무대인 PGA투어에서 한국인으로서는 물론 아시아인으로 최고의 자리에 오른 것만으로도 그의 발자취는 지워질 수 없다. 아시아골프, 한국골프 역사의 한 페이지를 화려하게 장식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런 그가 한국인 최초로 만 50세 이상만 출전할 수 있는 PGA 시니어 무대인 챔피언스투어에서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우승 상금은 33만달러(약 3억8,000만원).

27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몬터레이의 유서 깊은 페블비치 골프링크스(파72)에서 막을 내린 PGA 챔피언스투어 퓨어 인슈어런스 챔피언십에서 최종합계 13언더파 203타로 공동 2위 그룹을 2타 차이로 제치고 우승했다. 살아있는 전설인 베른하르트 랑거와 알렉스 체카(이상 독일)가 11언더파 205타로 공동 2위를 차지했다.

그가 들어 올린 우승컵은 단순히 한 골프대회의 우승컵이 아니다. 한국골프의 ‘지존(至尊)’임을 확인하는 증표이자 한국골프를 상징하는 또 다른 금자탑이다.

지금까지 그가 걸어온 길은 가시밭길이었지만 위대했다. 19년 전 2002년 5월 PGA투어 컴팩 클래식을 제패하며 한국인 최초로 PGA 정규 투어 우승을 차지했다. 그리고 투어 통산 8승을 거두며 아시아인 최다승 기록을 세웠다. 한때 세계랭킹 5위까지 올랐다.

PGA투어 주관 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2011년 5월 '제5의 메이저'로 불리는 PGA 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이후 10년 4개월 만이다. 공식 대회에서 우승한 것도 2012년 10월 자신이 호스트로 나선 KPGA 코리안투어 CJ 인비테이셔널 이후 9년 만이다.

▲2021년 미국프로골프(PGA) 챔피언스투어 퓨어 인슈어런스 챔피언십 우승을 차지한 최경주 프로가 우승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게티 이미지_PGA


우승 없이 10년이란 세월을 버텨낸 그를 보면 한국골프의 최전선에서 새로운 길을 열어나가겠다는 그의 의지와 인내심의 깊이가 전율로 전해진다.

지난해 8월부터 PGA 챔피언스투어에 입문한 그는 PGA투어를 오가며 우승을 기회를 노렸다. 

지난주 사우스다코다주 수폴스의 미네하하CC에서 열린 샌퍼트인터내셔널 대회에서 첫 우승의 기회가 찾아왔으나 공동선두 대런 클라크(북아일랜드), 스티브 플레시(미국)과 함께 펼친 연장전에서 대런 클라크에게 우승을 내주었다.

이 아쉬움을 딛고 1주일 만에 멋지게 포효했다. 챔피언스투어 통산 16번째 대회 만에 거둔 값진 승리다. 특히 2018년 8월 갑상선 종양 제거 수술을 받고 다시 일어선 것이라 더욱 의미가 깊다. 

무엇보다 노익장(老益壯)의 골퍼로서 그가 너무 행복하다는 것이 골프팬으로서 흐뭇하다. 그는 우승 후 “쟁쟁한 선수들이 즐비한 무대에서 우승하는 것은 매우 의미 있고 영광스러운 일”이라며 “페블비치에서 꼭 우승하고 싶었는데 그 꿈이 이뤄졌다”며 기뻐했다.

최경주는 오는 30일 경기도 여주에서 열리는 KPGA 코리안투어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에 출전, 고국 팬들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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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방민준의 골프세상' 바로가기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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