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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한국] 대부분의 스포츠는 타고난 소질에다 흘리는 땀의 양과 쏟는 정성에 따라 결과가 나타나기 마련이다. 사람에 따라 만족하는 정도는 차이 있지만 대체로 그 결과는 흘린 땀과 쏟은 정성을 배반하지는 않는다. 적어도 절망감은 안겨주지 않는다. 

그러나 골프는 다르다. 스코어는 결코 연습량에 비례하지 않는다. 육체적 심리적으로 아무리 좋은 컨디션이라 해도 좋은 결과를 보장해주지도 않는다. 
천부의 소질을 타고난 프로골퍼도 하루아침에 절망의 벼랑으로 곤두박질치는 운동이 골프다.

골프는 배반의 스포츠다.

골프는 송곳과 같다. 내가 꿈꾸는 정상에 도달했다는 느낌은 극히 짧은 순간 전율처럼 스쳐 지나갈 뿐이다. 송곳의 끝에 머물 수 없듯 골프의 정상에도 머물 수 없다.

골프는 신기루다. 목표를 갖고 추구하지만 결코 '이제 됐다!'고 말할 만한 성취감을 안겨주지 않는다. 그래서 꼭 달성하겠다고 세워둔 목표는 꿈으로 끝나기 일쑤다. 다가서면 저만치 멀어져 있고 손에 잡힐 듯한데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는 신기루다.

신기루에 끌려 기를 쓰고 다가갔는데 신기루가 사라져 버렸을 때의 배반감은 허탈에 가깝다. 골프가 배반의 스포츠인 이유는 많다. 접근은 쉽지만 깊은 세계로 진입하기는 어렵다.

우선 골프 운동의 메커니즘이 복잡미묘하다. 평소 사용하지 않던 근육을 사용해야 하고 익숙하지 않은 동작을 새로 익혀야 한다. 골프가 뜻대로 되지 않는 첫 번째 이유다.

또 다른 골프의 특성, 골프와 관련된 근육의 기억력이 매우 짧다는 것도 골퍼를 절망케 한다. 아침에 깨달았다가도 저녁이면 지워진다. 골프와 관련된 머리와 근육의 깨달음은 진득이 머물지 않는 속성이 있다. 장시간 땀과 열성을 쏟아 골프의 감을 근육과 머리에 깊숙이 각인시켜 놓았다고 안도하는 순간 이미 뒷문으로 도망칠 궁리를 하고 있다.

골프 감각의 이런 속성이 골프를 언제나 새롭게 느끼게 하고 다시 도전케 하기도 한다.
 
골프가 너무나 정신적라는 점 또한 골프가 배반의 스포츠인 중요한 요인이다.

골프는 다른 스포츠처럼 생각할 겨를 없이 즉각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운동이 아니다. 한 라운드 도는데 4시간 정도 걸리지만 실제로 샷 하는 시간은 극히 짧다. 샷을 한번 날리는데 소요되는 시간을 넉넉하게 10초 정도로 계산해도 보기 플레이어라면 샷을 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15분을 넘기지 않는다. 4시간에서 15분을 뺀 3시간 45분이 그야말로 여백이다.

이 여백이 골프를 어렵게 만든다. 온갖 억측과 지레짐작, 걱정, 환상, 착각, 오만, 자만, 좌절, 분노 등 온갖 마음의 출렁임을 만들어낸다. 이 마음의 출렁임에서 자유로우려면 고도의 정신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는 게 쉽지 않다.

골프의 구력이 늘어날수록 골프를 잘 하기 위한 수련과정은 선(禪)을 하는 과정이나 카톨릭에서의 묵상과 너무나 흡사하다는 것을 절감하게 된다.

어쩌면 골프 역시 선의 한 과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골프는 철저하게 정신 수양을 필요로 한다.
골프는 배반의 스포츠다. 동시에 구도의 스포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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