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황제 타이거 우즈가 2018년 9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시즌 최종전 투어챔피언십에서 우승했을 때 모습이다. 사진제공=GettyImages 스탄 배츠



[골프한국] 골프를 즐겁게 잘 치기 위한 지침이나 비법을 꼽자면 끝이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 대형서점의 골프 서가에는 1~2백권 정도의 골프 관련 책이 진열되어 있는데 모두가 골프를 잘 치기 위한 내용을 담고 있다. 

골프에 매혹되어 골프의 본고장인 세인트 앤드류스까지 다녀온 한 지인으로부터 세인트 앤드류스와 런던의 서점을 둘러보고 받은 충격을 들은 기억이 난다. 

그는 우리나라의 대형서점을 생각하고 골프 코너를 찾았는데 골프 관련 서적으로 채워진 서가의 규모에 놀랐다고 했다. 골프 코너 자체가 하나의 서점 규모로 골프 역사에서부터 스윙교본, 골프를 소재로 한 문학작품과 에세이, 유명 선수들의 평전, 세계의 골프코스, 골프 규칙 등 다양한 카테고리마다 방대한 책들이 꽂혀 있어 무엇을 뽑아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았다고 했다.

이런 서점을 섭렵할 기회가 없었지만 그 동안 접한 골프 서적이나 라운드를 통해 체득한 골프의 ‘금과옥조’라 할 키워드를 모아봤다.

프로골퍼 톰 왓슨(71·미국)은 골프의 필수 3요소로 Desire(욕망) Dedication(헌신) Decision(결단)이라는 3D를 꼽았다. 골프를 잘 하겠다는 욕망, 그 욕망을 실현시키기 위한 헌신과 결단이 없이는 골프를 제대로 할 수 없음을 강조한다.

프로골퍼로 활약했던 빌리 캐스퍼(1931-2015, 미국)는 챔피언이 되기 위한 필수 3요소로 Desire(욕망) Devotion(헌신) Discipline(자기제어)의 3D를 주장했다. 챔피언이 아닌 아마추어에게도 적용되는 요소일 것이다.

유명한 레슨프로 밥 토스키(94)는 훌륭한 샷을 위해선 5P가 필요하다며 Preparation(준비) Position(위치) Posture(자세) Path(궤도) Pace(보조)를 강조했다. 레슨프로의 시각에서 본 골퍼의 기본이 담겨 있다.

이 밖에 골퍼가 가다듬어야 3요소로 Ability(능력) Ambition(의욕) Attitude(자세)의 3A도 강조된다. 기복 없는 플레이를 위한 두 가지 3C도 소개되고 있는데 Confidence(자신) Concentration(집중) Control(자제)과 Consistence(견실) Composure(침착) Courage(용기)가 그것이다.

골퍼가 금기시해야 할 3C로 Confusion(혼란) Complain(불평) Consolation(자위)도 알려져 있다.

러프 탈출에 필요한 3S가 있는데 Short back swing, Slowdown, Soft hit다. 뜻 그대로 짧은 백스윙, 느린 다운스윙, 부드러운 터치를 말하는데 골퍼라면 누구나 새겨두어야 할 키워드가 아닐까 싶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활약하는 박현경 프로. 사진제공=KLPGA


골프의 기량과 라운드 전반에 걸친 키워드로 Smile, Speed, Skill의 3S도 있는데 역시 가슴에 와 닿는다.

Smile은 골프란 동반자들과 같이 하는 경기이기 때문에 자신의 상황이 어떻든 항상 동반자를 배려해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 Speed는 라운드 소요시간이 일정하게 정해진 상황에서 동반자의 리듬을 깨뜨리지 않으면서 물 흐르듯 경기가 진행될 수 있도록 플레이 속도를 적절하게 지켜야 하기에 역시 명심해야 할 요소다. 골프의 기술을 뜻하는 Skill은 기본이니 설명이 필요 없겠다.

Stance, Swing plane, Speed의 3S도 명심해야 할 항목이다. 함께 라운드해본 사람 중 스탠스를 정확하게 서는 사람은 20% 미만이다. 80% 이상이 엉뚱한 곳을 향해 자세를 취했다. 볼 뒤에서 목표물을 겨냥할 때는 제대로 방향을 잡는데 막상 어드레스를 취하면서 처음 설정했던 타깃 라인은 사라지고 전혀 엉뚱한 곳을 향한다. 가장 중요하면서 쉬운 스탠스부터 흐트러지니 훌륭한 샷을 날려도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없다.

