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게인브리지 LPGA 대회에 출전한 고진영, 김세영, 박성현, 전인지, 다니엘 강, 안니카 소렌스탐, 그리고 우승을 차지한 넬리 코다(사진제공=Getty Images) 최나연, 이정은6 프로(사진제공=KLPGA)

[골프한국] 2월 26일(한국시간)부터 3월 1일까지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레이크 노나 골프 &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게인브리지 LPGA는 참 별난 대회로 기억될 것 같다. 

골프 팬들의 눈길이 리더보드 상단보다는 컷오프 탈락자를 포함한 리더보드 하단에 쏠리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TV 중계방송 카메라도 우승 경쟁을 벌이는 선수와 함께 하위권 선수와 컷 탈락자들을 놓치지 않았다. 

시즌 개막전 다이아몬드 리조트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 대회 이후 한 달 만에 재개된 이번 대회에서 장타력을 앞세운 넬리 코다(22)가 최종합계 16언더파 272타로 공동 2위 그룹인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23), 렉시 톰슨(26) 등을 3타 차이로 따돌리고 우승했다. 

이전까지 대만에서 2승, 호주에서 1승 등 LPGA 통산 3승을 해외에서 기록했던 코다는 미국 본토에서 처음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시즌 개막전에 이어 두 번째 대회까지 언니 제시카 코다(28)와 나눠 자매가 연속 우승하는 진기록도 세웠다. 안니카 소렌스탐(50)과 샬로타 소렌스탐(47) 자매가 2000년 웰치스/써클 케이 챔피언십과 스탠다드 레지스터 핑 대회에서 연속 우승한 이후 두 번째다.

한국 선수로는 세계랭킹 1위 고진영(25)이 11언더파로 4위, 전인지(26)와 신지은(28), 최운정(30)이 8언더파로 공동 8위, 양희영(31)이 6언더파 공동 16위에 올라 시즌 초반을 순조롭게 열었다.

골프 팬들의 시선이 아래로 떨어진 것은 김세영(28·4언더파 공동 24위), 이정은6(24·3오버파 공동 57위) 등 기대를 모았던 선수의 부진 때문이 아니다.

스웨덴계 미국 국적의 안니카 소렌스탐(50)과 대만의 청야니(32)의 LPGA투어 복귀 효과가 컸다.

‘살아있는 전설’ 안니카 소렌스탐은 은퇴한 지 13년이 지난 나이 50을 넘긴 두 아이의 엄마다. 그런 소렌스탐이 아무리 대회가 열리는 골프 코스 안에 자신의 집이 있어 출전을 결심했다고는 하지만 조카나 딸뻘인 선수들과 경쟁을 하며 시니어투어에서도 뛰겠다니 이목이 쏠리지 않을 수 없다.

2008년 신인으로 메이저인 맥도널드 LPGA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2012년까지 5년간 무려 15승(메이저 5승)을 올리며 소렌스탐의 기록을 뛰어넘을 유일한 선수로 지목되었던 청야니의 3년 만의 복귀도 큰 관심사였다. 2012년 3승(혼다 LPGA 타일랜드, LPGA 파운더스컵, 기아클래식)을 거둔 뒤 바닥 모를 추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그가 과연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소렌스탐은 간간이 예전의 날카로운 샷을 보여주었으나 공동 67위로 컷을 통과한 뒤 최종합계 13오버파 301타로 최하위(74위)에 그쳤다.

LPGA투어 통산 72승(메이저대회 10승)을 거둔 ‘골프여제’로서 결코 만족할 수 없는 성적인데도 그는 행복해했고 이런 그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다. 그는 “열 살짜리 아들 윌과 함께 코스 공략법을 짜고 느낌도 좋았으나 안타깝게도 아들의 계획대로 실행하지 못했다”며 아쉬워했으나 캐디를 맡은 남편, 아들과 딸과 함께 행복감을 감추지 않았다. 

청야니는 1라운드 9오버파, 2라운드 11오버파 합계 20오버파로 참가 선수 120명 중 최하위로 컷 탈락했다. 드라이버 평균거리는 253야드로 짧아졌고 페어웨이 적중률도 30% 이하였다. 심리적으로는 물론 기량면에서 여전히 슬럼프의 바닥을 헤매는 모습이었다.

골프 팬들의 시선을 리더보드 하단으로 끌어내린 것은 이들 두 선수 때문만이 아니다. 

세계랭킹 10위에 머물면서도 우승 소식은커녕 리더보드 상위권에서 모습이 사라진 박성현(27)을 비롯해 LPGA투어의 강자들이 우수수 컷 탈락하는 이변이 벌어졌다.

재미 교포선수 대니얼 강, 아리아 주타누간(태국), 셀린 부티에(프랑스), 오스틴 언스트(29), 일본의 노무라 하루, 브리타니 랭, 가비 로페즈(멕시코), 허미정, 박희영 등도 컷 탈락자에 이름을 올렸다. 겨우내 국내에서 몸을 만들며 바디 프로필까지 촬영하며 새로운 각오를 다졌던 최나연은 1라운드를 마친 뒤 기권했다. 

2개 대회만으로 올해 LPGA투어를 전망하는 것은 성급하다. 하지만 이번 게인브리지 LPGA는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긴 휴지기가 LPGA투어에 대대적인 지각변동과 세대교체 등을 초래할 수 있음을 알리는 예진(豫震)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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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방민준의 골프세상' 바로가기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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