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활약하는 장타자 저스틴 토마스와 브라이슨 디섐보가 스윙을 하는 모습이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골퍼 최고의 소망은 ‘길고 정확한(Far and sure) 샷’이다. 
골프채를 잡고 나면 누구나 이 목표를 향해 매진하지만 길고 정확한 샷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두 마리 중 한 마리라도 잡으면 다행인데 상당수는 한 마리도 잡지 못한다.
 
두 마리 토끼 중 한 마리를 택하라면 어떤 것을 선택할까.

십중팔구는 장타를 선택한다. 남녀를 가리지 않고 골퍼들은 매홀 티잉 그라운드에서 장쾌한 티샷을 날리는 것에서 최고의 쾌감을 맛본다. 마초 기질이 강한 남성들은 물론 여성들도 힘찬 드라이브 샷으로 팀의 지배자가 된 듯한 기쁨을 맛본다. 

문제는 자신이 아무리 간절히 원하고 노력해도 누구나 장타자가 될 수 없다는 데 있다. 골프의 모든 번뇌가 장타를 추구하는 데서 비롯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장타를 날리려면 여러 조건을 갖춰야 한다. 
우선 스윙 아크가 커야 하는데 이는 키가 클수록 유리하다는 뜻이다. 근력이 있어야 한다. 골프를 하면서 수없이 ‘힘을 빼라’는 말을 듣지만 힘을 빼려면 스윙의 축이 되는 내 몸의 근력이 있어야 가능하다. 근력이 없는 데 힘을 빼라고 하면 볼을 치지 말라는 얘기나 같다. 팔다리는 물론 어깨 허리 등에 탄탄한 근력이 있어야 클럽을 가볍게 쥐고 부드럽게 휘두를 수 있다. 

좋은 스윙 자세는 필수다. 아무리 좋은 신체조건을 갖추었다고 해도 좋은 조건들을 극대화할 수 있는 스윙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쓸모가 없다. 오히려 ‘그런 좋은 신체조건을 갖추고도 그 정도밖에 안 되느냐’는 조롱거리가 되고 만다. 

장타자가 될 수 있는 이들 조건 역시 누구나 갖출 수 없다. 신장의 문제는 불가항력이고 근력도 하루아침에 증대되는 것이 아니다. 좋은 스윙 역시 젊었을 때나, 혹은 운동신경이 발달한 사람에게 가능한 것이지 아무나 쉽게 터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좋은 스윙에 연습량이 비슷하다고 가정하면, 키 작은 사람이 키 큰 사람보다 더 멀리 볼을 날릴 수 없고 근력 없는 사람이 근력 있는 사람보다 더 멀리 볼을 날릴 수 없다. 애초에 장타 경쟁이 되지 않는다. 

그럼 단타자는 늘 장타자의 희생이 되어야 한다는 말인가. 

아니다. 골프에서는 얼마든지 단타자가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 있다. 단타자의 불리한 조건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을 찾으면 된다. 
실제로 필드에 나가보면 키 큰 사람이 늘 장타를 때리는 것도 아니고 힘이 장사인 사람이 장타를 때리는 것도 아니다. 호리호리하고 작달막한 사람이 호쾌한 장타를 날리는 경우도 가끔 보게 된다. 

장신이라도 풀 스윙을 제대로 못하면 스윙아크가 줄어 장타가 나올 수 없고 근육질의 사람 역시 부드러운 스윙을 할 줄 모르면 장타를 낼 수 없다. 
단신은 스윙아크를 가능한 크게 하기 위해 팔을 죽 펴서 큰 스윙아크를 만들고 불리한 신체조건을 커버하기 위해 근력을 키운다. 가능한 한 정통적인 스윙을 익히고 무엇보다 연습을 많이 한다. 특히 정교한 샷을 날리기 위한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장타자 흉내를 내지 않고 단타자의 숙명을 인정하고 단타자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자신만의 기술과 무기를 갖춘다면 장타자 틈에서 얼마든지 살아남을 수 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활약하는 고진영 프로는 장타자는 아니지만, 샷 정확도가 높다. 사진제공=Getty Images


실제로 주위에 그런 사람이 더러 있다. 단신에 근육도 없어 보이는 데도 장타자들 틈에서 잘 견딘다. 물론 비거리에서는 뒤지지만 남이 7번 아이언 잡을 때 5번이나 6번 아이언을 잡고, 남이 4, 5번 아이언 잡을 때 우드나 하이브리드를 잡아 온그린을 노린다. 비거리가 짧은 대신 정교함으로 커버하기 위해 나름의 장비를 갖추고 기술을 익힌 것이다. 

그와 라운드하면 오히려 장타자들이 그의 페이스에 휘말려 무너지는 일이 잦다. 짧은 드라이브샷을 날리고도 뒤에서 우드나 하이브리드 클럽으로 가뿐하게 온을 시키면 장타자는 그보다 더 핀 가까이 보내려고 욕심을 부리다 미스 샷을 내고 만다. 

장타자들이 비거리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 챔피언티 플레이를 고집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다고 장타자들이 그를 이기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단타자들의 생존비법을 거꾸로 뒤집어보면 장타자들이 단타자들의 조롱거리가 되지 않을 수 있는 길이 숨어 있다. 

좋은 스윙이나 부단한 연습은 필수라고 치면 장타자들이 필드에서 수모를 당하지 않으려면 장타를 주무기로 내세우지 않아야 한다. 
페어웨이가 좁아 OB의 위험이 높고 러프로 들어갈 가능성이 큰 데도 굳이 드라이버를 잡아 화를 자초하는 것은 매홀 장타를 과시하려는 잘못된 습관과 태도 때문이다. 

장타자에게 필요한 용기는 드라이브샷이 필요하지 않을 때 드라이버를 잡지 않는 것이다. 우드나 하이브리드는 물론 필요할 땐 롱 아이언으로 티샷 하는 것을 부끄러워 말아야 한다. 
장쾌한 드라이브샷은 넓은 페어웨이가 펼쳐진 홀이나 투온을 노릴 만한 홀에서 필요한 것이다.

단타자는 물론 장타자도 장타에 집착하지 않을 때 자신의 플레이를 펼칠 수 있음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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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방민준의 골프세상' 바로가기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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