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A투어 AT&T 페블비치 프로암

▲2021년 미국프로골프(PGA)투어 AT&T 페블비치 프로암 골프대회에서 우승을 다툰 대니엘 버거, 조던 스피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우리 동네 개울엔 늦가을부터 이른 봄까지 심심찮게 철새들이 날아든다. 청둥오리가 흔하고 가끔 쇠기러기도 보인다. 개체 수가 적은 것으로 보아 무리에서 벗어난 철새들인 것 같다.

눈길을 끄는 것은 철새들이 개울에 내려앉고 날아갈 때 비행술(飛行術)이 다르다는 점이었다. 물에 내려앉을 때는 거의 힘들이지 않고 가볍게 활공(滑空)하다 날개를 세워 그 저항으로 사뿐히 내려앉는다. 그러나 날아갈 땐 힘찬 날갯짓으로 꽤 긴 거리를 활주(滑走)한 뒤 가속도가 붙고 나서야 서서히 상승 각도를 높여 기류를 타고 공중으로 떠오른다.

날개의 힘으로 자유자재로 날고 내려앉는 새들도 하강과 상승의 비행술이 다르다는 사실을 깨달은 뒤 골프에서도 추락과 부활이 다를 수밖에 없음을 실감했다.

골프에서 추락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그것도 완만한 하강이 아니라 바위가 굴러떨어지듯 급전직하의 형태로 나타난다. 추락할 땐 언덕이나 벼랑에서 바위가 굴러떨어지듯 충격적이다. 그러나 정상으로 회복하기까지는 어린아이가 가파른 언덕을 기어오르듯 더디고 힘겹다. 

3년 7개월 만의 우승으로 부활할 것인가 여부로 관심을 모았던 조던 스피스(27)가 15일 끝난 PGA투어 AT&T 페블비치 프로암 최종라운드에서 선두를 지키지 못하고 부활의 기회를 다음으로 미뤘다. 

동갑 친구 대니엘 버거가 마지막 날 이글 2개와 버디 4개, 보기 1개를 묶어 7언더파 65타를 쳐 최종라운드 데일리 베스트를 기록하며 최종합계 18언더파 270타로 우승컵을 차지했다. 매버릭 맥닐리(25)가 2타 차이로 2위, 조던 스피스와 패트릭 캔틀리(28)가 3타 차이 공동 3위에 올랐다. 

2016년과 2017년 페덱스 세인트 주드 클래식에서 PGA투어 첫 승과 대회 2연패를 기록한 대니얼 버거는 한동안 우승 없이 보내다가 지난해 6월 찰스 슈왑 챌린지에서 우승하고 8개월 만에 다시 승수를 보탰다. PGA투어 통산 4승째다.

이번 대회에서 골프 팬들의 관심이 조던 스피스에 쏠린 것은 화려했던 ‘골든 보이’의 부활이 예견되었기 때문이다.

2013년 PGA투어에 합류하자마자 존디어 클래식서 우승하며 순조롭게 프로 생활을 시작한 그는 2015년 마스터스 토너먼트와 US오픈 등 메이저 2승을 포함 한해에 5승을 올리며 타이거 우즈에 버금가는 스타로 급부상했다. 반듯한 모범청년의 전형 같은 그에겐 자연스레 ‘골든 보이’라는 닉네임이 따라다녔다. 

2016년 2승, 2017년 디오픈을 포함해 3승을 올린 뒤에는 우승과 인연이 없었다. 그렇다고 그가 밑바닥으로 추락한 것은 아니었다. 우승만 없을 뿐 꾸준히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다 지난해부터 컷 탈락이 나타나더니 올 1월 마스터스에서도 컷 탈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그러나 이달 초 열린 웨이스트 매니지먼트 피닉스오픈에서 한때 공동 선두에 오르면서 공동 4위로 마쳐 재기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AT&T 페블비치 프로암 대회에서도 1라운드 공동 4위로 출발해 2라운드 1타차 단독 선두, 3라운드 2타차 단독 선두로 나서 확실한 상승기류를 타 페블비치가 그의 부활의 무대가 되는 듯했다.

마지막 라운드를 2타차 단독 선수로 출발했지만 대니얼 버거, 네이트 레슐리, 톰 호기, 패트릭 캔틀레이, 러셀 녹스(스코틀랜드) 공동 2위 그룹 선수들의 기세가 너무 강했다. 

피닉스 오픈 이후 상승기류를 타고 있다고는 하지만 조던 스피스의 드라이브 샷은 아직 신뢰할 단계가 못되었다. 특히 퍼팅이 말을 듣지 않아 마지막 라운드에서 대니엘 버거가 7타, 매버릭 맥닐리가 6타를 줄이는 사이 스피스는 겨우 2타밖에 줄이지 못했다.

조던 스피스가 아직 상승기류를 탈 날개의 힘이 부족한가 하는 의문이 없지 않았지만 피닉스오픈 공동 4위에 이어 2주 연속 톱5 성적을 낸 것은 그가 답답한 활주를 끝내고 상승기류를 타기 시작했음을 보여주었다. 

조던 스피스의 부활의 몸부림을 보며 여러 차례 화려한 ‘황제의 귀환’을 실현한 타이거 우즈가 얼마나 위대한 선수인가 새삼 실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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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방민준의 골프세상' 바로가기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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