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운동하기 좋은 계절은?”기다렸다는 듯 “봄, 가을”이 입에서 튀어나온다.
추운 겨울이 지나면 움츠렸던 몸은 기지개를 펴면서 운동을 갈구한다. 마치 나비나 매미 잠자리 같은 유충이 우화를 준비하듯. 

무더운 여름이 지나 바람이 선선해지면서 늘어졌던 몸이 뽀송뽀송해지면서 역시 운동을 갈구한다. 대낮에 늘어지게 낮잠을 즐긴 사자나 호랑이 같은 맹수들이 해가 지고 어둑어둑해지면 사냥본능이 되살아나듯. 

그러나 골퍼라면, 특히 스코어의 향상을 바라는 골퍼라면 모두가 운동하기 좋아하는 봄가을만으로는 꿈을 이룰 수 없다. 다른 사람과의 차별화가 불가능하다. 

스포츠를 진정 사랑하는 사람들은 계절이나 기상변화에 거의 구애받지 않고 스포츠를 즐기지만 골프를 하는 사람들은 의외로 까탈스럽게 조건을 단다. 추운 겨울이나 무더운 여름을 기피하고 비나 눈을 싫어한다. 심한 경우 이른 시간이냐 늦은 시간이냐도 가리고 골프장도 가린다. 
이런 골퍼들은 십중팔구 골프장에서 도시락 취급받기가 십상이다. 
기를 쓰고 연습하고 라운드를 해도 모자란 판에 계절과 날씨를 가려서 연습한다면 뒤질 수밖에 없다. 

스코어의 개선이 없어 고민인 골퍼들에겐 남들이 운동하기 싫어하는 겨울 여름은 절호의 기회다. 
한 2년 전쯤 골프를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동반자가 골프채를 내던지며 분노에 떠는 모습을 남의 일처럼 지켜보았는데 내가 비슷한 입장이 되어보니 그 심정 알만했다. 그래서 그만두려 했었다. 

내 말을 들은 지인이 골프란 원래 그런 것이란 걸 잘 아시는 분이 그런 말을 하느냐고 핀잔을 주었다. 증오했다 사랑했다를 반복하는 것이 골프라고 했다. 그쯤 갖고 뭘 그리 가슴 아파하느냐는 말에 다시 겸허한 마음으로 골프채를 잡고 하나하나 다잡아나가기 시작했다. 그러기를 두어 달 했나. 
장마고 열대고 마다하지 않고 골프 연습장 매트를 땀으로 적셨다. 골프가 다시 제 궤도를 찾아갔다. 조만간 이븐이나 에이지 슛도 가능하리라는 희망이 되살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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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그해 여름을 그냥 슬럼프 기간으로 치부했거나 골프와의 결별을 생각하고 넘겼다면 결코 이런 재기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리고 운동하기 좋은 계절인 가을을 맞아 라운드해도 골프는 고통스런 운동이 되고 말았을 것이다. 두 번 다시 골프채를 잡지 않겠다는 생떼를 쓸 것이 틀림없을 것이다. 

골프의 실력이란 결코 골프를 위해 할애한 시간과 흘린 땀의 양에 비례하지 않는다. 불가사의한 운동이란 말이 나온 까닭이다. 
그렇더라도 골프 실력의 향상을 바란다면 땀을 흘리는 길밖에 없다. 
골프를 늦게 시작했건, 운동신경이 둔하거나 신체조건이 불리하건 골프로 인해 시달림을 당하는 입장이라면 골프를 그만두든지, 남보다 땀을 더 흘리든지 두 길밖에 없다. 

그런데 봄 가을 같은 좋은 계절엔 누구나 운동을 열심히 하니 당신이 남들을 따라잡는 방법은 남들이 기피하는 겨울 여름에 더 많은 땀을 흘리는 길밖에 없다.
올여름 연습장 매트를 땀으로 적신다면 분명 당신은 가을의 필드에서 승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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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방민준의 골프세상' 바로가기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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