Swing plane은 백스윙에서 팔로우 스윙에 이르는 궤도를 연결했을 때 생기는 단면으로, 접시가 살짝 기운 것처럼 되면 이상적이다. 함께 라운드해본 사람 중 겨우 10% 정도만이 제대로 된 스윙 플레인을 갖고 있다는 것이 솔직한 고백이다. 짐 퓨릭처럼 팔자 스윙을 하는 프로를 비롯해 도저히 흉내 내기 어려운 스윙을 하는 선수가 없지 않지만 골프를 제대로 즐기려면 교과서적인 스윙 플레인을 터득해야 한다. 이것만 제대로 갖추면 나머지 비거리나 방향성은 연습에 의해 얼마든지 개선이 보장되지만 스윙 플레인이 일그러져 있으면 아무리 노력해도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Speed는 스윙 리듬이다. 항상 자기 생체리듬에 맞는 일정한 스윙 리듬을 체득해야 기복 없는 플레이를 할 수 있다.
이 세 가지 키워드만 잊지 않고 체질화한다면 골프가 그렇게 골치 아픈 운동이 되지 않으리라 확신한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활약하는 이정은6 프로. 사진제공=Getty Image


앞에 열거한 지침들이 골프의 금과옥조(金科玉條)임에 틀림없지만 필자는 구력 40년을 넘기면서 감히 ‘골프 8게’를 강조하고 싶다.

① 담담하게 - 라운드 약속이 잡히면 대개는 며칠 전부터 가슴이 울렁인다. 전날에는 잠을 설치기도 한다. 당일 골프장에 도착해선 흥분 상태가 극에 달한다.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다짐, 누군가에겐 패배를 설욕하겠다는 각오, 그동안 맹연습한 결과를 확인하겠다는 욕심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러나 이런 마음가짐은 몸과 마음을 경직시켜 평소의 실력 발휘를 방해한다. 그동안 어떤 준비를 했든, 속으로는 뜨거운 전의가 불타오르든 라운드 당일 골프장에 도착해서는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담담한 마음 자세를 가져야 한다.

② 치밀하게 - 샷을 하기 전에 치밀하게 상황을 파악해야 한다. 위험지역이 어디에 숨어있는지, 다음 샷을 하기 위한 좋은 위치가 어디인지 정확히 파악해 의문이 남아 있지 않아야 자신감 있는 샷을 날릴 수 있다. 자신의 평소 스윙을 점검하는데도 치밀함을 잃지 않아야 한다. 맹수들이 먹이를 사냥할 때 취하는 포복자세를 생각하면 이해된다. 

③ 단호하게 - 상황 파악이 끝났다면 어떤 샷을 날리겠다는 단호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 벙커를 넘길지 말지, 해저드를 완전히 피할지 등에 대한 결단 없이는 샷의 성공을 기대할 수 없다. 결정을 내리지 못한 엉거주춤한 상태에서의 샷 역시 엄거주춤하기 마련이다.

④ 무심하게 - 어떤 샷을 하겠다는 결단을 내렸다면 더이상 많은 생각을 할 필요가 없다. 머릿속이 복잡하면 원하는 샷을 날릴 수 없다. 평소 연습장에서 연습하듯 무심하게 샷을 해야 한다. 빈 마음은 모든 불안을 날리는 효과가 있다. 

⑤ 고요하게 - 스윙 동작에 꼭 필요한 요소다. 멀리 힘차게 멋진 샷을 날리겠다는 마음은 반드시 불필요한 과도한 동작을 부르고 근육의 경직을 초래한다. 결과적으로 몸의 축이 흔들려 방향성과 힘의 전달이 보장되지 않는다. 요란 떨지 말고 몸의 회전을 중심으로 한 고요한 동작이 비거리와 방향성을 보장해준다. 제149회 디 오픈에서 우승한 콜린 모리카와나 2위를 한 조던 스피스, 공동 3위 루이 우스트히즌 등이 모두 고요한 스윙의 소유자라는 사실은 많은 것을 시사해준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활약하는 고진영 프로. 사진제공=Getty Image


⑥ 당당하게 - 샷을 하고 난 뒤에는 그 결과가 성공적이든 실패했든 당당한 자세를 취할 필요가 있다. 실패해도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대범하게 넘기고 어깨 펴고 웃는 얼굴로 다음 장소로 이동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고진영이나 장하나가 좋은 예다. 마음에 안 드는 샷을 날렸다고 얼굴을 붉히고 어깨를 움츠리며 기죽은 모습으로 이동하면 다음 샷 역시 망치기 십상이다.

⑦ 겸손하게 - 아무리 멋진 샷을 날리고 좋은 스코어로 연결되었다고 해도 겸손함을 잃지 말아야 한다. 동반자 모두에 대한 배려이기도 하지만 겸손은 스스로 자만에 빠지는 것을 막아주는 효과를 발휘한다. 

⑧ 즐겁게 - 골프의 목적은 즐겁자는 것이다. 어떤 조합의 구성원이든, 어떤 성격의 라운드든 골프를 하면서 불쾌해하거나 좌절에 빠지는 것은 어리석다. 스코어가 어떻든, 내기에서 이겼든 졌든, 비싼 비용 들여 라운드한다면 즐거움을 최대화하는 것이 현명한 자세다. 즐거움이 극대화될수록 다음 라운드가 기다려지고 기량 향상 욕구도 강해진다. 리디아 고(24), 이미향(28), 이정은6(25), 대니얼 강(28) 등의 공통적인 미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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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방민준의 골프세상' 바로가기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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