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에 출전하는 박성현 프로. 사진제공=Darren Carroll_PGA of America


[골프한국] 한국의 여자 골프가 세계 최강임은 상식이다. LPGA투어의 주류를 형성하며 사실상 세계 여자 골프를 지배하고 있다. 

여자 골퍼들이 전해주는 승전보는 골프 팬들을 넘어 한국인 전체의 자존감을 북돋우고 있다. 국내에서 강자로 활약하다 LPGA투어로 건너가 세계적인 선수들과 당당히 맞서 승리를 거두는 모습을 보는 것은 즐거움이고 위안이다.

그러나 우리 골프 팬들의 마음 한구석은 어딘가 허전하다. 그 허전한 곳에 박성현이 있다.

그의 팬덤은 물론 대다수 골프 팬들이 그의 슬럼프를 안타까워하고 있다. 저러다 쩡야니(32)나 최나연(33), 아리아 주타누간(25)처럼 되는 것은 아닐까 걱정하기까지 한다. 

시원시원한 스윙과 비거리, 다양한 샷 메이킹 능력이나 퍼팅 등 그에게서 부족한 구석을 찾기 어렵다. 천성적으로 동반자나 갤러리와 유쾌하게 교감하는 스타일이 아닌 점을 빼면 그는 타고난 프로골퍼다. 

KLPGA투어에서도 그의 상대는 없었다. 미소년의 외모와 보이시한 퍼포먼스에 이끌린 많은 팬들이 그를 그림자처럼 좇았다. 
LPGA투어에서도 충분히 통할 것으로 예견됐고 실제로 LPGA투어에 가자마자 두각을 나타냈다. 

과거 박성현은 LPGA 비회원인데도 세계랭킹이 40위 이내에 들어 2016년부터 LPGA투어에 간헐적으로 참가했다. 7개 대회에 참가해 톱10에 4번이나 들었다. 이를 바탕으로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LPGA투어에서 뛰기 시작했다.

정식 데뷔 첫해 23개 대회에 참가해 모두 컷 통과에 성공했음은 물론 메이저인 US여자오픈 우승으로 세계를 놀라게 한 뒤 CP 위민스오픈까지 우승하며 올해의 선수, 상금왕, 신인상의 3관왕에 올랐다. 

그는 파죽지세였다. 2018년 발런티어스 오브 어메리카 LPGA 텍사스 클래식, 메이저인 KPMG PGA챔피언십, 인디 위민 인 테크 챔피언십 등 3승을 올리며 질주했다. 2019년 HSBC 위민스 월드챔피언십과 월마트 NW 아칸사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그의 우승행진은 제동이 걸렸다. 

세계랭킹 1위로 2020년 시즌을 시작했으나 코로나19 여파로 7번 출전해 5번 컷을 통과하는 데 그쳤다. 2021년 시즌에는 4개 대회에 참가해 드라이브 온 챔피언십에서 공동 34위에 든 것 말고는 모두 컷 탈락의 쓴맛을 봤다. 이 바람에 세계랭킹도 19위로 내려앉았다. 

▲2021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에 출전하는 박성현 프로. 사진제공=PGA of America


그의 팬들은 2년 전 우승했던 싱가포르의 센토사GC에서 부활의 상승기류를 탈 것을 기대하고 있다. 2019년 이 대회 우승자지만 지난해 대회가 열리지 않아 그가 디펜딩 챔피언이다. 

이 대회에는 69명의 지구촌 엘리트 선수들이 참가한다. 세계랭킹 1위 고진영을 비롯해 박인비, 김효주, 유소연, 김아림과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 호주교포 이민지, 미국교포 다니엘 강 등 한국 또는 한국계 강자들이 대거 참가한다.

최근 강세를 보이고 있는 제시카 코르다, 넬리 코르다 자매, 메이저 ANA인스퍼레이션 우승자 패티 타바타나킷(21)과 모리야 주타누간 아리야 주타누간 자매, 중국의 린 시유, 일본의 하타오카 나사, 싱가포르의 골프스타 아만다 탄도 출사표를 던졌다. 

그만큼 박성현에겐 쉬운 무대는 아니다. 그러나 그의 잠재력을 놓고 보면 디펜딩 챔피언을 지켜내지 못할 이유가 없다.
그의 완벽한 부활을 증명하기 위해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만큼 완벽한 조건을 갖춘 대회도 찾기 힘들 것이다. ‘남달라’ 팬들이 이 대회를 지켜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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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방민준의 골프세상' 바로가기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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