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A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2021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 출전한 빅토르 호블란이 1라운드에서 경기하는 모습이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그 엄마에 그 아들이었다.PGA투어의 신예 유망주 노르웨이의 빅토르 호블란(23)이 어머니의 지적으로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실격은 면했으나 컷 통과에는 실패했다.

호블란은 13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폰테베드라 비치의 TPC 소그래스(파72·7,189야드)에서 열린 제5의 메이저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2라운드에서 2오버파 74타를 쳤다.

1, 2라운드 합계 2오버파 146타를 기록한 호블란은 컷(이븐파)을 2타 차로 넘지 못해 3라운드 진출에 실패했다.

사연이 묘하다.
호블란은 12일 1라운드를 마치고 캐디와 차를 타러 가던 중 노르웨이의 어머니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어머니는 아들에게 15번 홀에서 벌타를 받았는지 물었다.
호블란은 영문을 몰라 “무슨 말씀이세요?”라고 되물었다.
어머니는 “중계화면을 보니 네가 마크를 제자리에 돌려놓지 않았더구나.”하고 말했다. 

어머니는 노르웨이에서 TV 중계를 보다가 호블란이 실수한 것을 발견하고는 어떻게 처리되었는지 궁금해 아들에게 전화를 한 것이다.

그때까지 실수가 있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고 있던 호블란은 바로 PGA투어 경기위원회에 연락해 15번 홀 상황을 찍은 비디오가 있는지 문의한 뒤 영상을 확인했다.

비디오 영상 확인결과 호블란은 15번 홀 그린에서 잘못된 지점에 공을 놓은 것으로 나타났다.
호블란은 동반 플레이어인 저스틴 토머스의 퍼팅 라인에 방해를 주지 않기 위해 마크 위치를 왼쪽으로 옮겼는데, 토머스가 퍼트를 한 뒤 마크를 원래 지점보다 더 왼쪽으로 이동시켰음이 드러난 것이었다.

문제는 어머니의 전화가 호블란이 이미 스코어카드에 서명한 뒤에 걸려왔다는 것이다. 골프규칙 상 잘못된 스코어카드에 서명하면 실격 처리된다.
다행히 호블란은 ‘선수가 규정을 어긴 사실을 몰랐다면, 소급해서 벌타를 적용할 수 있다’는 규정에 따라 실격 처리는 면했다.

경기위원회 결정에 따라 2벌타를 받은 그의 15번 홀 스코어는 파가 아닌 더블보기로 수정됐다. 

그러나 호블란은 2라운드에서 2벌타를 끝내 만회하지 못하고 이븐파에 그쳐 컷을 통과하지 못했다. PGA투어 22경기 연속 컷 통과 기록도 멈추었다.

중계화면에서 아들의 잘못을 발견하고 제대로 처리되었는지 물은 호블란의 어머니나, 어머니의 연락을 받고 영상을 찾아 사실 확인을 한 뒤 2벌타를 받은 호블란의 행동은 20세기 최고의 골퍼로 추앙받는 구성(球聖) 바비 존스(Bobby Jones;1902~1971)를 연상시킨다.

한해에 당시 4대 메이저대회(미국과 영국의 오픈 및 아마선수권대회)를 석권해 골프 사상 최초이자 마지막으로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바비 존스는 오거스타 내셔널코스를 조성해 지구촌 최고의 골프 제전인 마스터스 대회를 시작한 것으로도 유명하지만 그에게 ‘구성(球聖)’이란 위대한 헌사가 붙은 일화는 골퍼들의 마음을 울린다.

1925년 US오픈 마지막 라운드에서 1타차 선두를 유지, 우승을 목전에 둔 존스는 러프에서 어드레스 하려는 순간 볼이 움직이자 아무도 본 사람이 없었고 카메라에 잡히지도 않았지만 경기위원회에 자진 신고해 1벌타를 받았다. 이 벌타 때문에 공동 1위가 되어 연장전에 들어가 결국 우승컵을 놓쳤다.
이를 두고 메스컴이 칭송하자 존스는 “당연한 것을 했을 뿐이다. 당신은 내가 은행 강도를 하지 않았다고 나를 칭찬하려는가?”라는 반응을 보였다.

과연 호블란의 어머니처럼 아들의 잘못을 지적해 바로 잡도록 하는 부모, 그리고 어머니의 지적을 받고 바로 사실 확인을 거쳐 벌타를 자청하는 선수가 얼마나 있을까. 
골프의 신성함을 깨닫게 하는 아름다운 일화가 아닐 수 없다. 

호블란은 오클라호마 주립대를 다니며 골프선수로 활동하다 2019년 프로로 전향했다. 그해 US오픈 공동 12위, 윈덤챔피언십 4위에 오르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그는 2020년 푸에르토리코 오픈 우승, 워크데이 채리티 오픈 3위, 2021년 마야코바 클래식에서 우승, WGC 워크데이 챔피언십 공동 2위, 파머스 인슈어런스 공동 2위 등 발군의 실력으로 현재 시즌 페덱스컵 랭킹 3위에 올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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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방민준의 골프세상' 바로가기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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