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칼럼 내용과 관련 없습니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골퍼들은 보다 멀리 그리고 정확하게 볼을 날리기 위해, 보다 나은 스코어를 위해 교습서를 읽으며 스윙을 갈고 닦는다. 젊어서는 물론 몸이 제대로 말을 듣지 않는 나이에도 스코어에 대한 꿈을 버리지 못하고 효과적인 스윙을 터득하겠다고 진땀을 흘린다. 수많은 골프 교습서와 TV의 레슨프로를 섭렵하며 나의 고질병이 무엇인지, 어디에 문제가 있는지 찾아내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이런 수요에 맞춰 경험과 지식이 풍부한 전문가들은 다투어 교습서를 썼고 지금도 써내고 있다. 골프가 존재하는 한 새로운 교습서는 계속 나올 것이다. 이들은 문제점을 찾아내는 데 전문가들이고 스코어를 좇는 사람들은 교습받는데 전문가들이기 때문이다.

그 많은 교본 중에 성경이나 불경처럼 절대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없다. 여러 권을 읽어 봐도 책마다 몇 %가 부족하다. 대부분 정통적이면서도 과학적으로 입증된 최신 스윙을 소개하고 있지만 무릎을 칠 만큼 자신에게 맞는 교본을 만나기는 어렵다. 

골프에 대한 최초의 역사적 기록은 1457년 3월6일 스코틀랜드의 왕 제임스 2세가 내린 ‘골프 금지령’이다. 
골프사가들은 이 금지령이 내려지기 100여 년 전부터 골프라는 놀이가 유행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이를 입증할 만한 자료들은 풍부하다. 대략 12세기경부터 골프가 목동이나 어부들의 소일거리가 되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초의 골프 이론서이자 교습서로 인정받는 것은 1857년 영국 에든버러에서 인쇄소를 경영하던 헨리 B. 패니(Henry B. Farnie)가 쓴 ‘The Golfer’s Manual'이다. 1687년 토머스 킨케드라는 사람이 최초의 골프 교습서를 썼다는 기록은 있지만 교습서는 전해지지 않고 있다.

이후 많은 골프 전문가들이 골프 교본을 썼다. 브리티시 오픈 우승 6회, US오픈 우승 1회의 당대 최고의 골퍼 해리 바든(Harry Bardon)은 ‘완전한 골퍼(The Complete Golfer)’ ‘How to Play Golf'라는 교본을 써 최고의 골프교습가로도 이름을 날렸다. PGA투어에서 18홀 평균 최저타를 친 선수에게 수여하는 바든 트로피는 바로 그를 기리는 상이다.

‘구성(球聖)’이라는 극존칭을 듣는 하버드대 출신의 불세출의 아마추어 바비 존스는 ‘How I Play Golf’와 ‘How to Break 90’이라는 시리즈 교습영화로 큰 인기를 끌었다.
이밖에 닉 팔도, 그렉 노먼, 타이거 우즈 등 유명선수와 데이비드 리드베터 등 많은 교습가들이 교본을 남겼다.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의 골퍼들은 교습서를 멀리하는 전통이 있었다고 한다. 헨리 B. 패니 의 책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샷이란 클럽을 들어 올렸다 내리는 것일 뿐, 너무 세세히 신경을 쓰면 전체의 리듬이 파괴되어 진보가 저해된다.”라는 것이 샷에 대한 저자의 정의다. 군더더기와 기교가 완전히 제거된 샷의 원형을 보는 듯하다.

크리스티 오코너라는 골퍼는 “골프는 볼의 중심을 맞추는 게임이다. 모습과 모양은 묻지 말라.”고까지 말했다.
1862년 로버트 첸버스는 ‘두서없는 골프이야기(A Few Rambling Remarks on Golf)’라는 책을 내면서 서문에 “레슨서는 바이블과 다르며 누구에 대해서도 복음을 전해줄 수는 없다. 성격, 체형, 나이, 운동신경, 사고력 등이 서로 다른 사람에게 동일한 동작을 요구하는 것은 횡포이기 때문이다.”라고 일갈했다. 
골프 교본 중 가장 공감되는 내용이 아닐까 여겨진다. 

