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뱅크 오브 호프 LPGA 매치플레이 골프대회에 우승한 앨리 유잉. 사진제공=Getty Images


[골프한국] 아무리 매치플레이(Match Play)라 해도 세계 여자골프의 주류인 한국 선수들이 이렇게 추풍낙엽 신세가 되리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이변과 역전 드라마가 매치플레이의 특성이자 묘미라지만 LPGA투어 매치플레이 4강에 한국 선수의 이름이 없다는 것은 믿기지 않는다.

27~31일(한국시간) 5일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섀도우 크릭GC(파72)에서 펼쳐진 LPGA투어 뱅크 오브 호프 매치플레이에 대한 한국 골프 팬들의 관심도는 롤러코스트를 탔다. 

엄선된 64명의 LPGA투어 강자들이 출전하지만 세계랭킹이나 LPGA투어에서의 전적으로 보아 한국 선수들이 압도적 우위에 설 것으로 전망되어 경기 전부터 우리 골프 팬들의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었다. 

4년 만에 LPGA투어로 돌아온 매치플레이라 더욱 그랬다. 2010~2012년 3년간 사이베이스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이 열렸으나 이어지지 못했고 2017년 시티바나멕스 로레나 오초아 매치플레이가 열렸으나 한 번으로 끝났다. 2005~2007년 HSBC 위민스 월드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1950~1954년 위민스 웨스턴 오픈이 매치플레이 방식이었으나 지속되지 못했다.

세계랭킹 1위 고진영부터 박인비(시드 2번), 김세영(3번), 김효주(6번), 유소연(11번), 이정은6(14번), 박성현(18번), 이미림(22번), 허미정(23번), 신지은(38번), 이미향(39번), 지은희(43번), 박희영(50번)까지 13명의 한국 선수들이 출전해 기대를 모았다.

김세영(28)은 2017년 5월 멕시코시티의 멕시코GC에서 열린 로레나 오초아 매치플레이 때 결승에서 아리야 주타누간을 상대해 1홀 차로 우승한 경험이 있고 허미정은 3-4위 전에서 미셸 위(미국)에게 역전승을 거두었다. 박인비(33)는 2018년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서 KLPGA투어 첫 승의 감격을 누렸고, 유소연(31) 박성현(28)도 2009년과 2016년 각각 정상을 밟은 경험이 있다. 김효주(26), 이정은6(25) 등도 다양한 이벤트 대회에서 매치플레이를 한 적이 있다. 

▲2021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뱅크 오브 호프 LPGA 매치플레이 골프대회에 출전한 아리야 주타누간, 앨리 유잉이 4강전에서 경기하는 모습이다. 사진제공=Getty Images

세계랭킹 기준으로 부여한 시드에 따라 4인으로 구성된 16개 그룹이 사흘간 그룹 내에서 매치플레이를 치른 뒤 각 조 1위 선수 16명이 본선에 진출해 토너먼트 방식으로 우승자를 가렸는데 골프 팬들의 관심은 16개 그룹 예선전에서부터 식기 시작했다. 

1번 시드의 고진영, 3번 시드 김세영이 그룹 예선에서 고배를 들었고 지은희, 신지은, 박인비 등 겨우 3명만이 16강에 진출했다. 8강엔 지은희 단 1명만 진출했다. 그마저 8강전에서 중국의 펑산산과 19홀까지 가는 접전 끝에 패했다.

골프 팬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8강에 오른 교포선수 대니얼 강(28)과 이민지(25)를 응원했으나 각각 앨리 유잉과 아리야 주타누간에게 고배를 들었다. 
한국 골프 팬들의 눈이 뱅크 오브 호프 매치플레이를 떠나는 순간이었다.

골프 팬들의 시선이 LPGA 매치플레이에서 멀어지는 것은 연결된 끊이 없기 때문이다. 처음엔 높은 시드의 한국 선수들이 대거 출전해 실타래 같은 끈이 있었으나 경기가 진행되면서 끈이 사라지기 시작했고 8강에서 한 줄기 가느다란 끈마저 끊어졌다.
연결된 끈이 없으니 허전하고 관심을 거둘 수밖에 없다. 

매치플레이든 스트로크플레이든 골프 팬들이 경기에 관심을 갖는 것은 선수들과 다양한 형태의 끈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국인이라는 것에서부터, 동향이거나 자신이 호감을 갖는 스타일이거나 모두 각자 나름의 끈으로 연결돼 있기에 관심을 갖고 응원을 하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박세리가 LPGA투어에 드리운 가느다란 끈이 오늘의 한국 여자선수들의 동아줄 씨앗이 되었음을 깨닫게 된다. 
이 끈은 주말 골퍼들에겐 실마리이기도 하다. 실마리를 놓쳐 대책 없이 헤매다가도 어느 순간 실마리가 손에 잡히면 골프의 난제들이 하나둘 풀리기도 한다.

▲2021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뱅크 오브 호프 LPGA 매치플레이 골프대회에 출전한 펑산산. 사진제공=Getty Images

한국 골프 팬들의 시야에서 멀어진 대회였지만 화제가 없지는 않았다.
아리야 주타누간(25)과 펑산산(31)의 3, 4위 전은 펑산산이 체력 소진을 이유로 주타누간에게 3위 자리를 양보하면서 주타누간이 경기를 하지 않고 양보승(Concession)을 거두었다. 16강전에서 브리타니 알토메어(30·미국)와 22홀, 8강전에서 지은희(35)와 19홀 접전을 벌이는 등 30일 하루에만 41홀을 소화하는 등 나흘 반 동안 무려 6라운드를 돈 펑산산은 “18홀을 더 돈다면 코스에서 쓰러지고 말 것”이라며 “다음 주 열리는 US여자오픈에 출전하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털어놨다.

각각 아리야 주타누간과 펑산산을 꺾은 앨리 유잉(28·미국)과 소피아 포포프(28·독일)와의 결승전에서는 유잉이 포포프를 1홀 남기고 2홀 차로 꺾어 통산 두 번째 우승을 거두었다. 
미시시피 주립대에서 선수와 코치로 만나 연인에서 부부로 발전된 앨리 유잉과 찰리 유잉은 지난해 5월30일(현지시간) 결혼했는데 꼭 결혼 1주년 선물이 LPGA 두 번째 우승이 되었다.

오는 4~7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올림픽클럽 레이크 코스에서 열리는 US 여자오픈에서 한국 골프팬을 위한 풍성한 끈이 펼쳐지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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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방민준의 골프세상' 바로가기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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