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제공=방민준


[골프한국] ‘전체 결과의 80%가 전체 원인의 20%에 의해 일어나는 현상’을 가리키는 ‘80대 20의 법칙’ 즉 ‘파레토 법칙’의 탄생에는 개미가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이탈리아 사회학자이자 경제학자인 빌프레도 파레토(Vilfredo Pareto, 1848~1923)는 개미를 관찰하다 20%만 열심히 일하고 나머지 80%는 빈둥대며 논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는 다시 일하는 개미 20%를 따로 분리해 관찰한 결과 역시 20%만 일하고 80%는 논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번엔 빈둥대며 놀던 80%를 분리시켰더니 그중 20%는 또 열심히 일하고 나머지 80%는 놀았다.

여기서 영감을 받은 파레토는 “이탈리아 인구의 20%가 이탈리아 전체 부의 80%를 소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오늘날 이 법칙은 경제 분야뿐만 아니라 모든 사회 현상을 설명하는데 원용된다.

백화점 매출의 80%는 20%의 단골손님에게서 나온다든가, 전화 통화자 중 20%의 통화시간이 총 통화시간의 80%를 차지한다든가, 즐겨 입는 옷의 80%는 옷장에 걸린 옷의 20%에 불과하다든가, 20%의 운전자가 전체 교통위반의 80%를 차지한다든가, 20%의 범죄자가 전체 범죄의 80%를 저지른다든가, 운동선수의 20%가 전체 상금의 80%를 쓸어간다는 등 사회의 모든 현상을 설명하는데 이 법칙이 동원된다.

식물학에 상부(Top)와 하부(Root)의 비율을 나타내는 ‘TR비(Top/Root Ratio)’라는 게 있다.

대숲의 경우 그 숲의 전체 대나무의 키를 합친 것만큼의 뿌리를 땅속에 뻗고 있듯 거의 모든 나무는 자기 키만큼의 뿌리를 땅속에 묻어두고 있다고 한다.
건강한 나무의 경우 줄기와 뿌리의 비율은 5대 5가 이상적이라고 한다. 상부의 비율이 너무 높으면 영양 흡수가 어렵고 비바람에 쓰러지기 쉽다.

그러나 생명력이 강한 잡초의 경우 상부와 하부의 비율이 20대 80에 가깝다고 한다. 아무리 짓밟히고 뜯어먹혀도 죽지 않고 살아남는 것은 땅 밑의 풍부한 뿌리의 힘으로 새싹을 틔우고 줄기와 가지를 뻗어 종족을 퍼뜨리기 때문이다.
용비어천가의 ‘불휘 기픈 남간 바라매 아니 뮐쌔 곶 됴코 여름하나니’가 실감난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개막 전날 저녁까지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연습에 몰두하는 선수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골프에서 쏟은 노력과 수확의 비율은 50대 50이 아니라 80대 20에 가깝다.

골프에서 뿌린 만큼 거두는 것은 불가능하다. 골프 기량이란 것이 연습량에 비례하지 않기도 하지만 골프와 관련된 기억력은 길어야 3일이라고 한다. 아무리 땀을 쏟아 몸에 익힌 것이라 해도 3일이 지나면 잊혀지니 뿌린 만큼 거두기를 바라는 것은 욕심이다.

프로 골퍼들은 물론 아마추어 중에서도 골프에 일가를 이룬 고수들을 보면 80의 땀을 쏟고 20의 결과를 얻는 것을 당연히 여긴다. 그들의 시각으로 보면 50의 노력으로 50의 수확을 바라는 것은 도둑심보다.
그러나 상당수 주말 골퍼들은 20의 땀을 쏟고 80의 결과를 욕심낸다. 절망과 좌절을 맛볼 수밖에 없다. 

80의 노력을 쏟아 20의 수확을 올리겠다는 마음은 욕심이 배제된 겸손한 자세다.
이런 ‘80대 20의 법칙’을 염두에 둔다면 골프가 달라지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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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방민준의 골프세상' 바로가기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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