사실 많은 주말 골퍼들이 교본이나 TV의 레슨 프로그램에 매달려 도움을 얻기보다는 혼란에 빠져 미로를 헤매는 것 또한 사실이다.

정통과는 거리가 먼 스윙으로 이름을 날린 선수는 많다. 

디 오픈에 지미 킨세라 라는 아일랜드 골퍼가 출전했는데 그의 플레이를 본 더 타임즈 기자는 “불가사의한 선수도 있다. 그는 전혀 백스윙도 하지 않고 250야드나 날려 보냈다.”고 썼다. 사연인즉 그의 어머니가 집에서라도 스윙 연습을 하라고 채근해 천장이 낮은 다락방에서 매일 300회 이상 클럽을 휘두르는 연습을 해 백스윙 없이도 볼을 날릴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로난 라파티 라는 아마추어는 올바른 그립 잡는 법조차 모르고 골프를 익혀 1979년 영국 주니어선수권과 1980년 영국 아마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다. 미국의 유명한 프로가 보다못해 그의 그립을 고쳐주려고 하자 “잘 되고 있는데 무엇 때문에 때려 부수려고 하는 거냐. 남의 일에 상관 말라.”며 화를 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1907년 브리티시 오픈에 처녀 출전해 당시 골프의 세 거인이라는 해리 바든, 존 헨리 테일러, 제임스 브레이드를 꺾고 깜짝 우승한 스페인 바스크 출신의 알루누 메시는 “골프의 스윙은 자유다. 골프는 과학적인 용구를 가지고 비과학적으로 하는 경기이다. 각자 개성을 준중해야 한다.”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현역 골퍼 중에서 뛰어난 스윙으로 주목받는 선수 중 한 명인 로리 맥길로이. 사진제공=Getty Image for THE CJ CUP

골프 교본은 요리로 말하면 조리법 즉 레시피(recipe)다. 레시피는 필요한 재료와 도구 등이 모두 갖춰졌을 때 할 수 있는 조리법이다.

레시피에서 요구하는 재료와 도구가 없을 경우 조리자의 판단에 따라 재료를 다른 것으로 대체하고 조리법에도 변화를 줄 수밖에 없다.

골프 교본은 이상적인 것, 효율성이 높은 것, 좋은 것만 모아 놓은 레시피다.
교본에 아무리 좋은 레시피가 있어도 그대로 익혀 재현할 수 없다. 자신은 정석의 레시피를 따른다고 생각하지만 표준 레시피와는 거리가 멀다. 개개인이 자신 고유의 카르마가 있기 때문이다. 나무의 나이테처럼 각인된 카르마는 의도적으로 잠시 미뤄둘 수는 있어도 완전히 지울 수 없다.

요리할 때도 표준 레시피가 있지만 재료나 도구의 구비 상태, 개개인의 취향에 따라 변화를 주어 자신의 입맛에 맞는 독자적인 레시피가 탄생한다.
골프에서도 마찬가지다. 신체조건, 운동습관, 상황적응 능력, 심리조절능력 등 개인의 카르마에 따라 레시피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가끔 레슨프로들이 60이 넘은 사람 또는 독특한 동작이 습관처럼 굳은 사람들에게 젊은이나 소화해낼 수 있는 스윙을 강요하는 광경을 본다. 진척은 없고 자학만 할 뿐이다.

신통치 않은 스윙에도 불구하고 싱글이나 이븐파를 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들에게는 비슷한 공통점이 있다. 무엇보다도 정통적인 스윙을 만들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인 사람들이다. 그리고 소기의 목적을 이루지 못하고 자기화한 나름의 스윙에 정착한 사람들이다. 자기만의 레시피를 위해 상상할 뛰어넘는 연습을 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아름다운 스윙을 가진 골퍼를 만나면 결코 흉내 내려 하지 않는다. 다만 칭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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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방민준의 골프세상' 바로가기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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