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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민준의 골프세상] 혹시 내 안에 '골프 괴물'을 키우고 있지 않나?
방민준 골프칼럼니스트
▲사진은 칼럼 내용과 관련 없습니다. 사진출처=ⓒ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골프채를 잡은 이상 곧 골프가 고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시지프스의 형벌과 다름없음을 깨닫게 된다. 그럼에도 골퍼 대부분은 가혹하기 그지없는 시지프스의 고행을 내치지 못한다. 골프가 안고 있는 불가사의한 마력 때문이다. 

제우스가 시지프스에게 내린 바위를 산꼭대기로 밀어 올리는 형벌은 끝이 없다. 죽을 힘을 다해 바위를 밀어 산 정상에 올려놓으면 바위는 다시 산 아래로 굴러떨어진다. 그걸 알면서도 다시 바위를 정상까지 밀어 올려야 한다. 그러니 평생의 형벌이다.

골퍼는 이런 시지프스의 형벌 받기를 자처한 사람이다. 시지프스나 골퍼 모두 ‘목표가 없는 끝이 없는 게임(Endless game without goals)’의 마법에 걸린 것이다. 

혹한이 수차례 찾아왔던 지난겨울에도 동네 골프연습장에는 시지프스의 형벌을 떨치지 못한 골프애호가들이 자리를 지켰다. 좋게 말해 골프애호가지 골프 미치광이들이다. 나도 예외일 리 없다. 성에 차지 않는 난방에 언 몸을 녹여가며 막대기를 열심히 휘두르고 막걸리나 소주로 목을 축이는 나날을 이어갔다.

그들의 입에서는 간단없이 골프에 대한 저주가 쏟아졌다. 뜻대로 되지 않는 골프에 매달리는 스스로에 대한 한탄도 이어졌다. 그러면서도 골프채를 놓지 못하는 이유가 뒤따랐다.

“단 한 번이라도 싱글 스코어를 내면 원이 없겠다.”
“안정적으로 보기 플레이를 할 수 있으면 더 바랄 게 없다.”
“제대로 100타를 한번 깨고 싶다.”
“안정적인 보기 플레이를 할 수 있으면 정말 행복할 텐데.”
“최저타 기록을 깨고 싶다.”
“언더파를 한번 치고 싶다.”
“에이지 슛을 한번 기록하고 싶다.”
“언더 에이지 슛이 남은 목표다.”
극히 드물게 골프로 인해 건강이 좋아졌다며 스코어 욕심 없이 부지런히 연습장을 찾는 사람도 없지 않다. 

같은 연습장에서 골프채를 휘두르지만 지향점은 제각각이다. 하지만 이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골프의 불가사의를 인정하면서도 골프에선 ‘이제 됐다!’는 순간은 결코 찾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물론 나도 예외가 아니다.

골프채를 잡고 나면 저절로 나름의 목표가 생긴다. 그리고 대부분의 골퍼는 어느 정도 그 목표에 도달한다. 그러고 나면 자연스럽게 보다 높은 목표가 나타난다. 그 목표에 도달하고 나면 저 멀리 새로운 신기루가 아른거린다. 골프채를 놓지 않는 이상 새로운 목표는 늘 저 앞에서 ‘여기야!’하고 손을 흔든다. 아른거리는 신기루는 나이도 잊게 한다.

이처럼 나름의 목표를 향해 열심히 골프채를 휘두르는 사람들 상당수는 자신도 모르는 치명적 함정에서 빠져 있다. 연습은 열심히 하지만 실은 목표에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 아니라 점점 목표와 동떨어진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는 사실이다.

수년 전 가까운 지인이 한 말이 생생하다.
“모두들 열심히 연습하는데 사실 자신도 모르게 괴물을 키우고 있어요.”
처음엔 말뜻을 알아듣지 못했다. 자신의 뜻이 정확히 전달된 것 같지 않다는 느낌을 받은 그는 부연설명을 했다.
“자기 딴에는 옳은 스윙을 한다고 열심히 하는데 실은 대부분 괴물을 키우고 있다니까요. 저도 참 열심히 연습했는데 지나고 보니 괴물을 키웠지 뭡니까. 이젠 별수 없지요. 괴물을 적당히 달래며 같이 사는 수밖에….”
그제야 나는 지인의 말을 알아들었다.

“그동안 참 열심히 연습했는데 지나놓고 보니 내 속에 괴물을 키우고 있었던 것 아닙니까? 그때는 몰랐지요. 열심히 골프채를 휘두르는 데만 집중했지 제대로 올바로 휘두르는지는 신경 쓰지 않았으니까요.”
그러면서 그는 연습에 열중하고 있는 사람들을 훑어보았다.
그의 시선을 따라 가보니 모두가 기계가 놓아주는 볼을 쳐내는 데만 열중하고 있었다. 제각각의 스윙 자세로 쉼 없이 골프채를 휘둘러대고 있었다.

“혹시 내가 괴물을 키우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만 가져도 골프가 달라질 수 있을 텐데 그때는 몰랐어요.”

내 머리를 때린 그의 한 마디는 지난 겨울에도 유효했다. 머리로 이해한 것만 믿고 내 몸이 따르지 못한다는 사실은 모른 채 자기만의 연습에 몰입한 결과다. 주위에서 보게 되는 괴이한 스윙은 바로 이 과정에서 주인이 흘린 땀을 먹고 무럭무럭 자란 괴물이다. 

연습에 몰두하는 상당수가 괴물을 몰아내거나 길을 들여도 모자란 판에 열심히 더 포악한 괴물을 키우고 있다는 사실은 충격이다.
이런 골퍼들에게 3, 4월은 잔인한 달이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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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방민준의 골프세상' 바로가기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입력날짜 : 2021-03-03 08:4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